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동안 나는 글 쓰는 일을 중단하고 있다. 이 세상에는 도저히 우리가 다 소모시킬 수 없는 과잉생산의 저술이 있다』
이글은 정신분석학의 이론을 문학비평과 원시사상 연구 등에 조응시킴으로써 정신분석학의 영역을 확장시킨 오또ㆍ랑크의 말이다.
좋은 책 읽기를 권장하기위하여 쓰고 있는 이 글에서 내가 랑크의 이 말을 인용하는 것은、글을 쓰는 사람과 또 글을 읽는 사람에게 모두 이 말이 시사해주는바 교훈이 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랑크는 진실로 인류에게 공헌한다는 자신감 속에서만 작가가 집필해야 한다는 것과 또 독자는 반드시 그러한 저서만을 찾아 읽도록 현명해야 한다는 것을 간명하게 역설해주고 있다.
그러면 어떠한 것이 바로 랑크가 말하는바 소위 인류를 위해 공헌하는 책인가?
랑크의 학문을 끈질기게 추구하고 해설함으로써 인류를 죽음의 공포로부터 해방시키고 영혼의 위안을 지속하는데 기여한 어네스트ㆍ벡커의「죽음의 부정」이나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여러 가지 참기 힘든 고통들을 참고 이겨내고 또 이웃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고 포기하는 일들이 곧 더 큰 삶을 위해 작은 죽음을 연습하는 행위라고 주장한 스텐리ㆍ킬만의「임종을 살아감」그리고 죽음을 거부하지 말고 평화롭게 수락하도록 임종자에게 위로와 평안을 주는 퀴블러ㆍ로쓰의「죽음과 임종에 대하여」등은 한번 읽기만하면 충만한 감명을 받을 좋은 책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外書를 구할 수 없는 독자는 이독서의 계절이 다 가기 전에 손쉽게「성녀 마리아 고레띠」나「성녀 젬마 갈가니」、그리고「소화 성녀 데레사」의 전기를 구해 읽음으로써 위에서 말한 外書들이 주는 꼭같은 질량의 수확을 얻으리라고 믿는다. 위의 책들이 이론적으로 임종을 준비시키는 책이라면 후자는 바로 실천으로써 임종을 연습한 삶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마리아 고레띠는 칼날에 찍혀 죽으면서도 자신의 순결을 지키었고、젬마는 병약한 육체의 아픔을 순간마다 주께 봉헌하였으며 데레사는 수도복을 입혀주는 동료수녀가 잘못하여 어깨의살을 핀으로 찝어 꽂았건만 하루 종일 십자가의예수를 묵상하며 어깨의 핀을 뽑지 아니 하였다.
내가 이 세 성녀의 이야기를 읽은 것은 거의30년 전이지만、지금도 생생히 기억 속에 살아있어 내 삶을 다스려가는 생활의 지침이 되어있다.
이 세 사람은 모두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터득한 신앙의기반위에서 순간과 순간을 알뜰하게 살다가 20여세를 전후하여 죽었건만 조금도 그들의 짧은 삶이 허무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한글을 겨우 깨친 국민학교 출신이거나 아니면 大碩學이거나를 막론하고 그들의 전기를 읽는 독자들에게 한결같이 같은 질량으로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는 이 세분 성녀의 이야기는 가톨릭 교리서 한권을 통독하는 것보다 실제에 있어 더 깊이 우리들의 심금을 울리며、매일의 임종연습을 통해 主께로향해 가야 할 우리들에게 생생한 삶의 지혜를 제공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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