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우리는 머리에 재를 받으며 사순절을 맞이했다. 사순절(四旬節)의 「사순」은 40이란 숫자를 뜻한다. 성서에 나타난 40이란 숫자는 중대한 사건을 앞에 놓고 준비하는 기간을 상징하고있다.
1노아 홍수때 40주야 동안 폭우가 내렸던 일이나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십계판을 받기전에 40주야동안 기도하고 단식하며 지냈던 일, 그리고 예수께서 인류구원의 대사를 앞두고 40주야동안 광야에서 기도와 단식으로 준비하셨다는데서 40이란 숫자가 유래되었다. 「사순절」 의시기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으심을 되새기며 영광스러운 부활의 승리를 얻기 위해 우리 존재를 하느님께로 방향전환 하는 회개의 시기이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날, 교회는「재의예절」을 거행한다. 이 예절은 사순절의 정신을 잘 나타내주고있다. 즉 회개와 보속, 죽음 겸손 등을 보여주는 예절이다. 이제 재의 예절을 중심으로 사순절의정신인 회개와 보속, 죽음, 겸손에 대해 묵상해 보자.
첫째, 머리에 얹는 것은 오래전부터 회개와 보속을 상징해왔다. 욥 성인은 『주여, 이제 저는 티끌과 잿더미에 앉아 뉘우칩니다.』 (욥42ㆍ6) 라고 하였다.
예수께서도 재를 회개와 보속의 상징으로 표현하셨다 (마태11ㆍ21). 교회가 재의 수요일에 재를 신자들의 머리에 얹는 것은 회개와 보속을 권장하는 것이고 신자들이 머리에 재를 받는 것은 참호하고 보속ㆍ극기하겠다고 약속하는 표시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수난과 십자가의 재현을 통해 부활의 영광을 가져오셨다 그러므로 우리가 만일 회개와 보속행위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리스도의 부활의 영광에 참여 할 수 없을 것이다 .
둘째 재의 예절은 신자들로 하여금 죽음을 묵상토록 한다. 즉 사제는 재의 수요일에 신자들의 머리에 재를 얹으면서 『사람아 너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 하고 일깨워준다. 사람은 언젠가 죽게 마련이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게 될지 모른다. 교회가 장엄한 예식으로 신자들로 하여금 죽음을 생각케하는 이유는 인간의 시발점과 종착점을 일깨워줌으로써 현실과 자아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버리고 이웃과 하느님께로 돌아서게 하기 위함이다. 죽음을 묵상하는 사람은 세상에 대한 애착이나 현세의 쾌락을 피하고 고통의 쓴잔을 감수하며 선행을 실천함으로써 모든 형제들과 사랑의 화해를 이룩하고 하느님과 사람의 일치를 이루게 된다.
죽음 앞에선 인간은 겸허해지기 마련이다.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용서를 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깡그리 허무 속으로 떨어지는 듯하다 두려움에서 하느님께서 의하게 된다.
셋째, 재의 예절은 헛됨의 상징인 재를 교만의 자리인 머리에 얹음으로써 인생의 무상함과 자신의 나약함을 깨닫고 겸손하라고 가르친다. 겸손 없이는 사순절의 근본정신인 회개와 보속의 실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루가복음 15장에나 오는 「탕자의 비유」를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는 여기서 두 아들의 상반된 태도를 볼 수 있다. 동생은 비행과 과오를 뉘우치고 아버지의 품에 안기는 반면 형은 오랜 효성을 던져버리고 아버지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형의 돌변한 태도는 「삶의 타성에 떨어진 영혼 속에 깃든 독선과 교만」 이 고개를 쳐든 것이다. 자기를 살펴 참회하는 이는 겸손해질 수 있지만 자기를 살필 줄 모르는 자는 독선과 교만에 잠겨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재의 예절을 통해 독선과 교만을 버리고 겸손을 배워야 할 것이다.
사순절은 회개와 속죄를 통해 우리생활전체의 혁신을 촉구하며 신비롭고도 현실적인 하느님과의 상봉을 위해 합당한 준비를 하는 시기이다.
교회는 이 시기동안 특별히 고백성사를 열심히 받을 것과 자기의 기호(嗜好)를 억제하여 가난한 이웃에게 자선을 베풀기를 권장한다. 서로 돕고 의지해가면서 무관심이 아닌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교회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이웃사랑의 실천으로 간택된 사람답게 그리스도를 닮아야 하겠다. 또한 이시기는 은총을 얻는 시기요 벅찬 희망을 안고 예수님의 부활의 영광을 얻기 위해 속죄하는 시기이다. 우리는 이 시기동안 옷을 찢을 것이 아니라 진정 마음을 찢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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