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말구(마르코)를 달고 달리는 사람이 있다. 일반 마라톤대회에도 이름과 함께 ‘말구’를 달고 참가한다. 풀코스 마라톤 100회를 완주한 정수옥(마르코·수원교구 마라톤동호인연합회)씨. 42.195km를 완주하는 것만 해도 자신과의 싸움이라 하는데, 그는 그 자신과의 고군분투를 ‘100번’ 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마라톤으로 신앙의 거울을 닦는다는 사실이다.
■ 출발전
▲ ‘마라톤 선교를 하고 싶다’는 평소 바람대로 가슴에 늘 세례명 ‘말구’를 붙이고 경주에 임하는 정수옥씨.
“식자재유통업을 하면서 시간이 정말 부족했어요. 계획해놓고 혼자 연습하고 그러기를 반복하다가 수원 권선동본당 마라톤클럽 동호회에 가입하게 됐지요. 마라톤에 더 재미를 붙이게 된 것은 그때부터예요.”
그의 인연은 ‘뛰면서’ 만들어진 인연이 대부분이다. 대구에서 열린 성지순례 100km 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수원교구 마라톤동호인연합회 최효용 회장을 만났다. 그때부터 연합회 훈련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고난도 많았다. 포기의 유혹도 슬며시 다가왔다. 그 다짐을 바로잡기 위해 2007년부터 울트라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100km가 넘는 울트라마라톤을 마음 다스리며 뛴 것이 벌써 19번째다. 하프마라톤을 뛴 횟수는 셀 수도 없다.
■ 반환점
반환점은 마라톤을 그토록 많이 뛴 그에게도 언제나 힘겨운 지점이다. 달리며 힘겨울 때, 그는 신앙을 찾았다. ‘정수옥 말구’. 마라톤대회에 나서는 그의 가슴에 언제나 붙어있는 세례명이다.
어릴 적 불리던 마르코의 예전 이름, 말구를 가슴에 붙일 때면 힘겨움을 잊을 수 있다. ‘마라톤 선교를 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대로 그는 일반 마라톤대회에도 언제나 ‘말구’를 가슴에 붙이고 달린다. 신자들은 먼저 알아보고 다가서기도 하고, 비신자들은 뜻도 모르지만 ‘말구야’라고 부르며 재미있어 한다.
“어렸을 때는 말구라는 본명이 놀림의 대상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제 세례명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친근감 있는 말구라는 이름으로 가톨릭을 홍보하고 싶은 마음인 거죠.”
바오로 딸 수도회의 통신성서교육을 6년 동안 해온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성호 긋기와 함께 시작기도를 올리고 출발지점에 서요. ‘주님, 오늘 이 자리에서 뛸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하고요.”
뛸 수 있다는 감사와 힘들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완주를 할 수 있다는 ‘깊은 은총’을 깨닫게 된 것이다.
■ 결승점
결승점에 다다랐다. 그가 마라톤으로 얻은 큰 결실은 체력과 신앙 외에도 한 가지가 더 있다. 아내 백명희(아가타)씨와의 사랑이다.
처음에는 응원만 했던 아내도 남편이 좋아하는 일에 함께하기로 했다. 그렇게 뛰어온 마라톤, 집안에는 아내와 남편이 받아온 메달과 트로피가 그득하다.
“아내와 뛸 때면 항상 손을 잡고 뜁니다. 그래서 집사람 기록이 제 기록이 되지요. 그래도 상관없어요. 저희 부부 때문에 앞집 슈퍼 아줌마도 뛰고, 막걸리 사장님도 뛰게 됐으니까요.”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힘든 여정 위에 부부가 나란히 발을 맞춘다.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고, 건강하다는 사실에 감사해한다. 바쁜 와중에도 마라톤을 하고, 여든넷의 어머니를 모시고, 지역사회에 봉사까지 하며 살아가는 그는 삶이 감사의 연속이라고 했다.
“마라톤으로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이제는 상대방의 자세나 주법 등을 고쳐줄 수 있거든요.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듭니다. 마라톤과 함께 신앙을 되새기며 가족과 건강하게 살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