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신체의 일부인 두 눈을 이웃을 위해 남긴 한 사제의 고귀한 사랑은 설치 된지 12년이 지나도록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성모병원「중앙안은행」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주었다. 지난 6월 15일 선종 자신의 두 눈을 이웃에게 기증함으로써 각박하기 만한 이사회에 드높은 사랑의 정신을 심어준 故 윤형중 신부의 헌안을 계기로「중앙안은행」에는 관계직원들을 비롯 수녀들과 신자들 기타 여러곳에서 헌안을 원하는 기증자가 급증하는 놀라운 변화를 일으켰다. 이를 끼로 안은행이란 무엇이며、그 역할과 기능 또 한국에서의 안구 기증상황은 어떠한가? 성모병원안과 김재호 박사를 통해 들어본다.
안은행이란 각막이식수술에 꼭 필요한 재료인 인체의 안구 각막조직을 미리구해 저장했다가 필요한 사람에게 공급해주는 기관을 말하는 것으로 1944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 설립됐다.
1961년「워싱턴」에 국제 안재단이 발족되면서 오늘날 세계 20여개국과 완전히 협동사업으로 각국의 각막이식수술에 제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1백50여개가 넘는 눈은행이 설립돼 미국내의 필요한 각막을 충족시키고도 외국에까지 무료수출(?)을 할 수 있을 만큼 기증안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있다.
우리나라의 안은행은 12년 전인 지난 67년 성모병원 내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당시 은퇴해있던 故 윤형중 신부가 제1호로 헌안 등록자에 서명한 이래 지금까지 기증서명자는 모두 7백여명. 중앙안은행이 설립된 이후 성모병원 내에서 각막이식수술에 사용한 안구는 약 2백개 정도로 성공률은 90% 이상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각막이식에 사용된 안구는 대부분 사형수나 행려병사망자 또는 불치병환자의 것을 변칙적으로 사용해 온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윤 신부의 경우는 정상적인 기증 과정을 통해 헌안과 이식수술이 행해진 첫 케이스였기 때문에 더욱 의의가 깊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안구기증이 크게 부진한 것은 전통적인 생활풍습과 유교사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헌안에 대한 인식부족과 제도적 뒷받침의 결여 등도 안구부족의 큰 요인으로 안은행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실명자수는 약15만명으로 이들 중 각막이식수술로 시력회복이 가능한 실명자는 10%선인 1만5천명 정도.
이 1만5천명의 실명자들은 선의의 이웃이 광명을 안겨 줄 날만을 기다리며 어두운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눈 이식의 가장 핵심부위인 각막은 눈의 검은자와 동자(瞳子)의 앞에서 그 표막을 덮고 있는 시계유리와 같은 투명한 엷고 특수한 막을 지칭한다. 이 창문과도 같은 각막에 고장이생기면 그 부분에 백색의 혼탁이 생기고 광선이 망막에 도달할 수 없으므로 실명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이 혼탁된 각막부분을 제거하고 대신 투명한 각막으로 바꾸어주는 수술을 각막이식이라 한다.
그러므로 이식에 사용되는 안구는 근시 원시 난시 등 시력과는 무관하며 눈의 색깔 역시 이식과는 아무관계가없다. 단지 이식에 사용될 각막조직은 사망 후 3시간 안에 적출、48시간안에 수술을 해야 하므로 헌안자가 있다하더라도 가족의 협조 없이는 이식이 불가능한 어려움이 있을 뿐이다.
또 기증된 안구는 각 병원과 안과에 각막이식수술이 필요한 환자에 무료 공급되며 기증이외에 매매행위는 절대 금지돼 있는 것이 국제관례이다.
그동안 프랑스를 비롯 유럽 여러 국가에서는 가톨릭을 중심으로 헌안운동이 활발히 전개돼 대부분의 안구가 남아돌아가는 실정. 중동 요르단에서는 62년 후세인국왕이 안구 기증서에 서명함으로써 안구기증에 인색한 사회지도급 인사들 사이에 안구기증 선풍을 불러일으켰고 그 결과 요르단의 안구는 국내 수급을 넘어 외국에까지 원조하고 있다『이러한 사회적 배려가 대단히 부럽다』는 김재호 박사(성모병원안과)는 안은행 설치 이후 헌안등록자의 한사람으로『안구기증은 크리스찬으로서 사랑을 실천하는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