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이벽은 조선에서 성교도리를 연구하며 이승훈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1784년(갑진년) 3월 24일 이승훈이 서울에 당도하여 이벽에게 성서와 십자고상 및 여러 가지 성화ㆍ 성물을 갖다 주었고 거기서 보고 물은 바를 소상히 애기했다. 이벽은 그 교리에 감탄. 이승훈에게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요한 세자 명으로 세례를 받았다. 따라서 국외서는 이승훈이 국내서는 이벽이 제일먼저 영세를 한 것이다.
그 후 이벽은 이승훈에게 받은 성서를 껴안고 고요한 집 한 채를 세내어 그곳에서 더욱 깊이 교리를 연구ㆍ 묵상했다.
칠성사와 교리ㆍ 성경을 해석하고 매일 성인행적을 탐독하는 것과 경문의 가장 필요한 것을 습득했고 자기성화에도 노력하는 한편 동포들에게도 천주의 은혜를 깨닫게 하려고 그곳을 떠나 이승훈과 같이 정약전ㆍ정약용을 찾아갔다. 그리고『과연 이「도」는 참되고 아름다운지라 마땅히 성교를 전하여 모든 이를 가르쳐야 되지 않는가?』고 말했다.
그는 먼저 학덕이 탁월한 이를 골라 정상급 실학자들부터 입교 시켜야 한다고 생각. 교리를 가르치고 권고하니 입교자가 많아졌다. 그 가운데 최창현ㆍ최인길ㆍ김종규 등이 즉시 입교하여 사방으로 편력하며 전교하여 당대 저명인사 1백여명이 입교하게 됐다. 그러던 중 반대파 학자들은 나라에 상소장을 거듭 올렸는데 특히 앞장선 사람은 이가환이었다.
어느 날 그는 이벽과 공개토론을 가져 이벽으로 하여 금성교를 버리고 유교로 돌아오게 하려고 억설반론을 폈으나 이벽은 청산유수로 성교도리를 벽파하여 이가환을 굴복시켰다. 이를 지켜본 다른 이들이 이벽 변론의 지당ㆍ 정확함을 칭찬했다. 이 공개토론은 많은 이가 성교에 들어오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그러나 또다시 반대파 이기양이 벼슬 높고 학식도 탁월한 이가환이 공개토론에서 졌다는 소식을 듣고 시기지심에 북받쳐 이벽에게 대항했다.
이벽은 이기양에게도 이가환에게와 같은 변론으로 성교도리를 해박하게 설명하여 이겼다. 그 후 이기양이 천주교를 사교라 칭하여 책을 만들었으니「벽위편」上ㆍ下 두 권이다.(註ㆍ 1931년 발간)
성교 근거를 더 확고히 하려고 이벽은 학덕이 출중하고 지위가 높은 학자를 포용하기로 뜻을 세우고 양근(註ㆍ현양평군 당생면 대석리=보통대감마을)으로 내려가 고려 때부터 이조시대까지 대대로 벼슬을 해온 권씨 문중에 찾아 갔다. 이벽은 권씨 문중이 사방에 많은 제자들을 두고 있어 이 문중에 성교를 전하면 자연 그 제자들에게도 전파될 것을 감안했다. 이벽은 권철신 권일신 등 권씨 문중을 다 회두시키는데 성공했고 권일신(요한)은 1786년부터 만 3년간 가성직 계급시절에 주교 노릇까지 한 사람이다.
신자수가 많아지자 반대파의 충동으로 김화전이 성교를 박해하기 시작하여 을사년(1785년)에 이벽 이승훈 권철신 권일신 정약전 정약용 등 실학파 신자들은 명예동 김도마(범우) 집에서 이벽이 사회하는 종교집회를 계속하던 중 다 같이 체포 투옥됐다. 이것이 첫 박해.
지체 높은 학자들은 다 석방됐으나 김범우만을 충북 단양으로 귀양 보냈고 그곳에서 장독으로 임종하니 조선천주교회의 첫 순교자가 되었다.
그 무렵 이벽의 앞길에는 큰 장애물이 생겼으니 성미가표 독한 그의 부친(李부萬)이 아들 이벽이 친교 하는 것을 역겹게 생각하고 아들을 괴롭혀 배교토록 종용했다.
효도의 철칙을 받아온 이벽은 천지가 아득해져서 강박하는 아버지의 협박에 견디지 못하여 배교하겠다는 말을 않고 신덕을 버리는 시늉을 했다.
이벽은 심한 양심의 가책을 느껴 밤에도 잠을 못 이루고 입맛도 잃어갔다. 얼마나 마음아파 했던지 이벽은 영세한지 2년만인(1784~1785) 을사년 봄에 3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묘소는 현재 포천군 내촌면 화현리 신기동 남향에 아무 비석도 없이 방치상태에 놓여있다. 저서로는「숭례의 설」(崇?義說)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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