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회심(回心) : 사람이 하느님께 전적인 신뢰를 둘지라도 인생문제에 대한 현실도피가 아니고, 지성과 자유의지를 포기하지 않은 인격체로서 문제를 차원 높게 극복하려는 노력을 동반해야 되는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적극적인 결단을 의미한다. 사람은 이런 결단에 의하여 작은 자아(自我)에서 탈피하여 넓은 세계로 도약한다.
이러한 도약은 지금까지의 자신의 비근(卑近)한 인생관이나 세계관에서 뛰어나와서 더 크고 새로운 인생관에로 진입하여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바꾸는 것이다.
이것을 종교적으로 회심이라 한다. 회심은 단순히 마음을 바꾸는 것만 아니고 인생의 방향전환을 뜻하기 때문에 옛날에 많이 사용하던 회두(回頭)라는 말이 더 정확한 말일 수도 있다.
요새 유행하는 「사고의 전환」이라는 표현이 곧 회심의 내용이다.
신앙의 선택은 이 종교에서 다른 종교로 옮겨가는 피상적 개종이 아니고, 묵은 자아를 부정하고 새로운 자아를 긍정하는 정신적 혁명이다.
이런 정신적 혁명은 하지 않고, 단순히 불당에서 성당에로 또는 그 반대로 가는 사람을 종종 만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몸은 이동해도 정신은 이동하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면, 절에 다닐 때에 찾던 부처님 대신에 성모님을 찾으면서 절에서 49제를 올렸으니 성당에서도 49제 미사를 청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에게 있어서 몸의 개종이 정신의 회심을 동반하였는지 다시 물어보고 싶은 것이다.
또 그들과 더불어 기복(祈福) 종교 이상의 신앙심을 논할 수 있는지 혼란스럽다.
세례를 받은 후에도 신자의 인생관이 여전히 비근한 사물에 묶여있고, 그의 구체적 생활이 신앙 이전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아직 참된 신앙의 경지에 들어오지 못한 것이다. 신앙적 회심은 정신의 전환이요, 심정의 전환이요 행위의 전환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이 언제나 반드시 심리학적 변동을 동반하는 것은 아니다. 저명한 개종자들 뽈 글로델, 쟉그 마리땡, 헨리 뉴만 같은 사람들도 개종 초기에는 심한 심리적 갈등을 겪었으며, 신앙적 회심은 안심입명(安沈立命)이 아닌 고통스러운 의지적(意志的) 전환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또 한번 진심으로 회심하였다고 이 회심이 흔들리지 않고 영구히 지속될 것이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신앙으로 추구하는 실존은 초자연한 존재인 하느님이기 때문에, 신앙의 인식은 자명(自明)한 인식이 아니고 나타나지 아니한 것에 대한 신념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동안에는 언제라도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신앙적 회심에 항구할 수 있게 하는 힘은 하느님의 은총이고, 이 은총 안에 머물기 위한 노력은 중단없는 기도와 거듭되는 결단이다.
종합하여 말하자면, 신앙행위의 핵심요소는 회심이고, 이 회심은 계속되는 상태가 아니고 필요한 순간마다 다시 내리는 결단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