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형제 자매여러분!
주 예수그리스도의 부활축일을 맞이하여 여러분에게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을 감싸주시고. 그 부활의 광명이 우리 모두를 환히 밝혀주시며. 그 부활의 기쁨이 마음깊이에서 용솟음치기를 빕니다.
I 부활의 의미
그리스도의 부활은 진정 인류역사에 있어서 뿐 아니라 우주의 모든 피조물을 위해서 새로운 차원(次元)의 기원(紀元)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가 부활하심으로써 인간을 비롯하여 우주만상이 죽음과 멸망의 지배에서 벗어나 결정적으로 구원된다는 기쁜 소식을 아울러 전하기 때문입니다.
부활이란 무엇을 뜻합니까? 인간의 지혜로써 규명할 수는 없읍니다. 그만큼 한없이 깊은 신비 입니다. 십자가의 어리석음이 있듯이 부활의 어리석음도 있읍니다. 십자가를 통한 구원을 어리석다고 보고 비웃는 사람은 부활을 역시 어리석은 소리라고 비웃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가 바로 이 같은 비웃음을 받은 사람이요(사도17 ㆍ6) 또한 다른 사도들과 같이 그 역시 이 부활의 믿음 때문에 박해를 받고 재판을 받았읍니다.(사도 23 ㆍ6).
이렇게 우리의 믿음과 우리가 전하는 복음의 모든 내용은 부활에 달려 있읍니다. 부활 없으면 믿음도 헛되고 복음이 구원의 기쁜소식이 될 수 없습니다.(1코15 ㆍ14)
그리스도의 부활이 뜻하는 것은 단지 그의 이름, 그의 말씀, 또는 사상이 우리의 기억 속에 살아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가 살아 있다는 것은 우리의 기억이나 추모의 덕이지 그자신의 생명으로 말미암아서가 아닙니다. 또한 그리스도의 부활이 뜻하는 것은 라자로의 부활과 같이(요한11 ㆍ38-44) 죽었다가 자연 생명에로 다시 돌아온 것도 아닙니다. 이런 부활은 결국 죽음의 지배를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죽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이 죽음을 쳐 이기고 승리하여 불멸의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살아나서 죽음의 지배를 전혀 받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로마6 ㆍ9). 부활은 이렇게 자연생명의 소생(蘇生)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생명이야말로 참된 생명입니다. 우리의 자연생명은 죽음의 운명을 면치 못하지만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생명은 죽음의 그림자도 있을 수 없고 영원히 살고 또 살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은 죽음입니다. 어떤 강한자도. 어떤 권력자나 지식이나 과학의 힘도 죽음 앞에서는 무력해지고 맙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삼키고 마는 것이 죽음입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의 부활은 바로 이 죽음을 - 성경 말씀대로 마지막으로 물리칠 원수인 이 죽음을(시편8 ㆍ6 ㆍ1코15 ㆍ26)-처 이긴 것입니다. 그리하여「승리는 어디 갔는냐? 죽음아 네 독침은 어디 있느냐?」라는 성경말씀이 이루어질 것입니다.(이사야 26 ㆍ8.1코15 ㆍ54-55)
II. 그리스도의 부활은 우리 부활의 근원
예수께서 이렇게 부활하심으로써 그분은 진정 우리 모두가 역시 죄와 죽음에서 구원되고 영원한 생명을 누릴수 있게 해주셨읍니다. 바로 세상을 구하는 메시아 곧 그리스도가 되셨읍니다.
「주(主)예수」라는 말은 곧 예수께서 이렇게 세상 모든 것을 지배하는 죽음까지 굴복 시킴으로써 암으로 모든 것을 다스리고 부활의 은총으로 구원하시는 주님이 되셨다는 뜻입니다. 이 표현 속에는 부활하신 예수님이 우리 모두의 생명의 근원-죽음의 지배를 받지 않는 불멸의 생명 곧 영원한 생명의 근원이 되셨다는 것(요한5 ㆍ2)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성경 말씀대로 「예수는 주님이시라고 입으로 고백하고 또 하느님께서는 예수를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리셨다는 것을 믿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로마10 ㆍ9)
예수님은 바로 이 같은 구원 곧 부활의 생명을 우리에게 주시기 위해 오셨고 또한 십자가에 죽으셨습니다. 예수님 스스로「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 것이다.」(요한11 ㆍ25)또「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 하려고 왔다.」(요한10 ㆍ10) 하신 말씀 등은 바로 이런 뜻에서입니다.
정년 성경은 그리스도의 부활 속에 우리의 부활이 내포되어 있다는 기쁜 소식으로 가득차 있읍니다. 이 부활의 확고한 희망과 부활의 빛을 받아 쓰여진 책이 성경이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때문에 성경은 참으로 구원과 생명의 책입니다. 특히 사도 바오로는 거듭거듭 이 믿음과 이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로마6 ㆍ4~5:6 ㆍ9:7 ㆍ4:8 ㆍ34:1코4 ㆍ14:5 ㆍ15: 에페소2 ㆍ4~7:필립3 ㆍ10~11:골로세2:3 ㆍ1 등등). 한마디로 우리도 주 예수를 믿으며 살때 그분과 함께 죽고구분을 닮은 모습으로 그분과 함께 영생에로 부활할 것입니다. 「썩을 몸으로 묻히지만 썩지 않는 몸으로 다시 살아납니다. 천한 것으로 묻히지만 영광스러운 것으로 다시 살아납니다. 약한 자로 묻히지만 강한자로 다시 살아납니다. 육체적인 몸으로 묻히지만 영적인 몸으로 다시 살아납니다.」(I코15 ㆍ42~44)
예수님의 부활은 이 같은 구원이 기쁜 소식을 우리 모두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III 부활은 하느님의 사랑의 계시(啓示)
여기서 우리는 우리에게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한없이 넓고 깊은지를 짐작할 수 있읍니다. 강생과 십자가의 죽음에 있어서와 같이 우리는 부활에 있어서도 당신 자신을 남김없이 주시는 그리스도를 만나며 아울러 이 그리스도와 함께 무엇이든지 주시는 하느님의 한량없는 사랑에 접하게 됩니다(로마8 ㆍ32) 실로「한없이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그 크신 사랑으로 우리를 사랑하셔서 잘못을 저지르고 죽었던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려 주셨읍니다.(에페소2 ㆍ4~5).
우리는 이렇듯 부활의 은총으로 구원을 받았읍니다. 그리하여「하느님의 본성을 나누어 받게 되었습니다.」(II베드로1.4) 인간이 고구하고 존엄한 이유는 그리스도를 통해서 나타난 바로 이 하느님의 사랑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사랑자체이신 하느님이 인생과 세상이 던지는 모든 의문과 탐구. 회의과 불안. 번민과 고뇌. 소망과 이상에 대해서 주신 결정적인 해답입니다. 하느님께서 인생과 역사의 어두움을 구원의 빛으로 밝히시면서 우리에게 생명에 가득찬「사 희망을 안겨주는」(II베드로 1.3) 해답입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실로 우리를 죄와 죽음의 예속에서 풀어주시고. 신부재(神不在)의 물질적 비인간화(非人間化)에서 구하시어 참된 인간으로 우리를 재생시키는 생명의 원천이십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정녕 우리의 자유와 해방의 주(主)이시요. 정의와 진리. 생명과 구원의 빛 이십니다. 그리스도는 또한 부활하심으로써 죽음의 절벽을 무너뜨릴 뿐 아니라 인간세계를 갈라놓는 모든 분열의 담을 헐고. 불의와 부정. 폭력과 억압. 불평등과 차별의 뿌리를 뽑으심으로써 당신의 사랑과 평화가 지배하는「하느님의 나라」이 사랑과 평화로 일치된「메시아적 백성」(교회헌장9항)을 탄생 시켰읍니다.
그리하여 부활하신 그리스도 안에는「유대인이나 그리이스인의 차별이 없고 종이나 자유인. 남자나 여자의 차별 없이」(갈라3.28)모두가 당신 안에 형제적인 유대로 하나 되게 하셨습니다.(同上)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참으로 인생과 역사의 주(主). 그 의미자체이십니다.
기뻐하고 즐거워합시다. 주 참으로 부활하셨읍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다시금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이. 그 「산 희망」이 가득하기를 기원해 마지않습니다.
1979년 부활절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추기경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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