교회에는 성모공경을 위한 축일이 많고 각 축일마다 고유한 의미와 그것이 제정된 목적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크리스찬의 신앙생활은 그리스도의 구원신비를 재현하는 교회의 전래적 축일을 바탕으로 삼아 그리스도의 생애와 교훈을 묵상하고 본받으며 그리스도의 신비에 동참하는 생활인 것이다.
성모는 당신 아드님이시고 구세주이며 성부와 인류사이의 유일한 중개자인 성자, 그리스도와 긴밀히 결합되어있는 만큼 성모의 축일은 그리스도의 구원신비와 직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만 성모축일의 의의가 있는 것이다.
성모마리아는 구세주를 잉태하는 순간부터 이 세상을 사는 동안 언제나 성자와 온전한 일치를 이루었다.
구세주를 잉태하고 낳으신 동정마리아는 원죄에 물듬이 없었고 현세에서 당신 아드님과 고통을 나누고 그 발자취를 온전히 따르면서 성자의 구속 사업에 자신을 전적으로 봉헌하였다.
교회는 성모께서 지상생활을 마친 후 영혼과 육신이 아울러 하늘로 올라갔음을 예부터 믿어왔다. 성모의 교황이라 불리던 삐오 12세는 1950년 11월 1일 모든 성인의 축일에 7백명의 주교와 50만의 순례자들이 모인 베드로 대성전 광장에서 성모 승천의 교리를 장엄하게 선포하였다.
『원죄가 없으시고 평생 동정이신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현세생활을 마치신후 육신과 영혼이 함께 하늘로 올라가 영광을 입으셨다는 것을 믿을 교리로 밝히고 이것을 선언하고 반포하는 바이다』(삐오 12세의 헌장·무니피첸띠시무스)
우리는 여기서 성모몽소승천에 대한 교회의 전통적 신앙을 역사적으로 잠시 고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도시대 이후 성모에 대한 중심적인 개념은 마리아의 모성(母性)이었고 3세기초 로마의 히뽈리뚜스의 저서에는 처음으로 성모를「하느님을 낳으신 이」(데이빠라)로 언급되었다.
그 후 3~4세 기간에는 그리스도론에 대한 논쟁으로 인해 성모의 모성성에 대한 개념도 차츰차츰 밝혀지게 되었다. 교회는 5세기 초 네스토리우스(콘스탄티노플의 주교 428~31)의 이단을 에페소 공의회에서 단죄한 후 성모를 공식적으로 하느님의 어머니 (레오도꼬스)라 불러 공경과 찬미를 드리게 되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신자들은 순교자들의 천상탄일을 본따 성모의 승천(천상탄일)을 기념하고 마리아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함께 그 육신과 영혼이 청산영광을 누리고 있음을 믿었던 것이다.
5세기부터 마리아의 기념 축일은 흔히 8월 15일에 지내게 되었고 이축일은 성모의 수면(주무심~죽음을 뜻함)축일로 발전하였다. 6세기에 기록도니 동방 교부들의 문헌에서 성모몽소승천에 관한 강론을 찾아볼 수 있고 여기에서도 성모와 성자간의 영원하고 완전한 일치가 강조되고 있다. 8월 15일에 행하는 성모승천기념 축제의 행렬 때에 바치던 다음과 같은 8세기의 기도는 최근까지 서방교회전례(예·갈멜수도원의 예절)에서 입당기도로 사용되고 있다.
『이날 육신을 입은 주 그리스도를 낳으신 거룩한 모친은 잠시 죽음을 맛보셨을 뿐 결코 죽음의 권세에 얽매이지는 않았도다』
13세기 성 벨라도는 성모의 승천은 당신 아드님에 대한·사랑이 날이 갈수록 열렬하여 마침내 그 거룩한 영혼이 정결한 육신을 잠시 벗어났다가 다시금 영혼과 육신이 함께 당신 아드님께로 올라간 것이라고 말한다. 당신 아드님의 부르심을 받아 승천하신성모는 후세에 그리스도와 온전히 결합될 교회 즉 완전한 구원을 누릴 하느님의 백성을 표상하고 있다.
즉 성모 승천은 마리아 개인의 완전한 구원을 나타내는 동시에 죽은 이들의 첫 열매가 되시는 그리스도(신랑)와 영원히 결합될 흠 없는 교회(신부)의 종말적인 모습을 엿보는 것이다.
사도 요한은 종말에 가서 완성될 교회의 모습을 묵시록에서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나는 또 거룩한 도성 새 예루살렘이 신랑을 맞을 신부가 단장한 것처럼 차리고 하느님께로부터 나와서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습니다.』(묵시21·2)그러므로 성모승천은 나그네인 하느님의 배성에게 희망과 위로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성모를 하늘로 불러올리신 성자께서 당신을 따르는 모든 이를 부활시켜 당신이 계시는 곳에 함께 하시리라는 것을 굳게 믿고 바라기 때문이다.
성모몽소승천의 기록은 성서에는 없지만 초대교회 때부터 내려오는 믿을만한 전승(傳承)과 구원사에 있어서의 성모의 역할, 성모와 그리스도와의 관계 및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 안에서 성모가 차지하는 위치 등으로 미루어보아 성모몽소승천의 교리가 신학적 결론으로 당연히 받아들여진 것이다.
제2차「바티깐」공의회의 문헌인 교회헌장 제8장에서는 마리아의 모성적 역할이 그리스도의 유일한 중개성-성부와 인간간-을 결코 흐리게 하거나 감소시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리스도의 능력을 더욱 크게 나타낸다다 밝히고 (교회헌장·60)아울러 교회가 인준한 성모신심의 여러 가지 형태는 성모께 대한 공경을 통해 성자를 올바로 이해하고 성자께 사랑과 영광을 드리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성모몽소승천축일을 맞이한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걸으신 후 당신 아드님의 부활과 천상영광에 온전히 참여하신 성모를 우러러 뵈읍고 성모님의 능하신 전구를 구해야하겠다.
그리고 하느님의 어머니고 교회와 인류의 자모이며 천상천하의 모후이고 원죄 없이 잉태된 거룩한 동정녀신 성모의 구원사적 역할과 우리와의 관계를 올바로 이해하고 그분의 덕행을 본받으며 언제나 합당한 공경과 사랑을 바침으로써 구세주 그리스도께 더 큰 영광과 찬미를 드리기로 새삼 다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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