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魂에 불을 놓아」. 이 가슴에 다가오는 제목은 李海仁 수녀님의 두번째 詩集이다. 1976년 그의 첫번째 시집인「민들레의 영토」이후 3년 만에 제2의 시집을 상재하였다 그는 애써 아직까지 詩人이 아니라고 겸손과는 달리 높고 뚜렷한 詩想으로 아름다운 詩作品을 거침없이 쓰고 있다.
나는 이번 그의 두번째의 시집「내魂에 불을 놓아」를 읽으면서 李海仁 수녀의 詩가 거의 완벽에 가까운 구성과 詩語 구사、그리고 신앙적 체험으로 빚는 높은 정신의 세계가 흔히 따를 수 없는、또 하나의 새로운 시적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의 책 끝에「살아서는 고치기 힘든 병이 있다면、그리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말의 의미와 같이 그의 詩를 형성하고 있는 詩的 精神은 바로 사랑인 것이다 그러나 그의 詩的 精神을 형성하고 있는 그 사랑의 정체는 바로 아가페적 사랑인 것이다. 예수가 죄인들을 위하여 피와 몸과 생명을 주시는 그런 사랑을 詩로서 승화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주일에 나는
물방울 같은 언어를
하늘에 튕깁니다.
평소에 잃었던 나를 찾아들고
빈집으로 오는 길
어둠이 깊을수록
잘 보이는 당신 앞에
나는 허무를 쪼아 먹는
벙어리 새입니다.
내 생애의 어느 들판에
겸손의 들꽃은 필 것입니까.
뼈마디 마디
내가 무거워 부서지는
인개 빛 가루
죽은 이도 일어나 앉는 주일에
산 이들이 뿜어내는
뽀얀 한숨소리、
나는 하나인 당신을 위해
물방울 같은 기도를
하늘에 튕깁니다.
「주일에 나는」의 全文이다.
여기에서 튕겨지는 물방울 같은 언어、참으로 묘한 표현이다.
나는 어둠을 쪼아 먹는 벙어리 새、이런 詩語들이 내포하는 詩的神秘、李海仁 수녀의 앞에 열리는 詩의大道이기도 하다.
내게서 당신을 빼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가난뱅이 여인
「하느님 당신은」의 일부이다.
<내게서 당신의 사랑을 빼고 나면>으로 말을 풀어보았다.
이 말은 시인 이해인 수녀의 경우만은 아니다.
우리 모두의 경우가 되는 것이다. 시인 李海仁 수녀를 내가 독자의 위치에서 만났다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인도가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제 그의 시집을 살펴보면 1부에는「살아있는 날은」外 11편이고 2부에는「빨래」外 7편이 있고 3부에는「가을저녁」外 9편이 있고 4부에는「새해 아침」外 12편이 실려 있으며 제5부에는 큰제목「내 魂에 불을 놓아」에서는 소품격인 작품 13편을 실었다.
특히「황홀한 고백」이며「깨어있는 고독」같은 작품 앞에서는 내적은 옷깃을 다시 살피게 하고 있다.
李海仁 수녀의 첫번째 시집「민들레의 영토」를 읽고 난 후의 느낌이 강한 것은 시인과 독자의 사이가 더 친숙해진 까닭일까. 이제 다시 만나는 날의 詩의 魂은 더 높이 승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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