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생을 나병과 싸우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이 땅에 심어 온지 40여년. 헌신과 봉사의 40년은 비록 사회를 잊어야 하는 어두운 환경과 그 속에서 병마와 싸워야하는 아픔의 연속이었지만 한 나환자가 심은 사랑의 씨앗은 이제 그 아픔과 소외를 뒤로하고 풍성한 열매로 나타나 구라주일을 더욱 풍요롭게 장식해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張順業 회장.
현재 성 라자로 마을(경기도 시흥군 의왕면 오전리) 사목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는 정 회장은 18세 때인 1936년 소륵도에 입원하면서 애절한 투병생활과 함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40년간 장 회장을 통해 가톨릭에 귀의한 나환자는 줄잡아 2천여명. 그 2천여명의 나환자들은 현재 소록도를 비롯、전국 각 나환자 정착촌에 입주、어려움 속에서도 동료 나환자들을 격려해가며 각기 참다운 신앙생활을 쌓아가고 있다.
나환자들 사이에서「숨겨진 성자」로 통하는 장 회장은 1918년 경남 진양군 문산면에서 4대째 내려오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12세 때 당시 불치의 병으로 알려진 나병이 발병、어두운 삶이 시작된 장 회장은 18세 때 소록도에 입원했다.
자신도 환자이면서 더 불행한 환자들을 돕기 위해 소록도 內 의료부에서 의학 기초를 배우며 조수직을 맡기도 한 장 회장은 소록도 內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바쁜 투병 생활 속에서도 신앙의 기쁨을 동료 환자들에게 전하는 일에 모든 열성을 쏟았다.
장 회장의 모범적인 신앙생활과 온후한 그의 인품은 동료 환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쳐 61년 소록도 성당이 신축될 당시 총 신자수가 1천 2백명을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30여년간 소록도를 떠나지 않으면서 복음전파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장 회장이 처음으로 맛본 기쁨의 선물이었다.
75년 라자로 마을에 입원、성당 사목회장을 맡아온 장 회장의 숨은 업적은 지난해 9월 6일 장 회장의 회갑날 비로소 드러났다.
소록도와 전국 각 정착장에서 그를 존경하고 라자로 마을에 모여 장 회장을 위한 회갑 잔치를 마련했던 것. 이날 라자로 마을 성당에서 이경재 신부 집전으로 봉헌된 축하 미사에서는 그동안 장 회장이 숨어 행해온 미담들이 소개돼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았고 자신의 회갑잔치를 몰랐던 장 회장은 다시 한 번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날 수원 교구장 김남수 주교는 환자의 몸으로 일생을 복음전파에 힘써온 공로를 기리는 감사장을 장 회장에게 수여했다.
건강한 신자로서도 어려운 복음 전파의 길을 오직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신념으로 걸어온 장 회장은『남은 생애도 하느님의 뜻에 따라 계속 노력할 따름』이라고 겸손해했다 『나병에 걸린 것도 하느님의 뜻이었지요. 제가 건강했으면 어떻게 소록도에서 전교의 사명을 다 했겠읍니까? 하느님께 감사드릴 뿐입니다.』힘주어 말하는 장 회장의 신념 속에서 고통 받는 나환자들의 희망과 용기를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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