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장마 비처럼 내린 비는 이튿날(4월 17일) 아침이 되어도 그칠 줄 몰랏다. 그러나 베버 총원장과 엑카르트 신부는 계획된 지방 여행길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첫째 목표는 안성 이었다. 안성은 한국인 1만5천 日인 기백명이 살고 있는 소도시였다.
두시간 후 성환역에 내리니 구름한 점 없는 맑고 밝은 날씨가 베버 원장 일행을 맞이했다
거기는 간밤에 비가 안왔다 그들은 무거운 짐을 지게군에게 맡기고 안성을 향해 먼지투성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도중 어느 산기슭에서 잠시 쉬었다.『한국의 새들은 잘 울지 않는다』는 말을 늘 들었었다. 참말이지 새들의 노래소리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종달새만은 하늘높이서 지저귀며 창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지 않는가!
다시 길을 떠나 얼마 후 언덕으로 산맥을 이룬 지대에 이르렀다. 그 뒤에 교우마을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벌써 마중 나오는 사람들로 언덕길이 떠들썩해졌다. 15분후 일행은 교우촌에 다달았다. 곧 그들은 그 공동장 집 사랑으로 인도되어 거기서 정식으로 한국식영접을 받았다
너댓줄로 나열된 밥상 위에는 북어와 포외에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여러 가지 음식이 차려져있었다. 물론 김치와 깍두기가 이축에서 빠질리 없었다. 식사대접을 받은 베버 총원장 일행은 성당으로가 공베르(공) 신부 댁에서 그날 밤을 지냈다.
이튿날 점심을 먹고난 다음 베버총원장은 엑카르트 신부와 같이 노새를 타고 미래내로 향했다.
저녁 늦게야 미리내에 도착하여 그곳 본당 한국인 강마르꼬(도영) 신부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미리내는 비록 마을자체에는 1백50명의 교우밖에 없지만 인근지방의 2천4백명의 교우까지 맡아봐야 하는 큰 본당이었다.
이튿날 일찍이 베버 총원장은 페레올(고) 주교와 김안드레아 신부 산소를 참배했다.
박해 때 교우들이 이두증거자의 신체를 보호하고자 서울서부터 멀리 이곳 산골짜기에 모시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 후 김 신부의 신체는 시복수속을 위해 용산신학교 성당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교우들은 아직도 그분에 대한 추억과 사랑에서 비록 빈 무덤이지만 이에 대한 존경을 잊지 않고 있다.
이어 베버 총원장은 강 신부의 안내로 인근의 산을 산책했다. 베버 총원장은 깊은 산 중에서 여러가지 식물의 다채롭고도 맑은 색깔에 새삼 놀라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한국인이나 일본인이나 다자연을 대단히 사랑한다. 그러나 자연을 대하는 자세는 판이하다. 일본사람들은 봄이면 꽃을、여름이면 푸른가지를、가을이면 단풍을 한 아름씩 꺾어다가 꽃병에 꽂고 바라보며 즐긴다. 이렇게 일인은 자연을 소유하려한다. 일인은 물질주의자다.
반면 한국인은 자연을 그대로 두고 바라보며 명상에 잠긴다. 한국인은 꽃이나 단풍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절대로 그것을 어두운 방에 가두어두려 하지 않는다. 보고 싶으면 차라리 다음날다시 찾아 나선다. 한국인이 집으로 갖고 돌아오는 것은 자연자체가 아니고 자연의 관찰에서 얻은 순수하고 맑은 색깔이다. 이 색깔을 그들은 옷에서 표현하여 자녀들에게 전한다. 이런 것이 한국 민족 고유의 감수성이요 예술적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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