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당 봉사자를 권유받았을 때의 저를 돌아봅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서…. 나름으로는 합당한 핑계였지만 또 다른 십자가를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 싫어서, 다른 이들의 질책과 조롱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두려워서 사실은 동참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몬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원치 않았던 시몬의 뒤에서도 예수님은 감사의 축복을 주셨으리라는 것을….”〈십자가의 길 제5처 중, 민진희〉
“내가 지고 있는 작은 십자가마저 주님께 안겨 버렸습니다. 예수님의 고통은 마음에 와 닿지 않습니다. 나같이 나약하고 죄 많은 이들이 저마다 크고 작은 십자가를 예수님이 지고 가시는 큰 십자가위에 얹어 놓고 당신의 고통을 바라보지 않고 왜 더 빨리 짐을 덜어주지 않았는가만 생각하며 불평을 합니다. 이 모든 이들의 십자가를 지고 가시다가 기력이 다해 다시 두 번째 넘어지십니다.”〈십자가의 길 제7처 중, 조원정〉
23일 부활성야미사, 수원대리구 당수성령성당에서는 작지만 특별한 시상식이 진행됐다.
당수성령본당(주임 이규현 신부)은 지난 사순시기 동안 ‘십자가의 길’ 묵상 공모를 펼쳐왔다. 이번 공모는 신자 개개인이 삶의 자리에서 길어 올린 진솔한 묵상을 통해 직접 기도문을 만들어보는 기회로 의미가 컸다. 특히 십자가의 길을 더욱 깊이 봉헌할 뿐 아니라 개개인의 삶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묵상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이날 미사 후에는 ‘십자가의 길’ 묵상 공모에 대한 시상식이 마련됐다. 시상식에서는 민진희(로사)씨 외 14명의 신자들이 이규현 주임신부가 직접 마련한 묵주반지와 성상 등을 선물 받았다.
본당 주임 이규현 신부는 “묵상글이나 기도문에 대해서 순위를 매기거나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깊이 있는 묵상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기도문을 공모하게 됐다”며 “14처의 기도문을 직접 써내려가는 쉽지 않은 여정에 동참하고, 깊이 있는 기도문을 내어준 신자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본당은 예수 부활 대축일을 앞둔 지난 성주간 화요일에는 신자들이 직접 만든 십자가의 길 기도문을 공동으로 바치기도 했다. 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기도문을 공모, 누구든 쉽게 기도에 맛들이고 묵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당수성령본당은 지난 2005년 서둔동본당에서 분가, 현재 교적상 신자 수가 940여 명인 작은 공동체로 최근 능동적인 전례 참여에 더욱 큰 힘을 싣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