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무엇을 먹고 마시며 목숨을 이어갈까、또 몸에는 무엇을 걸칠까하고 걱정하지 마시오. 목숨이 음식보다 소중하지 않읍니까? 공중의 저 새들을 보시오. 그것들은 씨를 뿌리거나 곡간에 모아들이지 않아도 하늘에 계신 여러분의 아버지께서 먹여주십니다」 (마테오6ㆍ25~27)
바른 양심과 근면한 생활은 가난을 멀리 추방할 수 있다. 신앙인이 가난하다면 반드시 그 생활 안에는 문제가 있으며 부자라 해도 인색한 신자에게는 역시 그 생활 속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위의 예수님 말씀은 물질의 가치에 대한 직접적 표현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정신의 자세를 심어주신 말씀이라고 받아들여본다.
본당은 한 공동체를 형성하기에 적합한 단위이다. 이 단위 안에는 전 세계의 인적자원이 축소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성과 복합성이 있다. 물론 신앙은 이런 복합성과 다양성을 하나로 뭉치기에 적합한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본당이라는 단위 안에는 문제점이 없지 않다고 생각된다.
사람이 많이 모였다고 공동체의 본뜻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개인주의적 사상은 단체단위로 표현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조직일수록 공동체의식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가 잠재되어있는 것이다. 때때로 사목방문을 통해 신자들의 어려운 생활을 본다. 교육비나 갑작스러운 불행 때문에 적지 않은 가정이 높은 이자의 사채를 쓰고 있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다 보니 이를 대비하기 위한 방법으로「계」에 가입하게 된다. 어떤때 가계부를 기록하는지를 물어보면 거의가 안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월 봉급에서 이자계돈을 지불하고 외상을 치루고 나면 울상이 되어 버리는 주부들이니 가계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일 일런지 모른다. 사채는 이자와 함께 더 큰 부채를 낳고「계」는 계대로 더 많이 부어야하는 생활을 많은 가정이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다. 반면 이런 현실에서 기승을 떨치는 부조리로는 사채놀이와「계주」의 횡포를 들 수 있다. 이 그늘의 세계는 무섭기한이 없다. 한푼도 양보나 이해는 있을 수 없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믿음의 주체가 돈이다. 즉 돈이 하느님의 자리를 차지하게된 것이다.
돈이 있으면 왕이요、없으면 그 서러움을 어디에 하소연 할 수도 없는 비정한 사회이다. 오늘날 가정생활에 있어 주부들의 생활약식은 대단히 중요하다. 주부들은 일정한 수입으로 생활을 꾸려나가기 위해 머리를 쓰지 않을 수 없다. 주부들의 정확한 계산과 지혜가 없다면 물가고와 적은 수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빚에 몰려 부당한 지출로 가제는 엉망이 되고 말것이다. 여기서 정말 공동체의식의 중요성이 나타난다. 혼자서 살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교회 안에서도 이런 경제적 필요성에 의해 공동의 힘이 요구되었지만 교회가 이것을 뒷받침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사로운 모임이 계기만을 던져주었다고 본다.
공동의 힘을 요구하던 신앙인들은 이런 경제문제를 우선해결하기 위해 좋은 목적으로「계」모임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성당도 건축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지금도 그런 뜻을 가지고 지속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돈의 맛을 느낀 주부들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계」조직을 넓혀 나가면서 계모임이 늘어나고 곗돈의 액수가 커지고하니까 결국 이해관계가 성립되지 않을 수 없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사회의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이런 금전관계의 이해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찾을 수 있다. 돈에는 남편도 누구도 없다는 처절한 이기주의와 허무만이 남게 된다. 결국 돈 잃고 가정도 잃는 불행이 얼마나 많은가?
신앙인의 경우는 하느님까지 잃게 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