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그 자신이란 무엇인가.
존재 안에 질문과 대답을 이토록 충실하게 기록한 글을 일찌기 기억하기가 어렵다.
인간이란 어두운 이름、어두운 얼굴이며 매일매시가 두렵고 험난하고 외롭다.
그러나 풍요한 뜻과 헤아릴 수 없는 심연을 가지는바 한없는 깊이에서 끝없는 높이에로 떠밀어 올리는 건강한 완력으로 지탱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간혹은 등불을 손에든 이가 있어 그 자신과 다른 여러사람의 위태한 발걸음을 비추어준다. 고익(共益)의 사람이다.
金정훈 副祭 미지의 한 젊은이는 <山、바람、하느님 그리고 나>라는 한권의 책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는 책이라기보다 그 마음을 비추던 거울이요 자기를 불속에 집어넣고 굽던 준렬하고 아름다운 소성(燒成)의 기록이다. 책으로 엮으리라는 의도가 추호도 없었느니 만치 전문(全文)이 순수、적라하며 독자를 의식하지 않고 오직 그 스스로의 영혼을 바라보면서 영혼의 독백내지는 그 지침서로 쓰여졌음이 더우기나 이채롭다.
고결하고 섬세한 감성、겸손과 지혜와 착함이 꽃펴있다. 이제 김정훈은 미지의 사람이 아니고 지면의 한 친구이며 어떤 의미론 우리가 따르기 어려운 선주자 (先走者) 의 하나이다.
그는 사제의 길을 택했었다. 진리와 생명을 높이 대접하면서 그리스도안의 그리스도적 분신으로 살고자한다. 그토록 긴밀한 신과의 관계、한시도 쉬지 않는 자아성찰의 줄기찬 축、민감하고 순수한 가운데 지혜롭고 겸손하기가 또한 이를데 없다. 스스로를 낮고 어리게 자처하고 있으나 자질 (資質) 과 성숙의 뛰어난 값으로하여 어쩔 수 없이 발군의 능자 (能者) 가되어버리고 있다.
겨우 30년을 채운 짧은 생애 중 마지막 6년간의 그의 일기들은 정밀한 렌즈로 들여다 본 한인간의 거짓 없는 그 자아 (自我) 이다. 고뇌와 땀과 무수한 불면을 사이에 두고 전신발열、전력투구로 자기 자신과 대결하고 있어 자못 심각하고 감동적이다.
오늘 이 한권의 책은 우리 모두에게 귀중한 것을 일깨우는 선명한 음성이며 어쩌면 그 이상의 것이기고 할 듯 싶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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