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을 여는 날인 재의 수요일에 교회가 우리에게 지시하는 프로그램은 재를 머리에 얹는 뜻보다 재를 머리에 얹어주며『회심하고 복음을 믿으십시오.』하는 말에 더 큰 뜻을 두고 있다. 유대인들의 전통을 물려받은 이 행동은 신자회중의 공동체 의식(意識)을 구성하는데 역점을 두는 것이다.
사실 사순절의 참회행동은「백성을 불러 모으고 거룩한 대회를 여는 데 있다」(요엘2ㆍ 16)고 제1독서에서 말한다. 그러나 신자 전체를 위해서나 각자를 위해서 본질적인 것은 주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회심하는데 있다. 회심한다는 것은 하느님께 마음을 돌리는 것이다 그것은 이기주의를 없애고 생활의 새로운 개념을 선택한다는 것보다 부르시는 그분을 향하여 마음을 돌리는데있다. 메시지를 받아들이기 위하여 먼저 메시지를 가져온 사자(使者)에게 눈을 들어야 한다. 그 때문에 예수는 하느님의 복음을 전파하였을 때 회심하라는 소리를 들으라(마르고1ㆍ15).고 하셨고 베드로도 성신강림날 같은 호소를 하였다.(사행2ㆍ33)우리에게 요구되는 회심은 무엇보다 먼저 예수와 우리의 개인관계를 더깊이 하는데 있다. 우리가 사순 제1주일에「해마다 사순절을 거룩히 지내는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신비를 더욱 깊이 깨닫고 착한 생활로 그 효과를 얻게 하소서」하고 하느님께 기도할 때 그것을 더 잘 이해할 것이다.참 사순절은 생활에서 침통한 얼굴을 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라 고하는ㄴ 그 본질적인 것의 맛을 재발견하는 때이다. 참 사순절은 기쁨과 웃음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베풀어 주신 모든 은혜에 대하여 감사합니다.」하고 하느님께 감사하는 것을 다시배우는 때이다. 참 사순절은 재를 덮어쓰는 것이 아니고「당신 사랑의 불을 우리에게 놓으소서.」하고 하느님 앞에 헐벗은 자로 자처하는 기쁨을 재발견하는 때이다. 여기 칼 라이너의「영광의 흙」에 대하여 잠깐 묵상해보자. 재의 수요일에『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는 말이 우리에게 떨어지면서 사제는 이 흙으로 십자표를 이마에 그어준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무엇이라는 것이 확실히 드러난다. 우리는 죽어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이지만 그리스도로부터 구원되어 영원한 생명이 약속되어 있다는 것이다 흙이란 아주 평범한 것을 상징한다. 거의 아무것도 아닌 것을 상징한다. 모순되는 사실을 상징한다. 흙 한줌은 뜻이 없다.흙은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다. 닥치는대로 소용돌이친다. 우리는 흙을 주의하지 않고 밟는다. 그것은 형태도 없고 모습도 없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날린다. 그런데 하느님은 사람에게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 하신다. 흙이란 단어는 육체란 단어와 같다. 사실 성서에서 육체라고 할 때 그 덧없음과 지적 및 윤리적 약점과 죄와 죽음으로 나타나는 하느님과의 간격으로 하느님과 멀어진 자로서의 인간을 가르친다. 이렇게 인간은 흙이다, 인간은 육체이다 할 때 같은 뜻이 있다. 그러나 복음이「말씀이 강생하여 육체를 취하셨다」할 때 이 얼마나 방향이 달라지는가.「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아들을 죄 많은 인간의 모습으로 보내어 그 육체를 죽이심으로써 이세상의 죄를 없이하셨다」(로마8ㆍ3)우리는 예수가 우리지상의 흙을 덮어쓰고 인간이 되셨다고 말할 수 있다.그러나 그가 죽으심으로써 그 육체가 우리구원의 방법과 도구가 되었다. 그때부터 흙은 이제 죄의 선고가 아니요 오직 구원의 표가 되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사람이 되신 말씀의 형제가 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무것도 아닌 흙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영광을 향하여 걸어가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이마에 받는 재의 이 십자는 그것이 가지는 평범하고 허무하고 고통스럽고 죄스러운 것과 함께 또 우리의 인생의 끝날 에는 죽음과 함께 우리인간조건의 상징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하느님의 영광 속에 빛나게 될 인간승리의 표이기도 하다. 예수는 죽어 무덤에 뭍혔다. 그러나 부활날 아침에 육체로 영광속에 빛나기 위하여 산 우리인간의 육체로 다시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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