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기미년을 끝막음으로 70년대가 저물고 대망의 80년대를 맞이한다.아시아 동녘의 아름다운 나라,한국의 창호문을 연부홍빛으로 적시며 새시대 새아침의 해가 솟는다.온누리에 넘쳐흐르는 상서로운 빛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역사의 장을 펼친다.온잦 얼룩으로 점철된 70년대를 보내고 새연대를 맞이하는 우리의 감회는 크로 깊다.
돌아보건대 지난 70년대는 범세계적으로나 우리나라 우리민족에게 있어서나 변화와 격동의 시기였다 인류의 역사가 살아있고 한 민족,한 나라가 발전한다 함은 곧 변화가 있고 진전을 위한 격동이 있음을 뜻한다 하겠으나 우리의 70년대는 횡적으로나 종적으로 갈피잡을 수 없는 격랑에 휩쓸린 시기였다.이데을로기로 양분되던 냉전의 전선은 무너지고 감정과 증오의 싸움 그리고 먹이를 다트는 사나운 맹수떼처럼 새로운 경제전쟁이 불붙어 세계 도처에서는 눈에 보이는、흑은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싸움이 일어났다.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오、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혼돈과 변동과 무질서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안간힘을 썼다.모든권위가 무너지고 거룩한 신(神)의 뜻도 인간의 모든 선량한 양심도 짓밟히던 비정한 폭풍속에서 우리는 우리를 가눌 윤리와 도덕과 가치를 찾고자 몸부림쳤다.그러나 이제 우리는 온갖발자욱이 어지럽게 찍힌 70년대에 손을 흔들고 흰눈이 정갈하게 쌓인 한처녀자와 같은 80년대에 들어섰다.<죽은자의 장사는 죽은자에게…새술은 새부대에 담으라>하신 그리스도의 말씀대로 묵은 역사、묵은 가치、묵은 증오、묵은 미련을 깨끗이 씻고 새마음,새정신、새각오로 출발한다.사람이 그어떤형태의 삶을 살건 근원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참됨과 착함과 아름다움이 아닐수 없다.더구나 인간은 불와전한 존재다.한정된 생명,한정된 능력의 소유자이므로 더욱더 최선을 다하여 후회없이 살고자함이 모든 사람의 소망일 것이다.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온 자취를 뒤돌아보면 항시 미흡하고 잘못된일이 한두가지가 아님을 발견하며 아픈통회와 희한에 젖게 된다.새해를 맞이한다함은 어쩌면 어제까지의 잘못을 반성하고 마음껏 자기를 펼칠 또 한번의 기회와 시간을 얻는다는것과 같은 뜻이 아니겠는가.그러므로 우리는 새해를 맞이하면서 너나할것없이 감격하고 기뻐하는 것이다.새해에는 우리의 귀가 더욱 밝게 열리기를 희망한다.무엇이 정당한 소리이며 무엇이 불의로운 소리인가를 가릴수있게 되게.불우한 이웃의 신음소리를 제대로 알아듣고 진리의 말씀인 신(神)의 음성을 알아들을수 있게되게.새해에는 우리의 눈이 더욱 밝게 뜨이기를 희망한다.그리하여 사랑을 실현하려는 빛의 십자가와 은전몇냥에 양심을 파는 배반과 어둠의 십자가를 분별할수 있게되게.거짓과 참의 빛깔을 가려볼줄알게 되고 미망의 수렁길을 헤매이지 않게 되게.새해에는 우리의 입이 보다 바르게 열리기을 소망한다.총칼앞에 꺾이지 않는 붓의위력,어떠한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는 신념을 증거할수 있게 되게 하고싶은 말을 용기있게 하며 겁에질린 음성을 씻을수 있게 되게.새해에는 우리의 마음이 더한층 활짝열리기를 소망한다.굳게 닫힌 이기심의 빗장을 빼고 경직된 망집과 독선의 벽을 헐고 고정관념의 껍질을 벗어나 충만한 자비의 빛을 받아들일수 있게되게.자기를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삼라만상에 깃들인 신(神)의 뜻을 헤아릴수 있게되게.진정 새해에는 우리가 더욱 행복해지기를 소망한다.우리는 지금우주를 날으는 위성을 가졌고 인간의 두뇌보다 정교한 기계를 가졌고 육신이 살찌고 안락할수 있는 문명의 시대에 살고있지만 몸에 걸칠 옷조차 안가졌던 에덴동산의 아담과 에와의 그 열락의 삶에 비유컨대 불행과 비극의 늪을 헤엄치고 있는 것이다.핵무기의 위협,참담한 학살,무자비한 야만성 따위를 물리치고 마음의 평안을 되찾을 때 인류는 비로소 위로받는 삶을 영위할수 있을것이며 이는 또 우리등
들의 오랫동안 망각해 마지않는 영원불멸의 신(神)의 사랑,가이없는 그뜻을 받아들이고 그의 억만분의 일이나마 실천코하는 의지가 작용할 때 가능할 것이다.신(神)과 인간의 화합의 합창소리 드높게 울려퍼질 80년대를 소망하며 오늘은 경건히 두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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