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을 마지막으로 저물어가는 70년대의 격동기동안 우리나라의 가톨릭미술계는 여러 분야에서 두드러진 실적을 쌓아올렸고 가톨릭미술가들이 성교회의 전교 사업에 큰 공헌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가톨릭 건축가들의 노력으로 교회 건축은 이제까지의 단순한 성당건물에서 천주의 현존을 찬양하고 묵상하기에 부끄러움이 없는 참으로 아름다운 천주의 성전으로 하나씩 새 모습을 갖추어 가게 되었고 이들 가톨릭교회 건축가들의 창조적 헌신으로 우리나라의 종교건축은 한국현대건축의 역사에서 주목 할 만 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활발해진 새로운 구상과 형태의 가톨릭 교회건축과 더불어 한국의 가톨릭조각가들 역시 이제까지의 단순한 성상제작이나 교회 장식에서 벗어나 참으로 가톨릭적 이면서 동시에 예술적인 현대종교조각의 새로운 세계를 추구하게 되었고 성교회가 이들의 추구와 노력을 교회의 품으로 받아들임으로써 한국의 가톨릭조각가들은 새로운 활기를 띄게 되었다.
한편 가톨릭공예가나 디자이너 역시 새로워지고 다양해진 성교회의 요청에 따라 종래에 보지 못한 아름다운 예술작품 제작으로 성교회의 복음화 사업에 헌신하게 되었고 특히 한국교회의 특성과 한국 전통미술의 특징을 조화시킨 현대적 종교예술을 창조하는 어려운 작업에서 이미 주목 할 만 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이 해로서 제7회 가톨릭미술전을 가진 서울 가톨릭 미술가 회의 작품 전시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가톨릭교회미술 발전의 주역은 역시 회화의 영역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동양화ㆍ서양화의 구분을 가릴 것도 없이 현대회화의 표현양식을 구상ㆍ비구상등 치우친 경향으로 분류하고 투쟁하는 한국화단의 고정관념과 병폐를 초월하여 한국의 가톨릭화가들은 하나의 목적으로 창조하고 화합하는 아름다운 창조자의 자세를 지켜왔고 특히 현대추상미술의 등장 이래 큰 도전에 직면하여온 현대 종교회화의 새로운 모색, 그리고 그 가능성의 실현을 줄기차게 추구하여온 사실에서 우리나라의 가톨릭 화가들은 참으로 긍지 높은 창작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가톨릭 미술은 허다한 도전과 유혹에 직면해있다. 「가톨릭미술전」에서 찾아 볼 수 있듯이 가톨릭미술가는 무엇보다 먼저 가톨릭미술이 무엇이며 가톨릭 미술가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보다 투철하게 인식하여야하고 한사람의 예술가로서 동시에 신앙인으로서 어떤 예술가적 자세가 보다 바람직한 것인지를 분명히 하여야하며, 특히 가톨릭 미술전을 갖는 목적을 보다 뚜렷이 밝혀야한다.
격변하는 현대미술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톨릭미술은 현대가 요구하는 현대적 종교미술로서 무엇을 추구하고 실현 할 수 있을 것인지 보다 진지하게 탐구하고 헌신하여야하며 빛나는 미술 문화의 유산을 가진 이 땅위에 창조하여야할 참으로 한국적인 교회미술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보다 큰 창조적 열정이 요구된다.
가톨릭미술전은 종교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한 데 모은 이른바 종교미술전시회나 교인들의 미술작품 발표회가 아니라 그자체가 하나의 시각적 교회로 인식되고 이 세상에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심어 성부께 영광을 돌릴 수 있는 아름다움의 제사가 될 수 있게 하는 참된 가톨릭미술가의 실천장이 되어야 한다.
한국의 가톨릭미술가는 한 예술가로서의 창조적 재능을 과시하기에 앞서 일찍이 성부께서 허락하신 재능을 성부께 되돌리는 겸허한 신앙인의 자세로 창작에 임할 것이며 가톨릭교회는 아름다운 성전을 짓기에 앞서 고통 받는 모든 사랑하는 형제들을 위한 기도와 헌신을 몸소 실천하는 사랑의 집을 생각할 수 있어야하겠다.
밝아오는 희망의 80년대에 한국의 가톨릭미술계는 성교회의 참사랑을 실천하는 시각 예술의 사명을 구현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가톨릭미술가들은 보다 투철한 목적의식으로 창작에 임하는 연구노력이 요청되며 성교회는 이들에게 영감과 격려를 부어주는 참사랑을 보여야한다.
참으로 한국적인 가톨릭미술이 이 땅위에 세워지도록 기도하고 헌신하여야하며 우리의 재능과 그 빛을 온 누리에 밝혀주는 개방과 공감의현장이 이룩되도록 함께 노력하는 아름다움을 실천하여야한다. 가톨릭미술가의 창작 진흥을 위한 기구도 설치되어야하며 한국가톨릭미술의 해외교류를 위한 노력도 있어야한다. 재능 있는 가톨릭신자 미술대학생을 발굴하고 지원하는장학기금도 마련되어야하며 한국가톨릭미술의 전문적 연구를 주관하는 연구기관의 설립도 시급하다.
그러나 더욱 시급하고 절실한 것은 한 장의 크리스마스카드나 하나의 성작 같은 작은 것들에서 부터 가톨릭교회의 참사랑이 빛나게 하는 한국가톨릭미술가들의 참 된 사랑과 헌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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