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남측방문단의 김포공항 도착 시간 3시간 전인 8시부터 공항에는 삼삼오오 방문단의 남쪽 가족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상봉대상자가 5명으로 제한된 이유로 상봉 기회를 갖지 못한 가족들이 대부분인 환영객들은 방문단 도착 시간인 11시가 다 되어서는 400여명으로 늘었다. 같은 시간 공항에 있던 외국인들도 관심 깊게 이산가족 방문단의 오고감을 지켜보았다.
심종만(68)씨를 환영나온 심식만(바오로·61)씨 가족 10여명은 「큰아버님 고향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는 글귀가 적힌 피켓을 마련해 나와 방문단이 들어설 때 눈길을 마주치기도. 이들 가운데 최종 이산가족 상봉단 선정에서 제외된 남측 이산가족들은 북한 가족들의 이름과 연락처를 적은 쪽지와 팻말 등을 들고 나와 북한측 방문달에 흔들어 보이며 간절한 상봉의 염원을 드러내기도.
⊙… 이산가족의 만남은 공식적인 장소에서만 이뤄져 애간장을 태우는 이들이 많았다. 북한 방문단 권중국씨의 남쪽 여동생은 코엑스 입구에서부터 따라니며 오빠의 손이마나 잡아보려 했으나 끝내 이루지 못하자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목놓아 우는 바람에 주위를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 방문 이틑날 북한 방문단은 50명씩 2개조로 나뉘어 개별상봉과 롯데월드 민속관 견학을 오전 오후에 번갈아 진행했다. 롯데월드 악단의 「우리의 소원은 통일」「아리랑」연주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민속관에 들어선 방문단은 선사시대부터 근세사에 이르는 생활·유적지 모형들을 둘러보았다. 이산가족 방문단은 안내원의 설명을 유심히 듣고 즉석에서 질문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 15일 오전, 평양으로 출발한 북한 방문단에 포함된 한재일(요셉·81)씨도 뜬눈으로 하룻밤을 새며 만남의 순간만을 고대했다.
평안남도 평원 출신인 그는 북에 아내와 동생들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이번 상봉길에 올랐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가장 먼저 묻겟다는 한씨는 북의 가족들을 위해 시계, 속옷 등을 준비했다고. 그는 이번 방문소식을 전해들은 본당 신자들이 작은 정성을 모아 준데 대해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 멀리 부산에서 북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올라온 김희조(마리아·73)씨는 남종생 김기조(68)씨를 만난다고 전했다. 평안북도 연변이 고향인 김씨는 47년 남편을 따라 10개월 된 아들을 업고 남한으로 내려온 경우. 이후 전쟁이 터지고 남북이 분단되며 결국 그리운 고향을 다시 밟지 못했다. 가족이 너무나 그리웠다는 김씨는 그 동안 가슴아팠던 심정을 말로 다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상봉길에 북측의 동생을 위해 옷과 의약품, 시게 등을 정성스럽게 준비했다. 김씨는 『만나면 할 얘기가 너무나 많을 것 같다』며 기쁨과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 남측방문단 이복연씨의 부인 이춘자씨는 남편과의 50년만의 만남에 처음에는 서먹서먹해 하다 이내 부부지정을 되찾은 등 뜨거운 포옹을 나눠 주위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기도. 이씨의 손자 이용재(미카엘)씨는 미국 유학 중 할아버지를 뵙기 위해 귀국,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처음 보는 할아버지에게 꽃다발을 안겨주며 끈끈한 혈육의 정을 되살렸다.
⊙… 전북 임실이 고향인 심식만(바오로·61)씨도 큰형 종만(68)씨를 만났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는 말로 심경을 밝힌 심씨는 그 동안 형만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졌다며 눈물을 흘렷다. 그는 하루빨리 남북이 통일돼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 한국전쟁 때 의용군으로 끌려간 형 방환기씨를 만난 환길(미카엘·60)씨. 그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형과의 만남에서 50년 응어리진 한을 쏟아냈다. 방씨는 이미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눈을 감으면서까지 형 생각에 가슴아파 했다며 『어머니께서 하늘 나라에서 무척 기뻐하고 계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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