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열두살 나던 해 그의 부모는 예루살렘의 바스카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순례의 길을 떠났었다.(루까2、41이하 참조) 그래서 부모를 따라가던 예수도 聖都로 향하여 순례의 길을 오랫동안 가면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다가와 멀리 시온을 볼 수 있게 되자 기뻐 날뛰며 그 유명한「시온으로 오르며 부르는 노래들」(시편120~134)을 순례자들 틈에 끼어 힘차게 불렀을 것이다.「주님의 집에 가자 할제/나는 몹시 기뻤노라/예루살렘아、네 성문에 우리 발은 이미 서있노라/너 예루살렘은 그 짜임새 멋지게 이룩된 도성/지파들이、주님의 지파들이 저기 올라가도다/이스라엘 법을 따라 주님의 이름을 찬양하러」(시편 122、1~4) 유대인들이 매년 빠스카 축제를 지낼 때 반드시 낭송하던「시편113~118」을 그는 또한 얼마나 자주 불렀을까. 그가 마지막으로 제자들과 함께「할렐」을 읊은 것은 다락방에서 최후의 만찬 때였다. 그가 유태인의 율법과 로마의 平和를 모독하고 해친 國史犯으로 十字架에 처형 되기 전날 저녁이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예수는 처절한 목소리로「할렐詩人」의 목소리를 빌어 생명을 찾았던 것이다.「나는 죽지않으리라/살아보리라/주님의 장하신 일을 이야기 하고저」(시편 118、17) 당신의 빠스카를 지내던 날 죽음의 고뇌 앞에서도 예수는「이날이 주께서 마련하신 날/이날을 기뻐하자/춤들을 추자」(시편118、24)고 노래하며 죽음을 부정하고 생명을 갈망했던 것이다.
빠스카의 잔치가 파할 무렵 聖血의 잔을 제자들에게 돌리면서<할렐의 謝恩詩>를 읊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게 주신 모든 은혜/무엇으로 갚사오리/구원의 잔 받들고서/주님의 이름을 부르리라/그 백성 있는 앞에서/나의 서원을 채워 드리리라/갸륵할 손 주님의 눈에/성도들의 죽음이여/주여 나는 당신의 종/당신의 종이나이다/당신 여종의 자식이나이다」(시편116후편 3~7) 이제 예수는 인류의 구원을 완성하기위해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로 오른다.
十字架上에서도 詩人인 예수는 詩篇詩人의 절규를 完成시키고 있다. 「아버지、제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까23ㆍ46)라고 외친 그의 목소리는「내 영혼을 당신 손에 맡기오니/진실하신 하느님 야훼시여/당신은 나를 구해 주시리이다」(시편31、6)라고 절규하며 詩篇詩人의 외침을 完成한 것이다. 이처럼 예수는 성서와 특히 이스라엘의 詩篇의 내용을 자신이 겪은 사건마다에 결부 시켰을 뿐 아니라 신약성서 著者들의 評價대로 그 내용을 實現시켰던 것이다. 어디 그 뿐이랴. 그분의 마지막 말은 시편의 한 귀절이었다. 시편 22로써「하느님 내 하느님/어찌 나를 버리시나이까(엘로이、레마사막타니)(마르15、34)/울부짖고 빌건만/멀리계시나이다/진종일 외쳐 봐도 들은 체 않으시고/밤새껏 불러 봐도 알은 체 아니 하시나이다」(시편22、2~3)하고 예수의 입으로 절규 할 때 그것은<神의 침묵>앞에서 神으로부터 遺棄된 모든 義人의 외침을 完成한 것이다. 과연 예수는 자기생애의 극적인 순간마다 다시 말해 人類救援을 위해 투신하던 절실한 순간마다 詩篇으로써 그 情況과 염원을 노래했던 것이다.
이로써 필자가 예수를 詩人으로 여겼던 소치를 어느정도 정당화했다고 할 수 있을까.
하여튼 복음에 나타난 예수의<詩人像>을 그저 붓 가는대로 적어보았을 뿐이다. 그러면 필자의 위와 같은 斷想과 具常 시인의 나자렛 예수에 대한 묵상집을 읽고 書評을 쓴다기보다는 그저 단순하게 詩의 세계에 대해서 아주 무식한 한 司祭로서 그 詩人에게 무슨 할 말이 있다고 여겨서인지 이런 독후감을 쓰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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