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오전 서울 약수역 자전거 대여점. 손과 옷에 기름을 묻힌 10여 명의 직원들이 자전거 수리에 한창이었다.
직원들의 자활에 대한 열정에 현장체험을 위해 대여점을 찾은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위원장 임용환 신부) 선교활동가들의 눈도 덩달아 휘둥그레졌다. “자활하시는 데 어려운 점은 없으셨어요. 자전거 대여로 수익이 나나요.”
호기심 가득한 선교활동가들의 계속되는 질문에 대여점 직원들은 잠시 수리를 멈추고 이마의 땀을 훔치며 말했다. “교통비와 점심값을 빼면 남는 게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자활에 힘쓰며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어요.”
자전거 대여점에서 삶의 희망을 키우고 있는 이들은 한때 서울의 미아리, 신림과 함께 대표적인 달동네로 꼽히던 서울 성동구 행당·금호·하왕십리동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성동주민회를 중심으로 뭉쳐온 이들은 그동안 공동체 정신을 구현하며 성동지역자활센터, 신협, 생협 등을 설립하고 삶의 능동적인 주체로 거듭나고 있다.
재개발 지역이 희망의 터전으로 거듭난 데에는 그동안 이곳 철거민 등 거주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92년 이 지역에 재개발 열풍이 불자 이들은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세입자 투쟁을 벌였다. 이후 주민 지도자와 외부 활동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획단을 꾸렸다. 이들이 주인이 돼 봉제공장을 직접 운영하는가 하면, 생협을 꾸려 우리농산물 소비운동도 벌여왔다. 1997년 지역 주민, 활동가의 돈을 모아 신협을 설립하기도 했다.
현재 성동구지역자활센터(관장 신만수)에서 운영 중인 자전거 대여점, 세탁소 등도 이들이 그간 노력해온 결실 중 하나다. 이들의 최종 꿈은 사람이 중심이 돼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지역공동체로 거듭나는 것. 앞서가는 사람과 뒤처지는 사람이 함께하는 공동체로 모두 잘 살고 행복해지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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