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지옥으로』
남북정상회담 이후 오고간 이산가족 생사 확인과 관련한 김종인(72·마리아·대구 욱수본당)씨의 심정이다.
처음 200명 후보 안에 들었을 때만해도 50년만에 헤어진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부푼 행복감에 젖었던 김시는 지난 7월 27일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만나길 고대했던 아버지, 어머니, 언니, 동생이 모두 사망하고 조카딸(박정득·55세)만 생존해있다는 소식을 듣곤 억장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김시는 아버지 어머니는 몰라도 적어도 언니 동생만큼은 생존해 있을 줄 알았다. 더욱이 개성서 인삼밭을 크게 경작하는 등 지주 집안이었던 만큼 그로 인한 희생이지 않을까 염려돼 더욱 가슴이 미어진다.
개성시 북안동 750번지가 고향인 김시는 6·25 당시 남한땅이었던 개성에서 명문 개성여고를 졸업하고 서선전기 타자수로 근무하던 22살때 개성시에서 피난방송을 내보낸 후 회사직원 전체가 회사차를 타고 남쪽으로 피난해 가족들과 마지막 대면 조차 하지 못했다.
이후 들은 소식은 아버지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이 당시 72세로 고향을 떠나길 거부하던 할머니를 설득하여 임진강까지 나왔지만 김씨의 남하 직후 다리가 폭파돼 피난하지 못하고 되돌아갔다는 것이 전부였다.
이때부터 할머니(안명옥·당시 72세) 아버지(김성진·당시 45세) 어머니(이순복·당시 46세) 언니(복원·당시 29세·개성 궁전국교 교사) 남동생(종은·당시 14세 등과 생이별, 지난 50년간을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살아왔다.
월남 이후 피난지인 진해서 결혼, 밀양본당서 레지오 단장 및 신용조합 초대 이사장 등으로 열심한 신자였던 남편(고 박창훈 요셉·전 매일신문 사업국장)과 함께 신앙생활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이겨왔다.
김씨는 지금까지도 9일기도를 아침 점심 저녁으로 바쳐왔으며 지난 50년 동안 묵주를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다.
그러면서 김시는 지난 KBS 이산가족 찾기 때에는 가족을 찾기 위해 몇날 며칠을 밤새우기도 하고 남북정상회담 때에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TV 앞을 떠나본 적이 없었다.
이러한 김씨의 소식을 접한 아들의 레지오 팀에서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 많은 기대를 걸고 김씨의 가족 상봉을 위해 많은 기도를 바쳐왔으나 안타까운 소식에 모두들 가족처럼 아쉬워했다.
『안타깝지만 유치원 다닐때 보았던 조카 딸이라도 만나 산소에 술이라도 올리고 그간의 사정을 알아봐야죠』
한숨섞인 말을 뱉는 김씨는 가정적이시며 온화하기 그지 없으셨던 아버지, 다소곳하며 한국적인 여인상을 지니셨던 어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또 헤어질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남동생은 결혼이라도 했었는지가 가장 궁금하다고.
여고시절 친구를 따라 개성성당을 자주 찾으며 성당에서 한복을 입은 수녀님들을 볼 때마다 수녀가 되고싶었다던 김씨는『부모님이 비록 돌아가셨지만 고향 땅을 찾아 산소에 술 한잔이라도 올리고 마음껏 울어볼 수 있도록 당국의 배려를 바란다』고 이번 가족 소식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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