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8월 6일은 「주님 거룩한 변모 축일」이지만, 이 축일의 복음에 대한 묵상은 지난 사순 제2주일에 이미 했으므로, 중복을 피라기 위해 오늘은 순서에 따라 연중 제18주일의 복음말씀을 묵상한다】
오늘 복음의 말씀은 결국 죽어서 썩어 없어지고 마는 것 같은 지상적 삶의 無常함과 죽음의 냉엄함을 의식하면서 들을 때 그 깊은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사순 제1주일 복음 말씀을 통해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사람이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사람에게는 빵, 음식에 대한 굶주림만이 아니라, 인생의 참된 의미에 대한 굶주림도 있다. 아무리 의식주가 보장되어 있고, 주체할 수 없이 많은 재물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인생은 허망하게만 보일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참 생명」에 대한 갈증을 보여주는 예들이다. : 왜 사는가? 잘 산다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것인가? 과연 잘 먹고 잘 쓰고 잘 노는 것만이 우리의 인생을 의미있게 하는 것인가? 그런데 결국 인생은 죽어 썩는 것으로 끝장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인생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인생의 참된 의미는 무엇인가?
그런데 세상에는 이 갈망을 채워줄 것 같은 많은 손짓들이 있다. 여기저기에서 『나를 가지기만 하면 당신은 인생의 참 의미를 얻게되고 행복해 질 수 있다』라며 손짓하고 있다. 「돈」, 「권력」, 「명예」, 「성적 쾌락」등이 바로 그 대표적 예들이다. 이런 손짓들을 배경으로 삼고 들으면 오늘 복음의 다음 말씀은 더욱 강하게 우리 마음에 다가온다. :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영원히 살게 하며 없어지지 않을 양식을 얻도록 힘쓰라』이 말씀은 경고의 말씀이다. 이 세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전력추구하고 있는 것들이 결국에 가서는 『썩어 없어질 것 들』에 대한 추구요, 「바람을 잡으려는 듯한」허망함에 대한 추구가 아닌지 반성하게 하는 말씀이다. 그렇다고 오늘 복음 말씀이 먹고 마시는 것 자체, 물질적 재물에 대한 염려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가르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이 지상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그런 것들은 필수적인 것들이다. 그것이 불필요한 것이라고 예수께서 생각하셨다면 「빵을 많게 하여 군중을 배부르게 하는」기적같은 것은 행하지도 않으셨을 것이다. 더구나 그러한 물질적 재물에 대한 염려가 가족의 생계라든가 남을 돕기 위한 염려라면, 그것은 예수님의 근본가르침인 「사랑의 실천」의 차원에 있는 행위이다. 그러나 오늘 복말씀은 자신들의 삶의 방향을 먹고 마시고 즐기는 데에만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경고의 말씀이다. 그들의 삶이 결국 『썩어 없어지고 말』허망한 것에 대한 추구로 끝나지 않도록 하라는 경고의 말씀이다.
다른 한편 오늘 복음말씀은 다음과 같이 적극적으로 초대하기도 한다. 『내가 바로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고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복음사가는 사람이 어떻게 죽음을 극복하고 참 생명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인생의 근본문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답을 준다. : 예수는 하느님의 아들이요 그리스도이시며, 그분 자신이 『생명, 생명의 빛, 생명의 빵』이시기 때문에 그분께 대한 믿음을 통해 그분과 연결되어 있으면 참 생명을 갖게된다고 선포한다. 이 참 생명은 먼 훗날, 죽은 다음에서야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주 예수님을 믿고 살 때, 이미 현재에 시작될 수 있다고 요한 복음사가는 매우 강조한다. 참 생명이 비록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예수님을 진정으로 믿고 살 때 이미 시작되며, 이렇게 시작된 생명은 죽음의 문을 넘어설 수 있고, 종말 때에 완성된다고 본다.
그런데 믿음과 관련하여 오늘 복음에 매우 주목할 만한 말씀이 또 하나 있다 : 『하느님께서 보내신 이를 믿는 것이 곧 하늘의 일을 하는 것이다』이 말씀을 곰곰이 생각해보자. 『믿는 것이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이라면, 이런 하느님의 일은 건강하거나 젊은 사람들만이 아니라, 병든 사람이나 늙은 사람들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 이른 바 성공했다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교회 안에서마저 많은 사람들이 『나는 늙고 병들어서 교회에서 아무 일도 할 수 없어!』하며 하소연하곤 한다. 또 다른 사람들도 그런 「늙고 병든 사람들」은 교회를 위하여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며 그들의 존재를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믿는 것이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이라는 오늘 복음 말씀은 이러한 태도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밝혀준다. 이 말씀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외적인 교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 못하지만, 얼머나 많은 분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느님의 일」을 많이 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고, 그분들의 그런 「일들」에 대하여 고맙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어떠한 처지에서라도 「하느님의 일」을 할 수 있다는 확신도 가질 수 있다. 오히려 가진 것이 없어 자기자신에게 의지할 것이 없을 때, 하느님을 더 의지하고 살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 「하느님의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물질적으로 가난하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믿음이 더 약해지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이 세상의 삶을 다 마치고 하느님께 돌아가기까지 우리는 모두 「믿음」속에 머무르려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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