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에서 중심되는 가르침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십계명」에 관한 것인데, 이는 이미 출애굽기 20장에서 열거한 것이다. 이것은 십계명이라기 보다 「열 마디 말씀들」이라고 유대인들은 말한다. 인간의 손가락 발가락이 각각 열개씩은 것은 바로 이 하느님의 열마디 말씀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창조주께서 만드셨다고 유럽 어느 유치원에서는 어린 꼬마들에게 가르치기도 한다.
5장 1절에 나오는 『쉐마 이스라엘(Shema Israel)』(이스라엘은 들어라)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들려주시는 규정과 법령들을 익히고 성심껏 지키는데 첫째로 요구되는 조건이다. 「열 마디 말씀들」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방인들의 풍습, 그 중에서도 가나안의 생활풍습에 물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나이 계약 이전부터 가르쳐오던 것을 새롭게 하는 데 있다.
5,2-3절은 매우 중요하다. 야훼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계약을 맺어주셨다』라고 되어있다. 『우리 하느님 야훼께서는 호렙에서 우리와 계약을 맺어주셨다』라고 되어있다. 『우리 하느님 야훼께서는 호렙에서 우리와 계약을 맺어주셨다. 우리와 맺으신 것이다. 오늘 여기 살아있는 우리 하나 하나와 맺으신 것이다』. 계약의 근본조건은 하느님께서는 말씀하시고 우리 인간은 그분의 말씀을 들어야 되는 관계를 말한다.
하느님과 인간이 가지는 이 계약의 관계는 모두 하느님의 사랑에 근원을 두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각자를 사랑으로 불러주셨고 우리 각자는 모두 하느님의 사랑받는 외동이다. 나 이전에도 나와 같은 자 없었고 나 이후에도 나와 같은 자 없을 것이다. 하느님과의 계약은 그러므로 내가 하느님과 맺는 것이고 다른 어떤 사람도 대신할 수 없다. 성세받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성세 때의 약속을 자주 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십계명은 모두 사랑의 계명이다.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에 근원을 두고있다. 신약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새로운 사랑의 계명」을 주셨다. 그것은 『내가 당신들을 사랑한 것처럼 당신들도 서로 사랑하시오』(요한 13,34절). 이는 그리스도께서 최후의 만찬때 하신 유언이기도 하다.
이 말씀에서 이웃에 대한 사랑의 척도는 우리 자신이 아니라 그리스도이심을 명백히 말하여준다. 그러므로 『이웃을 네몸 같이 사랑하라』는 구약의 계명은(레위기 19장 18절) 사랑하는 척도가 우리 자시이지만 신약의 새로운 계명은 사랑하는 척도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사랑해야 되는 것이다. 이는 구약의 사랑의 계명의 완성된다.
구약에서의 율법을 지키는 것은 무서운 벌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고마움을, 감사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보은(報恩)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거저 주시는 사랑에 대한 응답의 표시로 그분께서 내리신 법령과 규정을 지키고 순명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사랑과 하느님의 질투 등은 성도들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스라엘이 그럴 만한 착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신명기 4,37). 어느 민족보다 그 수효가 많아서 그들을 택하시고 그에 마음이 이끌린 것도 아니다(신명기 7,7). 오직 하느님께서 거저 주신 사랑 때문이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이미 선조들에게 약속하신 것이다(신명기 7,7-8).
이스라엘은 참으로 에집트인들에 비하면 여러 면으로 볼잘 것 없다. 현재 남아있는 유물들을 보아서 그렇다. 에집트의 웅대하고 거대한 문화와 비교하여 보아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 보잘것 없는 민족을 크게 하셨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신앙 때문이다.
『능하신 분이 큰 일을 내게 하셨음이요…』구약성서에 나오는 이 「마니피캇」, 감사노래는 오늘날까지 매일 저녁 교회 성무일도에서 불러지고 있다. 오늘 우리 각자의 개인 성소를 생각하여 보자. 나에게는 자랑할 것 아무 것도 없다. 가문, 학벌, 지위…. 어느 하나 자랑할 것 없다. 자랑할 것은 오직 주님의 은총 뿐이다. 거저 받은 은총이다. 나의 육신 생명은 물론 머리카락 하나까지 하느님으로부터 받지 않은 것 하나도 없다.
율법의 근본정신은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사랑하는 일이다. 여기서 「만족의 근원」도 「감사」라는 것을 때닫게 된다. 나의 신앙체험으로는 받은 은혜를 기억한다는 것은 복을 받는 첫째 조건 중의 하나이다. 왜냐하면 감사는 하면 할수록 더욱 감사할 일을 만들어 준다. 신앙의 체험이고 사는 것이다. 각자 체험하여 보아야 안다. 이스라엘 백성은 절대로 망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신앙은 끊임없는 감사와 받은 은혜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말 감사 기도에 이런 아름다운 말이 있다: 『감사할 수 잇음에 감사드립니다』서양의 어린아이들은 태어나서 『엄마 아빠』다음으로 배우는 말마디가 『감사』라고 한다. 구약 율법의 근본정신은 바로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사랑하는 일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행복한 사람은 감사할 줄 아는 사람, 반대로 가장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은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닐까?!
같은 독일말에 「인간의 삶의 의미」에 대하여 어근이 같은 세 마디로 표현하고 있다. 즉 『산다』(Leben)는 것은 『사랑하는 것』(Lieben이요), 사랑한다는 것은 곧 『찬미한다』(Loben)는 것이다. 또 「찬미」는 바로 「감사」에 찬 마음의 표시인 것이다. 산다는 것, 사랑하는 것, 찬미드린다는 것 이 세가지 말마디가 같은 어근에서 비롯한다는 독일말의 의미가 지극히 성서적이고 크리스찬적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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