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의 아픔은 개인사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해방 전 북간도지역과 현재의 북한지역에서 교회를 일구고 가꾸어온 수도회들 또한 해방이후 종교탄압을 겪고 북녘 땅을 등진 채 남한으로 내려와야 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교회재산을 빼앗긴 것은 물론 성직자, 수도자를 강제 연행하는 도중 순교하거나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이들이 발생하기도했다. 민족화해와 통일의 대전환기를 맞이한 지금 과거 북한교회의 복음화에 앞장서온 수도회들의 당시 활동과 그들이 현재 맞이하는 감회, 향후 통일 사목에의 전망과 계획을 들어본다.
해방 이전 북한지역에서 선교하던 수도회는 성베네딕도회와 메리놀 외방전교회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1945년 해방당시 북한지역은 연길, 평양, 함흥, 서울, 춘천 5개 교구와 1개 면속구가 관할하고 있었는데 이중 연길교구·함흥교구·덕원면속구는 성베네딕도회가, 평양교구는 메리놀 외방저교회가 각각 이 지역에 터잡고 복음화 활동을 벌여오고 있었다.
1920년대 교구설정 준비단계와 교구 초기부터 한국에 진출해 진취적인 사목활동을 벌여온 이들 수도회는 본당신설과 더불어 시약소, 학교, 고아원, 양로원을 설립 운영하는 등 활발한 사회복지, 교육 활동을 통한 전교에도 힘써왔다.
특히 메리놀 외방전교회는 평안도 교회에 1923년부터 1945년까지 18년간 51명의 선교사를 파견해 21개 본당, 한국인 신부 8명, 수도자 39명, 총신자 2만6천4백24명 규모로 교세를 확장하는 등 평양교구가 전국에서 으뜸가는 교구로 성장하는데 이바지하기도 했다.
또한 제2대 평양교구장이던 목요한 몬시뇰에 의해서 1932년 평양 상수구리에서는 한국교회의 첫 방인(한국인) 수녀회인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가 창설돼 1938년 2월 교황 비오 11세로부터 창설과 회헌을 인준받고 본격적인 수도, 선교활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1945년 해방이후 교회재산의 몰수를 시작으로 1949년에는 평양교구장 홍용호 주교가 납치됐으며 많은 성직자, 수도자들이 체포되거나 행방불명됐고 그해 12월과 이듬해 5월에는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원과 원산 포교 성베네딕도 수녀원이 몰수됐다.
덕원면속구의 성 베네딕도 수도원 역시 당시 함흥교구장인 신 보니파시오 주교와 독일인 수도자들이 강제연행되고 교회재산을 몰수당하는 비극을 겪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6·25전쟁 이후 교회는 거의 사라진 상태로 성 베네딕도회의 경우 덕원, 연길 수도원이 패체돼 수많은 회원들이 피살, 옥사, 추방되는 현실에서 남하한 회원들에 의해 1952년 현재의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을 이루게 된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 역시 50년 12월 중공군의 엄청난 병력에 밀린 아군의 갑작스런 후퇴로 소식을 전할 수 없었던 11명의 회원을 북한에 남기고 10여명만 남하해 현재 서울 정릉에서 수녀회를 다시 꾸리게 됐다.
이들 수도회의 북방선교에 대한 관심은 다른 곳보다 각별해 메리놀 외방전교회의 경우 지난 1990년과 1995년부터 중국 연길, 길림 지역에 사제, 수사, 메리놀회 수녀를 파견해 영어, 신학 등을 강의하고 중국인과 한인 신자들을 대상으로 사목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4월에는 국제기구인 가톨릭구제회(Catholic Relief Service)를 통해 북한에 의약품과 농기계를 지원하는 등 대북지원활동에도 앞장서 왔으며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메리놀회 한국지부 소속 사제가 평양에 상주하며 UN의 식량사업인 「Work For Food Project」의 일환으로 70만톤에 달하는 밀을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또한 수도회 내 북방선교위원회를 설립하고 중국 북경에 상주하는 사제를 파견해 활동하고 있는 상태다.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 함제도 신부는 『지난 6월 25일 월정리역에서 열린 「민족 화해·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전국대회」레서 재확인했던 화해와 협력의 정신이 향후 북한교회의 복음화 방향이 돼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며 『북한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에 앞서, 주교회의의 방침 아래 인도적인 차원에서의 협력부터 벌여나갔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