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은 그날 저녁식사 후에도 성지를 찾아가 오랜 시간, 기도하고 묵상하면서 보냈답니다. 그리고 다음날도 새벽에 미사를 드린 후 수녀원의 정성스러운 아침을 먹고 절뚝거리며 침수예식을 하는 곳으로 가 묵주기도를 드리면서 예식시간을 기다렸답니다. 시간이 되자 봉사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침수예식 하는 곳으로 들어갔답니다.
입던 옷을 벗고 가운을 두른 후, 인자한 외국인 봉사자들의 손에 이끌려 돌로 된 작은 욕조 같은 곳으로 침수하려는데, 순간 물이 너무 너무 차가워 ‘아이고, 추워라!’하는 생각밖에는 아무 생각도 안 나더랍니다.
짧은 시간 침수예식을 마치고 문 밖으로 나오는데, 문득 낫게 해주심에 감사하는 마음의 기도를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모든 것을 성모님께 맡기자’라는 생각을 하며 절뚝거리며 발길을 돌렸답니다.
수녀원에서 점심을 먹고 역으로 가려는데, 절뚝거리는 모습을 본 그 곳 수녀님이 차로 루르드역까지 태워다 주었답니다. 기차 안에서도 무릎은 여전히 아팠지만 이상하리 만큼 몸과 마음이 그토록 상쾌할 수 없더랍니다.
루르드에 올 때는 기적이 다급했지만, 이젠 1박2일 동안 어린이처럼 순수하게 기도하고, 성지순례 동안 자신의 마음이 순수해진 것을 느끼면서 그것이 더 큰 기쁨임을 알게 되었답니다.
짧은 성지순례가 힘들었는지 잠시 자고 일어나 보니 파리까지는 30분 정도 남았더랍니다. 기지개를 켜고 이것저것 생각을 하다 보니, 파리에 도착! 가방을 메고 기차에서 내려 역을 빠져나오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 절뚝거리며 절어야 할 다리가 전혀 절뚝거리지 않더랍니다.
‘어, 내가 왜 절뚝거리지 않지? 내가 무릎이 많이 아팠는데!’ 하며 살짝 뛰어봤더니 조금은 아픈 느낌이 왔고, 숙소에 도착을 했을 때는 무릎이 전혀 아프지 않더랍니다. ‘정말 내게 기적이 일어났나? … 그래, 기적으로 호들갑 떨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는 지금 나를 필요로 하셨구나!’ 하는 생각에 그분으로부터 사랑받고 있음에 감사드렸고 ‘성모님께서 불쌍한 내 기도를 들어 주셨구나!’하는 생각에, 성모님께도 사랑받고 있음에 감사하게 되더랍니다.
그 신부님의 영화 같은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 나는 물었습니다. “뭐, 그래도 신부님께도 기적이 일어났네요!” 그러자 그 신부님께서 하시는 말씀, “사실 무릎 나은 것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기도하고픈 마음이 생긴 것, 그것이 내게 더 큰 기적이에요. 그래요, 메마른 내 마음에 기도의 불을 피워주신 것, 정말 그게 나에게 더 큰 기적이에요,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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