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최고의 종교화가로 주목받고 있는 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는 그리스 크레타 섬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와 로마에서 본격적인 미술교육을 받은 후 스페인의 톨레도(Toledo)로 이주하였습니다. 그가 활동하던 시대는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티치아노의 고전적인 양식이 크게 유행되던 때였습니다.
엘 그레코는 이들의 영향을 받았지만 어느 화파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양식을 개발하여 빼어난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그의 작품에서는 마니에리즘(Manierism)의 요소들을 볼 수 있습니다. 마니에리즘은 1520~1600년 이탈리아에서 번진 미술 사조로써 밝은 색체와 정교한 구성, 과장된 형태와 극적인 운동감이 특징입니다.
엘 그레코는 성인들의 초상화와 신약성서 등 종교적인 주제를 담은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 그는 사람을 인체의 비례에 맞추어 그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람을 마르고 길쭉한 모습, 흐늘 흐늘 흔들리며 늘어진 모습으로 즐겨 그렸습니다. 후기에는 인체를 더욱 일그러진 모습으로 그렸습니다. 그는 검푸른 청색과 적색을 즐겨 사용하였고, 빛과 그림자의 대조를 잘 표현하였습니다.
작품 「성모 승천」에서는 지상에서 삶을 마감한 성모 마리아가 영광스럽게 하늘로 올라가는 역동적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원래 이 작품은 산토 도밍고(Santo Domingo) 성당의 제대 뒤를 장식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8개의 그림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그림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하단에는 지상에 남아잇는 제자들이 빈 무덤 주위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그들 가운데 몇 명은 빈무덤을 바라보며 슬픔에 젖어 있고 또 다른 몇명은 성모 승천 사건을 바라보며 놀라워하고 있습니다.
상단에는 성모 마리아가 천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천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겨져 있습니다. 상단의 돔(dome)은 영원한 천상세계인 하느님 나라를 상징하며, 마리아가 밟고 있는 구름 속의 초생달은 「복된 동정 마리아」를 상징합니다. 양손을 활짝 벌리고 있는 마리아의 모습은 기도하는 자세로도 보이고 하늘을 감싸 안으려는 모습으로도 비쳐집니다.
성모 마리아는 한평생 하느님의 말씀에 충실했던 신앙의 모범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했던 마리아를 잊지 않으시고 드높여 주셨는데 그 사건이 성모 승천입니다. 하느님은 당신께 충실한 사람을 결코 잊지 않으십니다. 우리도 마리아처럼 충실히 신앙생활을 한다면 이 후에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거두어 주시고 드높여 주실 것입니다. 우리 인간에게 있어서 죽음이 결코 마지막 종착지가 아니라는 것을 텅빈 관을 바라보면서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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