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 박해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피로써 신앙을 선포했던 수많은 우리의 순교자들. 그들이 뿌린 고귀한 피로 이 땅의 복음화는 이어졌고 그들이 남긴 숭고한 얼은 그 믿음을 더욱 굳세게 했다. 이러한 신앙의 선구자-순교자들이 걸어온 거룩한 발자취를 찾으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일고있는 가운데 오직 뜨거운 집념하나로 그 시도에 도전하면서 외로운 길을 가는 이가 있다.
竹亭 卓熙盛 화백(삐오).
올해 65세인 그는「화가교회사가」로 알려질 만큼 교회사에 밝다. 지난 15여 년 간 동양화가로서의 행적보다는 準교회사로서의 행적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2평정도의 소박한 그의 화실엔 김대건 최양업 신부 등 초기한국교회의 중추적 인물에 관한 자료를 비롯、 교회사에 관한 자료가 그림에 관계된 자료보다 오히려 많아도 현재 절두산 순교자 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는(9월 2일~29일) 김대건 최양업 신부 이류회 류중성 동정부부의 일대기를 본 사람이면 아무도 이상해하지 않는다.
이 전시회를 위해 그는 지난 10년간을 꼬박 최양업 신부와 이 루갈따 동정부부의 행적을 뒤쫓았고 그 일생을 화폭에 옮기는데 온 정열을 불태웠다. 71년 김대건 신부일대기를 제작、 전시한데 이어 곧바로 이어진 최양업 신부 이루갈따 일대기 제작은 卓화백이 4년에 가까운 세월을 경상남북도 전라남북도 일대를 거의 휩쓸다시피 답사한 후 제작한 것으로 이번 전시회에는 모두 84점(최양업 신부 30점ㆍ이륙회 28점ㆍ김대건 신부 26점)이 선보였다.
순교자들의 생애와 그 얼을 화폭에 담는것으로 집약되는 10여년간의 그의 작품 활동은『빛나는 순교자들의 업적을 보다 많은 신자들과 일반인들이 알아야한다』는 탁 화백의 변함없는 신념의 가장 적절한 대변이다.
『자랑스런 우리의 순교자를 정확히 아는 신자가 의외로 적어 매우 안타깝읍니다. 순교자의 일대기는 신자들에게 우리교회사를 쉽게 이해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지요』
『현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최양업 신부 이 루갈따의 교회사적 위치는 분명히 재인식돼야한다』고 강조하는 탁 화백은『순교자의 후예인 우리는 후대에 순교선열들의 빛나는 얼을 정확히 남겨야 할 책임이 있다』고 서슴없이 지적한다.
그래서 탁 화백은 이번 전시회작품 58점(김대건 신부 일대기는 71년 한국순교복자수녀원에 기증)을 전시회가 끝나는 29일 모두 절두산 순교자기념관에 기증한다.
卓 화백의 두드러진 화법은 北畵. 北畵는 중국북경을 중심으로 파급된 화가들의 화술양식으로 산수화에 인물을 포함시킨 것이 특징이다.
50년간 붓을 들어온 卓화백은 동양적인 인물화와 풍경화에 뛰어난 화가로 이두가지가 다 필요한 일대기 화가로서는 적격이라는 評을 받고 있다.
절두산 한국순교복자 기념관관장 김몽은 신부가 마련한 이번 전시회는 절두산 전시에 앞서 8월 19일~23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려 일반인들에게 공개됐는데 섬세한 화법 아름다운 색상으로 3만여 명의 관람객으로부터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순교자 한명의 일대기를 그리기 위해서는 답사 증언 사료연구등과 화폭에 담는 기간을 합해 4~5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일대기를 그리는 작업」은 화가가 자기 자신과 끝없이 싸우는「삶의 현장」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1984년 한국포교 2백주년을 앞두고 또다시 끝없는 자신과의 싸움에 도전한 卓희성 화백. 그는 이미 정약용 이승훈의 사료 수집을 완료해놓고 이어 정하상 황사영 등 우리교회사에 기라성 같은 주역들의 교회사에 기라성 같은 주역들의 사료수집에 착수하고 있다.
포교 2백주년을 앞두고 스스로 외롭고 험한 길을 택한 그는 지금 자신의 5개년계획에 아무런 경제적 준비가 없어도 걱정을 하지 않는다.
무서운 집념하나로 그 외롭고 어려운 길을 헤쳐 나왔고 또 헤쳐 나가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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