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의 마지막 끝자리에 서있는 요즘 ‘고통’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지금 나의 삶의 현주소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나 일찍이 하느님을 알고 자랐고 신앙 안에서 결혼하여 아이들도 하느님 안에서 생활하고 있으니 이 자체만으로도 하느님의 큰 축복 속에 있음은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평신도로서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신부님의 사목을 보필하는 총회장이라는 봉사직분의 소임을 맡고 있으니 더더욱 축복 속에 있음은 당연지사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들을 가만히 되짚어보면 정말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 즉 고통의 연속이었는데 지금 여기까지 어떻게 와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 한시도 마음 놓을 수 없었던 시간들이었고 때로는 살얼음판마저 깨져서 허우적거리다 극적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앞으로도 또 되풀이 될 수 있기에 늘 하느님을 붙잡고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씁니다.
저는 한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깊은 고통의 늪에 빠진 경험이 있습니다. 도저히 빠져 나올 수 없었고 모든 것을 체념하려는 순간 하느님은 큰 바위 얼굴로 제게 다가와 주셨습니다.
나는 칠흑 같은 어둠의 고통 속에서 하느님을 만났고 그분은 그 고통을 오히려 당신을 만나는 은총의 시간으로 축복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고통은 늘 두렵습니다. 피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매번 도망 다닐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을 가슴에 품고 정면으로 맞서면 이 세상 어떠한 고통도 어둠과 죽음이 아니라 생명과 희망으로 변화되어 우리에게 되돌아 올 것입니다.
고통이란? 고통 속에 과연 참 기쁨이 내재되어 있을까?
주저함 없이 대답합니다.
고통 속에는 하느님이 생명과 희망과 기쁨의 모습으로 녹아 있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금번 사순시기는 예년과는 다르게 아주 힘들게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 부활의 그 순간을 생각하며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저를 - 부족하고 모순투성이인 - 감히 봉헌합니다.
예수님, 감사합니다. 부활해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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