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그림을 먼저 느낌으로 받아들이세요』
최근에 출간된 「루브르 계단에서 관음, 미소짓다」를 통해 동·서양을 아우르는 독특한 주제별 그림읽기로 세간에 과제를 뿌리고 있는 미술사학자 박정욱(도미니코·서울 주엽동본당)씨.
그는 이론으로 덧씌워진 눈이 아닌 느낌으로 보는 감상법을 강조한다.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와 관음보살의 미소는 얼마나 닮았을까」
박씨의 그림읽기는 언뜻 엉뚱한 것 같지만 「아이」만이 가질 법한 순수한 물음에서 출발하고 있다.
서양미술의 메카인 「루브르」와 동양미술을 상징하는 「관음보살」의 미소를 통해 그는 그림 감상에 있어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시각을 강조한다.
『화가가 대중을 위해 그림을 그렸지 학자나 비평가를 위해 그린 것은 아니다』란 그의 지적은 단호하기까지 하다.
『「감히」라는 말로 재단된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는 용기가 진보를 이끌어왔다』고 믿는 박씨, 그래서 「루브르…」에서는 숱한 금기를 뛰어넘으려는 믿음과 같은 용기를 발견하게 된다.
10여년에 가까운 프랑스 체류기간 동안 루브르박물관 등 유럽의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을 거의 빼놓지 않고 돌아보았다는 박씨. 자신도 그림보기에 빠져 불문학도에서 미술사가로 길을 바꾼 이다.
그는 「루브르…」를 통해 너무나 다른 역사와 문화 속에서 자라나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서양과 동양미술의 세계도 한 꺼풀 벗기면 그림 속에 인간의 진솔한 삶과 아름다움이 온전히 깔려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김홍도의 「씨름」과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즈의 뗏목」을 마주 놓고, 한국적 해학과 서양적 직설의 비교를 통해 미술의 속깊은 참맛을 우려내 선사한다.
또 조선 후기 「미인도」와 밀로의 「비너스」에서도 유사함을 찾아내는 그의 시야는 시종 흥미로움을 던져준다.
파리 소르본느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일상에 빠져있던 이들도 각기 다른 그림 속에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 무엇, 그것을 찾는 기쁨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길 소망한다.
프랑스 유학시절 걸어서 언제든 찾을 수 있었던 성당, 그리고 그 성당들이 지니고 있던 미술작품들을 통해 일상의 한 부분이 된 미술을 경험했던 그는 「개인이 일상에서 느끼던 감동」을 소중하게 간직할 것을 충고한다.
제목과 비평을 외워 이론으로 아는 작품이 아닌 저마다 나름의 느낌으로 해석하는 그림, 그래서 보다 많은 이들이 「그림을 볼 수 있다」고 자신하는 즐거운 세상을 박씨는 그리고 있는지 모른다.
(서해문집/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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