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공희 대주교의 뒤를 이어 제2대 수원교구장으로 임명된 김남수 주교.
윤 대주교가 “현재까지 교구장으로서는 김남수 주교님이 가장 오래 자리하셨다”며 “교구의 기초를 닦으셨고 아주 활발하게 활동을 하셨다”고 말할 정도로 김 주교는 수원교구 역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는 교구 설정 50주년 기념 특집 ‘초대교구장 윤공희 대주교에게 듣는다’에 이어 ‘김남수 주교의 회고록’을 연재한다.
교구의 기틀을 다진 윤 대주교에 이어 교구의 골자를 이룬 김 주교의 이야기는 그의 사제 서품 50주년 기념 회고록 ‘모두 하나가 되게 하소서’에 기초한다.
‘김남수 주교의 회고록’을 시작하며 김 주교의 교구장 착좌를 이야기하기 전에 회고록에 실린 머릿말 ‘나는 행운아’는 그의 삶과 신앙을 되돌아보게 한다.
▧ 나는 행운아
나는 스스로 행운아라고 믿고 살아왔다.
여섯 살 때 처음으로 신부님을 보고 ‘신부된다’고 희망했고, 여덟 살 때 선생님을 보고 ‘선생된다’ 바랐던 내가 신부가 됐을 뿐만 아니라 선생도 돼 두 가지 소망을 다 이루었으니 말이다.
나를 사제로 불러주신 하느님께서는, 사제로 은경축을 지낸 다음해(1974년)에 사제직의 완성인 주교직에 불러주시어, 올해(1998년)에는 사제서품 50주년으로 금경축을 지내게 되니 이처럼 행복한 사람도 흔하지 않을 것이다.
어려서 그렇게도 갈망했던 사제직으로 일생을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왔으니, 다시 태어난다 해도 나는 여전히 사제로 살아갈 것이다.(중략)
1974년 10월 9일 한글날, 그날 전국적 신앙대회가 서울 가톨릭 대신학교 교정에서 성대히 거행됐다.
나도 행사장에 참석했는데 그날 신앙대회는 미사 후 갑작스럽게 주교님들과 함께 시국 데모로 들어가는 일이 벌어졌다.
이를 언짢게 생각하신 교황대사님이 나에게 대사관으로 가자고 하시어 우리는 그곳을 빠져나왔다.
교황대사관에 도착해 응접실에 앉자마자 대사님이 내게 ‘수원교구 주교로 임명됐다’고 알려주셨다.(중략)
나는 이제 하느님께서 부르시기만 하면 언제든지 이 세상을 떠나 주님 앞으로 가야 한다.
이제 나는 함께 일을 이루는 모든 이들도 하느님의 섭리에 순응할 수 있기를 바라며, 윤 대주교님이 터를 닦아 놓으신 지역교회 복음화와 북방 선교를 위해 수원교구의 모든 신부님들, 수도자들, 평신도들이 나의 후임이신 최덕기 주교님을 모시고 갑절의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를 거듭 부탁드린다.
주님은 세세에 찬미 영광 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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