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당신만은 아시옵니다. 밤 깊어 칠야삼경(漆夜三更) 새도록 삭풍의 칼이 앞가슴을 저미는데 이 한밤, 통한(痛恨)의 밤을 불면으로 뒤척이는 창백한 영혼의 뒷그림자를 주여 당신만은 역력히 보시옵니다. 이맘 때면 절절히 친구의 임종, 그 임종의 말마디가 계시(啓示)처럼 박히어 주여, 진정 회개하며 우는 자의 슬픈 마음을 당신은 아옵니다. 아리산(阿里山)의 오봉(五鳳)을 번제(燔祭)한 손이 사시나무 떨릴 때 회오(悔悟)의 핏눈물 무상(無償)으로 씻어주신 당신이 옵기 오늘 죽음의 재 머리에 날리는 날 우리의 변호자신 성모 마리아 당신이 우신 뜻을 이제야 아옵니다. 우리들의 변신과 우리들의 방종과 우리들의 위악과 우리들의 반란과…그런 일상 그런 사철의 우리네의 비참을 당신은 진정 아파하며 우옵니다. <다윗의 자손 예수님께 호산나>놀라고 기뻐하고 작약(雀躍)하던 무리들, 그들 돌연한 흉모(凶謀)의 깃발 앞에 홀로 속죄양(贖罪羊)의 제물이 되신 주님. 절절히 이맘 때면 임종의 친구 그 친구의 감긴 눈이 심골(心骨)에 박혀 우리 오늘 참회하며 우는 자의 하염없는 가슴을 주님은 아옵니다. 피덕은 카인 번득이는 칼날로 인자(人子)를 능멸한 날, 사랑이신 당신의 그 처절한 결의(決意). 시나이산의 불타는 덤불에서<내가 있노라>시던 그 이름 야훼시여. 멸망과 구원 사이 어둠과 광명 사이 엄정(嚴正)한 택일의 날에 흘리시던 땀방울. 광야에서의 엄재(嚴齋)를 통해 내리신 결단이기 당신의 자비 그토록 크옵니다. 모반의 밤은 깊어 성금요일, 아, 사랑의 잔에 죽음을 입맞추신 거룩한 신의(神意) 살진 해 기울고 실락(失樂)의 땅 <골고타>산상에 뿌린 핏방울 그 점점이 방울튀던 보혈로 하여 창세(創世))의 문 다시 여신 성심이여! 오늘 우리 죽음의 재 머리 위에 날리는 날. 진실로 진실로<너희 허물 씻기고 죄악의 밤 사라졌노라>하신 주님. 장한(長恨)의 밤 <이브>의 죄 부끄러운 이 밤을 불면으로 뒤척이는 영혼을 보옵나니 최후를 이기시러 빚으로 오신 당신. 이날에 형가(刑架) 우러러 새삼 눈물지오니 탕아(蕩兒)의 손 이끄시어 찬 가슴 데우소서. <야곱의 우물>가로 날 인도하시어 죽음 파고 드는 갈(渴)한 목숨 채우소서. 아, 이 산악(山岳)같이 첩첩한 죄의 무게를 사랑의 이름으로 속량(贖良)하시어<에록>처럼 주의 길 따라서게 하소서 주여!
※오봉(五鳳)…대만의 원주민을 목숨을 바쳐 고화한 중국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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