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는 사순절에 김수환 추기경은 사준절 메시지를 발표했다. 사랑으로 일치할 것을 호소한 김추경은 가정성화에 힘쓸 것을 촉구하면서 고독하고 소외된 자들, 그리고 병들고 가난한 이웃의 고통을 이번사순절동안 특별히 함께 하면서 이웃사랑실천을 통해 그리스도의 수난에 참여할 것을 호소했다. 여기에 김 추기경의 사순절 메시지全文을 소개한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
사순절을 맞이하였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고 그 의미를 마음속 깊이 새기며 살아야 할 때입니다. 그리하여 올해 우리교구가 목표로 삼고 있는 하느님 백성의 일치를 믿음과 신앙으로 더욱 심화 시켜야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주 예수 그리스도는 수난 전날 저녁에 이 일치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셨고 (요한 17)「내가 땅에서 높이 들리게 될 때에는 모든 사람을 이끌어 나에게 오게 할 것이다」 (요한 12ㆍ32) 라고 말씀하신 그대로 바로 이 일치를 위하여 수난하시고 십자가에 높이 매달려 죽으셨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그리스도의 십자가야말로 하느님 백성의 일치의 근원이요, 힘입니다. 사랑으로 당신을 완전히 비우신 그리스도,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떠나서 우리는 어떠한 일치도 이륙 할 수 없읍니다. 그러기에 교회를 가리켜 일치의 성사, 일치의 도구, 일치의 표지라고 말한 교회현장은 이 교회의「기원과 성장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의 옆가슴이 열려 피와 물이 흘러 내릴때에 표현되었다 」 (교회헌장3) 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일치를 위해서 기도하시고 힘쓰시고 모든 것을 바치신 것은 먼저 우리가 아니고 하느님이시요 그리스도이심을 절감하게 됩니다.
실로 하느님은 세상을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 아들을 보내주시기까지 하셨고 오신 그리스도는 당신 전부를 남김없이 우리를 위해 내놓으셨습니다. 나아가 성체성사에서 보듯이 우리를 영원히 사리고 사랑 속에 하나가 될 수 있도록 그리스도는 당신 자신을 생명의 빵으로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또한 그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성령을 보내시고 성령은 우리의 마음속에 하느님은 우리의 마음속에 하느님의 사랑을 부어 주셨습니다. (로마5ㆍ5)
우리가 참으로 일치를 기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를 통해서 드러난 하느님의 이 사랑으로 응답해야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응답은 그리스도를 본받아 우리자신을 사랑으로 하느님과 이웃을 향해 열고 내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 사순절에 이 사랑의 길을 깊이 살아야 하겠습니다.
(1)먼저 우리는 우리 가정에서부터 믿음 속에 진정으로 서로 사랑함으로써 그리스 도안에 사랑의 공동체를 이룩해야 하겠습니다.
인도 슬럼가의 어머니 테레사 수녀님은『가정은 자애가 깃든 보금자리, 무한히 서로 용서하는 곳이 되게 해야 합니다. 오늘 늘은 모두가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보다 큰 발전, 더 많은 부 (富), 더더 하면서 찾고 있읍니다.
어린이들은 부모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거의 없으며, 부부는 자기를 서로를 위한 시간조차 낼 수 없는 형편입니다. 세계평화의 붕과는 이같이 가정에서부터 시작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신자가정은 세포교회요, 하느님 백성의 일치의 기초입니다. 가정의 화목이 깨진 곳에 하느님 백성의 일치를 기대할 수 없읍니다. 그런데 가정이 이 같은 사랑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부부가 서로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대로「남편 된 사람들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셔서 당신의 몸을 바치신 것처럼 자기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 된 사람도 자기 남편을 같은 정신으로 사랑하고 존경해야합니다.」(에베소5ㆍ21~23)
신자부부는 자신들의 사랑의 일치를 위해서 죽으신 그리스도를 생각하며 그분 안에 깊이 함께 기도함으로써 결합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부부 가같이 그리스 도안에 기도로써 하나가 되어 살 때에 그 가정은 행복하고 성화될 것입니다. 그런 가정을 통해서 교회도사회도 참된 사랑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발전 할 수 있습니다.
(2) 그 다음으로 우리는 우리의 이웃을 사랑합시다. 그중에서도 가난이나 병고에 신음하는 이웃 , 고독하고 소외된 이웃 그밖에 여러 가지 시련 속에 놓인 이웃을 돕고 이런 이웃과 우리의 가진 것을 나누며 그들의 고통까지 함께 나누는 정신에 살아야 하겠습니다. 수난하신 그리스도는 바로 이들 가운데 오늘도 현존하십니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이 사순절에「가장 보잘것 없는 형제중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마태25ㆍ40)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명심하고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하겠습니다.
(3) 이렇게 가정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성회시키고 불우한 이웃을 대하기를 그리스도를 대하듯 함으로써 믿는 이들은 참으로 이사회 속에서 모든 이의 화해와 일치를 취해서, 모든 이의 복지를 위해서 헌신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벗을 위해 자기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람은 없다고 하신 그 사랑으로 당신을 회생하심으로 모든 이를 당신께 인도하시듯이 우리들 그리스도인들도? 특히 성직자와 수도자 및 지도적 위치의 평신 자들이 이사회의 평신 자들이? 이사회의 모든 이의 화합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모든 이에게 사랑의 봉사를 해야 하겠습니다.
한 나라나 민족의 위대함은 남을 위해 자신을 바칠 수 있는 사랑과 봉사정신에 사는 사람들이 구속에 얼마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아무리 나라가 크고 물질적으로 부강하다 할지라도 국민대부분의 정신이 사리사욕에 사로잡혀있고 자신의 영달만 추구 하는 데 있다면 그런 나라는 쇠퇴하고, 조만간 망하고 말 것입니다 .
교회의 힘도 마찬가집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깊이 사는 신자들이 많을 때 그 교회는 참으로 생명력에 가득한 교회요, 당의 소금과 세상의 빛이 될 수 있는 교회입니다. 이런 교회야말로 진정 세상을 구하는「메시아적 교회」(교회헌장9)입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수난하신 그리스도의 은총이 풍성하시길 빕니다.
1980년 사순절 첫날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추기경 김수환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