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공현축일(公顯祝日) 전례는 성탄시계(時季)의 제 2의 절정을 이루고 있다. 성탄이 그리스도교의 친숙하고 가족적인 축일이라면 공현축일은 가톨릭교회의 세계적 축일이다.
주의 공현축일은 아기 예수의 역사적 사건보다도 하느님의 아들이 세상에 나타나심을 더욱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이 축일은 主의 公顯, 즉 주님이 전 세계에 나타나심을 공적으로 경축하는 날인 것이다.
이 축일의 사상은 주님의 생활에서 있었던 다음의 세 가지 모습으로 표현된다. 동방 세 박사의 예방(禮訪)(마태오 2ㆍ1~12) 요르단 강에서의 예수의 세례(마태오 3ㆍ3~17) 그리고 가나의 혼인잔치에서의 첫 기적(요한 2ㆍ1~12) 이라는 세 가지 救世史의 사건이 포함된다.
東方교회에서는 두 번째 모습인 예수님의 세례(그들은 이 축일을 요르단의 축일이라고 부름)를 첫 자리에 놓고 있으며 西方교회에서는 동방박사의 예방이 첫 자리에 위치하고 있고 왕들의 축일이라고 부르고 있다.
주의 공현축일의 보다 깊은 뜻을 이해하기 위해서 동방교회에서 보는 두 가지 관점을 놓고 살펴보기로 한다. 동양에 있어서 한 황제가 어떤 고을을 예방할 때 온갖 조명이 비치는 가운데 장엄하게 환영을 받았다.
그리고 왕은 고을 사람들에게 축제를 베풀어 주었고 진수성찬을 차려주었으며 특사도 베풀어 주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이러한 장엄한 예방은「EPIPHANIA」(신의 발현)라고 부르면서 마치 하느님 자신이 세상에 내림하신 것처럼 생각했었다. 하느님의 발현이 바로 그리스도의 位格안에서 실현되었고 그리스도는 하늘나라의 왕으로서 당신 고을인 교회에 나타 나셨다. 그리스도는 당신의 모든 영광을 드러내셨고, 백성들의 기쁨과 환희에 넘치는 가운데 주님을 영접하였으며, 주님은 성체의 잔치를 그들에게 준비하셨던 것이다.
동방(東方) 교회에서 보는 둘째 관점은 동양에 있어서의 잔치와 관련 시켜서 보는 것이다. 이 잔치는 보다 장엄하고 성대하게 배풀어 졌고 며칠 동안 계속 되었다. 그러기에 동양 사람들에게 있어서 행복한 삶을 잔치와 비교해서 표현하였던 것이다. 잔치의 비유는 전통적인 성서적 모습이다. 물론 전례적 비유이기도 하다.
그리스도는 장부처럼 이 세상에 오시고 구속은 교회와 그리스도와의 혼인인 것이다. 그리고 성체성사는 혼인잔치인 것이다. 이 두 가지 비유가 주의 공현축일에 내포되어 있다. 하늘나라 왕이신 그리스도는 당신의 고을에 들어가시고 당신의 아내인 교회와 혼인잔치를 성대하게 베푸신다. 하느님의 자녀들인 우리는 이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은 것이다.
이 축일의 미사는 동방박사(東方博士)들의 인도 하에 봉헌된다. 이 축일은 이방인들의 교회의 축제로서 모든 백성이 영적(靈的)으로 한 곳에 모여 베풀어지는 날이다. 제 1독서는 이사야 예언서의 환희에 넘치는 구절의 하나인「예루살렘아,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야훼의 영광이 너를 비춘다...」(이사야 60ㆍ1~6)라는 구절이다. 야훼께서 예루살렘에 찬란한 빚을 비추어 이방인들에게 처음으로 나타나신 이야기이다.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감상적으로 머물 것이 아니라「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엎드려 경배했다.」는 구절에 그들과 함께 무릎을 꿇고 경배해야 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 이스라엘 이외의 세상에도 하느님의 빛과 영광이 드러났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별들 가운데 나타난 표지와, 유태인들의 예언에 의하여 동방에서-아마 페르샤나 바빌로니아나 아라비아일 것이다-를 그린 장면은 까따꼼바 시대부터 예수의 공현을 묘사하는 방법으로 즐겨 사용해 오고 있다.
미사성제에서 이 비유가 실현되고 있다. 봉헌이 시작되면서 우리는 동방박사들과 더불어 제단에 나아가며 우리 자신이 동방박사가 되어 오늘의 왕적 선물을 주님께 봉헌하게 된다.
동시에 우리는 하늘나라 임금님께 경배를 드리는 이방인들을 대표하는 것이다. 봉헌기도에서는 동방박사들의 선물의 의미를 영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이 왕들의 선물은 바로 교회의 선물로서 황금과 유향과 몰약의 보다 값진 선물이며, 이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 자신의 봉헌이기도 한 것이다. 황금처럼 순수한 헌신과 유향처럼 아름다운 제물과 몰약처럼 희생된다는 뜻이 내포되어있다. 미사의 몇 가지 전례를 통해서 이 축일의 의미가 보다 신비롭게 상징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입당송에서 하늘나라 임금님의 입성(入城)이 기록되어 있고 봉헌기도에서는 선물을 봉헌하기 위한 동방박사들의 예방이 표현되어 있다. 두가서 독서에서는 예언과 실현으로서 아름답게 비교되고 있다. 그러기에 이 축일을 왕들의 미사라 부를 수 있으며 미사서제의 보다 전형적인 모델인 것이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우리자신을 산 제물로 봉헌해야하고 황금보다 값지고 유향보다 거룩하며 몰약보다 더 쓴 헌신을 해야 할 것이다.
주의 공현축일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결코 아기예수의 성탄에 감상적이고 환애적인 신앙에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온 세상에 공현된 주님께 보다 성숙한 신앙인으로서 생활 해야겠다.
우리 모두는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의 증거자로서 이 세상 모든 분야에서 보이지 않는 그리스도의 빛과 영광과 사랑을 증거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현축일을 맞이하는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일 것이다.
「예루살렘아 머리를 들어라 세상을 건설하고 진리를 탐구하는 많은 무리를 보아라. 연구실과 스튜디오에서 사막과 공장에서 그리고 사회의 구렁텅이에서 너는 고통에 신음하는 이 모든 사람들을 보고 있는가? 예술과 과학과 사상으로 이 세상을 밝게 하는 이 모든 것들이 다 너를 위한 것이다. 자 나아가자. 네 팔을 벌리고 마음을 열어라. 인간의 모든 고뇌를 너의 주 예수께서 받아들이신 것처럼 하여라...」(떼이야르 드 샤르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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