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지난 복자성월을 기해 명동문학관에서 개최됐던「순교자현양 특별강연회」에서 김옥희 수녀(복자수녀회)가 발표한「한국여성사에 있어 동정순교자 이루갈따」에 대한 강연을 요약, 정리한것이다. 여기서는 루갈따의 가계ㆍ신앙생활경위ㆍ옥중서간 등 세가지관점에서 고찰한 강연내용중 옥중서간을 통해 나타난 그녀의 정신세계와 여성관 및 한국여성사에 있어 차지하고 있는 비중부분을 중점적으로 발췌, 간추렸다.
<편집자註>
이루갈따의 부친 李潤夏는 芝案 李쵀광의 8대 후손인데 芝案선생이 太宗의 맏아들인 敬寧君의 6代 후손이므로 결국 이루갈따는 왕족이 된다. 李潤夏는 南人派 선비이던 권철신 이벽 정약용 형제 이승훈들과 더불어 자발적으로 한국 천주교를 일으켜 창설한 한 멤버이다.
뿐만아니라 李潤夏는 친가로서는 實學사상의 대가 李쵀광의, 외가로서는 西學사상의 대가 李星湖를 연결하는 교량적 지위에 있었던 사람으로 루갈따를 비롯, 그의 자녀들은 전통적인 가풍을 통해 쉽게 西學과 가톨릭정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던 것으로 풀이할수있다.
루갈따의 신심이나 금욕주의적 생활과 거룩한 순교에 대해서는 달레 교회사에잘 나타나있다. 달레 교회사는『신앙이 좋은 어머니품에서 자란 루갈따는 어머니의 감화로 굳은 신앙심을 가졌으며 평생을 童貞으로 지낼것을 결심, 주문모 신부의 주선으로 꼭같은 결심을 하고있던 柳恒儉의 아들 宗善(요한)과 혼인했다.
결혼식후 성가족과같은 관계와 부부생활이 계속되었는데 때로는 위험한 유혹에도 여러번 빠질뻔했다』고 기록하고있다.
즉 루갈따와 宗善 부부는 부부간에 貞節을 지키는 성가정을 이룩했다는 것이다.
루갈따를 비롯한 유항검의 가족들은 1801년 9월 하순에 체포되었고 그의 남편 宗善도 10월 9일 교살됐다. 4개월간 全州옥에 갇혀있던 루갈따와 남은 가족들은 박해자인 貞純왕후가 그해안으로 갇혀있는 교인들을 처형토록하라는 명령을 내립에 따라 12월 28일 全州 숲정이에서 참수형을 받았다.
이렇듯 루갈따는 남편 요한과 더불어 형식상 부부의 관계를 맺으면서 신앙생활을 영위、 순교하게 되었는데 그녀는 옥중에 갇혀있는 동안 서울에 있던 모친 여동생 및 올케에게 편지를 보내 그들의 신앙을 염려하고 독려하는 놀라운 신앙인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달레교회사에 수록되어있는 루갈따의 옥중서간은 그원본의 필시본과 또 다른 필사본들에 의해 전해지고 있는데 그 서간을 史的이며 學問적으로 규명해볼때 한국 여성사에 있어 몇가지 중요한 내용들을 고찰해볼수있다.
이편지는 문학적인 측면을 제외하고라도 20세기의 이조시대 여인으로서는 상당히 성숙한 정신 및 내면세계를 담고있으며 초기가톨릭교회 사상들이 온전히 소화된 아름답고 미려한 문장들로 엮어져있다.
그중의 몇가지 특색을 다음 세 가지 관점에서 찾아보기로 한다.
①가톨릭적 守貞觀
그녀의 守貞觀은 동양고유의 유교적 수절관혹은 열녀관과는 내용을 달리하는 가톨릭적 守貞觀이라 할수있다. 이조여성들이 일반적으로 습득한 수절관은 그 기반사상이 유교적인것으로 朱子家禮에 의한 성리학적체계를 가지고있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여자가 남자에게 더잘 예속되고 복종되게 하기위한 예속적 觀念과 정신 및 의식인것이다. 그것은 자발적이라기보다 강제성의 띄는것이며 윤리적 억압 또는 사회제도로서 묶어버린 강요된 의식구조 였다 따라서 모든 여성들에게 덕행으로 강요했던 당시의 여성관 즉 열녀관이나 수절관은 형식과 제도에의한 강압적인것으로 간주될수 밖에없다.
그러나 루갈따의 행적이나 옥중서간에서 보여주고있는 守貞觀은 청빈 순결 순명동의 수도정신에 그 바탕을둔 가톨릭사상이 짙게깔린 자발적 守貞觀이었다고 유추된다.
②來世觀-天國觀
역시 전통적인 가톨릭사상인 그녀의 來世觀은 옥중서간의 대부분을 차지, 그 내용은 이 내세관에 대한 희망에서 용약하고 있다.
그녀는 초기 교회사상에서 형성되어진 二元論的 정신세계로서 천국과 지상을 뚜렷이 구별, 내세의 영원한 희망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루갈따는 친정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이세상을 꿈으로 보시고 영원을 어머님의 本鄕으로 생각하시어 늘 경계를 게을리 하지마셔요 … 』라고 기록하고있다.
그녀는 또죽음ㆍ순교를「福」「眞福」으로표현, 자신과 가족의 순교도 진복으로 생각하며 참다운 부활을믿는 크리스찬의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소녀의 죽는것을 참생명으로 보옵시고 소녀가 사는것을 참죽음으로 보옵소서』라고 기록된 그녀의 옥중서간을 비롯、초기한국교회의 서간들은 대박해시대의 순교에있어 용기와 희망을 주는 영적양식과 더불어 기름의 역할을 했던것이다.
③인간적인 덕행 및 인격형성과 교양
서간에서 나타난 그녀의 인간성은 효성과 우애로 집약된다. 어머니 여동생 올케등 각자에게 다정하고 간질한 안부와 위로 그리고 양반부인으로서의 품위있는 성숙함과 책임감이 넘치는 적절한 교훈을 남기고있다
그녀의 뛰어난 인내심과 애덕실천은『혼인한지 5년동안 부부간은 물론 집안사람들과 한번도 마음상한적이 없다』는 내용과『재산을 상속받으면 먼저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며 나머지를 자신들이 쓰기로한다』고 밝힌 서간중에서 찾아볼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났던 그녀의 자세심은『본성으로 절로나는 조급함을 눌러버리면 나중에 큰근심과 걱정이 절로없어지고 모든 덕중에서 으뜸인 신망애 삼덕이 영혼에 들어가면 참으로 다른 모든 도덕이 절로따른다』고 서간내용이 그사실을 밝혀주고있다.
이상에서 밝힌 이루갈따의 행적이나 옥중서간은 그녀가 상당히 높은교육 수준과 덕행을 간직했음을 시사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루갈따는 조선시대의 여성사를 대표하는 허난설헌(詩文) 신사임당(그림과 부덕 및 母德) 황진이(詩와文章과 음악)등과 비교해볼때 현재의 史的위치는 너무나 미약한 형편이다
물론 당대엔 邪學罪人이란 명목으로 순교했기때문이지만 정신史的인 측면에서 그녀의 위치와 역할은 특별한 의미에서 고찰되어져야한다.
四大박해를 겪으면서도 이어져 내려온 한국 가톨릭교회는 순교자들이 보여준 투철한 신앙이 그 바탕을 이루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녀의 행적과 그행적을 뒷받침하는 옥중서간은 한국여성사에있어 여성으로서、신앙으로서 그녀가 차지하고 있는 특이한 지위를 분명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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