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와 보속의 사순절을 맞아 지난 3일부터 서울 명동성당에서는「복음적 교회상」을 주제로 한 김영환 신부(대건 신학대 신학원장)의 사순절 특별강론이 시작됐다. 본사는 이 강론을 5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註>
현대는 모든 분야에 있어 급속한 물질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과거 어느 때보다 물질적 풍요를 만끽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물질적 풍요 속에 사는 현대인은 거대한 매카니즘 속에서 인성의 바탕을 상실하고 방향감각을 잃을 때가 많다.
오늘날과 같이 신생종교가 범람했던 때도 없다. 그러나 2천년이란 긴 세월동안 진리와 사랑ㆍ인류의 행복을 약속한 그리스도교를 마다하고 새로운 정신문화、위안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교회는 모든 방면에서 인류의 지도장이면서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크리스찬들은 이러한 신생종교를 물질문명에서 오는 폐단이며 개인의 이기심ㆍ욕심에서 나오는 무가치한 것들로 단정하기 쉬우나 그들에게서 창조적ㆍ인격적인 면을 찾고 달갑지 않은 요소를 긍정적으로 수용하여 우리의 자세와 비교ㆍ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2천년전 그리스도가 설교를 시작하고 현재까지 유일무이의 진리인 그리스도교가 다원화된 사회의 요구에 긍정적인 답을 해주지 못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현대인이 추구하는 인간의행복은 안일무사와 물질적 요구 뿐만 아니라 정신적 위안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정신계에서는 종교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사조까지 대두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하느님 없이 더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이 시점에서 크리스찬 자신들은 교회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리스도는 왜 세상에 오셔서 교회를 설립하셨는가.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창조물인、인간의 조건을 너무나 잘 알고 계셨기 때문에 그 조건에서 가장 쉽게 구원의 복음을 인식시키기 위해 같은 조물의 형태를 취하셔서 세상에 오셨다. 당신의 모습을 변화하면서까지 인류를 구원하려던 하느님의 성의와 노력은 하느님의 자비요 사랑인 것이다. 하느님은 그리스도로 하여금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 생활케 하시고 모범생활을 보여주셨으며 자신의 대인、인류구원의 대행기관으로 교회를 세우셨다.
하느님이 인류구원의 대행기관으로 세우신 교회는 막연한 영신적 존재가 아니고 가시적인 것과 합하여 마치그리스도가 하느님이시면서 동시에 인간이신 것처럼 구원의 교회도 보이는 형태로 존재 한다. 이러한 교회는 바로그리스도를 대변하는 기관인 것이다.
그리스도교는 하느님과 인간과의 관계에 있어 하느님이 먼저 인간을 찾으시고 스스로 사람에게 내려오시며 이니시어티브를 하느님이 갖고 계신종교이다. 전능하시고 인간을 창조하신 하느님이 피조물을 위해 내려 오셨다는 사실은 그리스도교가 유일무이한 계시 종교이며 구원종교라 자처할 수 있는 확실한 증표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 교외에 그 원종교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원의 진리 참 기쁨이며 영원한 행복인 신앙이 무미건조하고 거절당하여 외면당하는 현상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너무나 자명한 진리가 용납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늘날 우리의 신앙은 마리아 막달레나가 빈 무덤에 가서 예수를 찾았을 때 당연히 계셔야할 그리스도의 부재에 느낀 허전함을 느끼고 있는 것과 같다. 고도로 발달한 물질만능ㆍ무신론이 복음의 전파를 전적으로 방해하는 요소는 아니다. 그런 주장들은 엄연히 존재하시는 하느님을 모시는 그리스도교를 전면 거부할 만큼 강력하지 못하다.
그렇다면 많은 신학자들이 그리스도교의 교리 신학ㆍ철학에 대해 열심히 설파해도 도외시 당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늘날 교회의 현주소는?
교회는 성직자ㆍ수도자ㆍ평신자 그 어느 개인의 것이 아니고 여러 지체가 모인 통일된 유기체이다. 유일 무이의 구원 종교라 자처하는 교회가 구원의 진리를 보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지체의 마비로 온통 마비되어 있다면 근본적으로 신앙인 모두가 책임 의식을 느껴야 한다. 사회를 이끌고 인류의 행복을 약속한 교회가 신앙인과 비 신앙인의 차이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지도하는 사제단이나 실천 않는 신자모두의 책임인 것이다. 교회보다 더 사랑을 부르짖는 단체가 없으면서 그 사랑의 실천 방법을 모르고 있을 때 신학적 철학적 근거도 소용이 없다.
우리가 신앙을 생활하지 않고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보여준 그 태도를 본받지 않으면 사회는 교회를 거부하고 투쟁하며 냉대하는 것이 자명하다 오늘날 교회의 현주소는 바로 여기에 있다. 현주소에서 우리는 세상에 참 그리스도를 증거 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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