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이란 긴 세월을 두고「빠리」가톨릭대학에서 신학을 연구하여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귀국한 이성배신부에 의해 주목할 만한 이색적인 저서가 출간되었다. 「유교와 그리스도교」라는 동서사상의 만남을 이벽 (李벽) 에서 찾아 그의 사상을 신학적으로 관조 (觀照) 한 이 저서는 5년간에 걸친 이 신부의 각고면례의 결과로 얻어진 귀중한 연구결과이다.

李신부는 이 저서에서 2백년전 한국가톨릭신학의 자율적 개척자이며 동시에 한국가톨릭교회 창설의 핵심을 이루었던 이벽의 사상을 추구하고、 그의 글이라고 전해지는「天主恭敬歌」와「聖敎要旨」를 기본텍스트로 하여 그 글 가운데 담겨진 이벽의 사상을 신학적으로 조명 (照明) 하여 그가 일컬은 바「한국적신학원리」를 모색하고 있다.

저자는 제2차 바티깐공의회가「교리에 대한 신학적 해석에 대하여 정당한 다양성을 인정한 것」으로 보고、 그리스도 신앙이 그 원주지인지 중해연안 이외의 다른 지역의 철학체계나 문화양상 가운데서도 뿌리를 충분히 내릴 수 있다고 보았고 동방 소왕국의 선구적 지성이었던 이벽의 사상에서 한국적 신학원리를 설정하기에 힘썼다.

이벽의 신학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매우 의욕적이다.

「이벽의 신학은 맹목적으로서 양의 신학을 직수입하여 받아들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교의 메시지를 소화하여 자기의 것으로 만든 다음 그 교리를 한국의 문화유산에 바탕을 두어 다시 표현했다는 점에서 유학적 신학 또는 한국적 신학이라고 이름 지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신학은 한국천주교회사의 역사적 바탕위에 제2차 바티깐공의회의 정신이 미리 구현된 것으로 우리민족의 고유한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사변적이고 추상적인 희랍철학의 바탕위에 구축된 서구신학이 위기와 시련을 겪는 현시대의 상황 속에서도 구체적이고 실존적인 동양철학을 응용하여 그리스도교신학에 새로운 활력과 비젼을 줄 수 있는 사상」이라고 그 역사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자를 모두 7장으로 나누고 있으나 그 구성으로 보아 이벽의 한국가톨교회적 위치와 그의 사상에 그리스도교 신학적 의미를 부여하는 제1부에 해당하는 부분과 이벽이 그의 생 (生)을 받았으며 또한 체질화되다시피 철저하게 익혔으며 그리스도 신앙을 보유론 적으로 소화 수용할 수 있었던 학적 기반인 유교 기본개념의 그리스도교적 접착성을 밝히는 제2부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구분 지을 수 있다.

전자를 위하여 먼저 이벽과 한국천주교회의 기원을 논하고 이벽의 저서를 검토했으며 그 저서에 담겨진 새로운 그리스도교 신학을 논하였다. 한편 후자를 위하여는 천 (天) 인 (仁) 성 (誠) 등 유교의 핵심개념을 상세하게 3장에 걸쳐 고찰하고 이벽이 이 세 개념을 그의 그리스도교 신학의 본질소로 삼아 그리스도의 현시를 논했는가를 논고하여 이벽신학의 현대적 의의를 정의 해놓았다.

저자는 동서에 걸친 광범한 문헌을 활용하여「동ㆍ서사상의 만남」을 이벽의 사상에서 재치있게 연계 지었으며 나아가 신학자다웁게 한국적 신학원리라는 관점에서 논리를 전개해 놓았다. 신학자가 아닌 일개사학도로서의 소개자는 이 저서의 신학적 타당성 여부는 알 수도 없으며 또한 흥미 밖의 일이나 역사학적으로 근자에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동ㆍ서사상의 만남」을 이벽이라는 선각적 서학도이며 선구적 신앙실천가를 논리적으로 규명하는데 성공했다고 보아 매우 값있는 연구라고 생각한다.

사학도는 물론 신학자뿐만 아니라 문화인과 종교인들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분도출판사 발행ㆍ3백22면ㆍ값2천4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