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회개와 보속의 시기인 사순절을 맞아 지난달 23일 명동대성당에서 있는 사순절 특별강론에서 서울 한강본당주임 함세웅 신부가 「현대그리스도인의 유혹」을 주제로 강론한 내용이다. <편집자註>
사순절을 맞아 봉독하는 예수의 유혹에 관한 기사는 예수께서 인간과 동거 동락하는 참 사람의 아들로서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임을 말해주고 있다. 광야에서 유혹당하며 지낸 인간 예수의 길은 우리의 길이며 우리교회가 걸어야 할 소명의 길이기도다.
예수께서 광야에서 겪으신 유혹은 이스라엘의 출애굽에서 가나안까지의 여정동안 받은 은총에도 불구하고 저지른 온갖 잘못과 무수한 죄악, 배반과 불신, 실망과 좌절, 거짓과 불의와의 타협은 쓰라린 체험을 연상시켜 준다. 예수그리스도는 빵과 육신ㆍ허세ㆍ우상숭배ㆍ명예ㆍ권력욕은 온갖 유혹이 판치는 현장-이스라엘이 견뎌내지 못하고 실패했던 역경을 이겨냈다.
예수는 맨몸으로 그리고 온몸으로 구조 악을 끊어버리시고 새로운 아담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40일은 완전성을 가리키는 단어로 출애굽의 40년 여정, 모세와 엘리아의 40일기도 노아홍수의 기간 동안 연결되어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예수의 유혹은 구약의 모든 역사장면을 하나로 요약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마태오복음 4장 1절에서 6절 사이에 기술된 유혹기사를 단계별로 보면 첫째 빵에 대한 유혹 둘째 자신을 믿는 자만과 오만의 정신적 유혹 셋째 모든 것을 지배하려는 정치적 유혹으로 구별된다.
유혹의 내용과 함께 예수께서 거절한 대답은 그의 메시아적 사상을 특징 지워주고 있다. . 그리고 이 거절의 근거는 모두 신명기에서 인용함으로써 (신명기8ㆍ3)
(“6ㆍ13) 모든 것에 대한 판단 기준이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 장면은 또한 율법의 근본정신과 함께 인간이 정한 모든 법과 제도의 한계점을 규정 지워주고 있다.
첫 번째 대답은 역사를 통해 체험한 사람이 빵만 으로만 살 수 없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말씀은 예수그리스도 자신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삶의 양식을 본받아야 한다 말씀은 빛과 진리 어두움을 몰아내고 허위를 거절한다. 말씀은 우리의 길이기 때문에 우리를 막고 있는 장벽을 무너뜨리고 자유이기 때문에 온갖 억압과 굴종을 거절한다. 그것은 우리가 외쳐야할 소리, 백성 모두의 소리이다. 따라서 우리는 잠자는 자를 불러일으키고 짓누르고 있는 한사람 또는 독재자의 명령을 거부해한다. 또한 말씀은 그리스도의 부활이기 때문에 고통을 이겨내고 영원히 그와 함께 살아남을 수 있다.
두 번째 유혹에 대한 대답은 그리스도가 절대로 환상가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피눈물로 얼룩진 예수의 길은 한 구체적 인간의 고뇌와 갈등 기쁨과 슬픔 희생으로 이뤄진 복합적 체험인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너무 단순화시키고 있는 현실 속에서 허구적 장식과 환상을 거절하고 질책과 갈등속에서 그리스도의 삶을 조명등으로 삼아야겠다.
세 번째로 『사탄아 물려가라』는 그리스도의 단호한 명령은 세속적 권력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그리스도의 존재이유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사탄은 바로 나자신안에 자리 잡고 있는 안주와 안일을 찾는 또 하나의 나 자신인 것이다. 고통의 십자가 앞에서 사람의 일만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 시대의 또 다른 사탄이다. 우리에게 단순행위를 여구하는 타협의 손길이 다가올 때 무수한 순교자들을 기억해보자.
이 세가지 유혹은 모두 메시아의 명안에서 이해해야 할 하느님의 말씀 뜻 고경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어려운 상황 속에 처해있던 초세기 교회와 신자들에게 이상적인 크리스천의 모델로서 스승 예수의 모습을 제시한 것이다. 비록 교회는 가난하고 굶주림에 시달리더라도 함부로 기적을 행할 수 없고 실망과 좌절 박해 속에서도 거절할 것은 마땅히 거절하라는 윤리적 가르침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거절할 때 부유할 수 있는 절대적 명제 앞에서 교회는 죄인으로 남아 겸허하게 속죄해야겠다.
그러면 이 복음성서의 기준을 갖고 우리현실에 만연해있는 심리적ㆍ정신적ㆍ물질적ㆍ정치ㆍ권세의 유혹에서 크리스천인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펴봐야겠다.
많은 사람들이 금전에 가치를 두고 환율과 석유 값이 뛰고, 배우자마저 금전적 가치에서 평가되는 현실, 부정축재가 끊이지 않고 근절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말씀에 따라 사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사람이 빵만으로 산다면 너무도 엄청난 일들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이 서글프기도 하다.
라인 강의 기적을 부러워하고 선전하기 전에 준법정신이 강했던 그 나라 지도자와 정치인들을 기억해야겠다. 70년대의 경제성장ㆍ고속도로ㆍ새마을운동ㆍ한강의 기적은 80년도에 와서 어떻게 귀결되고 있는가. 그때 교회가 더욱 소리높이여 이 모든 것이 황금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외쳤다면 오늘을 보다 더 긍정적으로 극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가 지닌 재물은 빼앗기게 마련이다 재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음이 사순절의 특성이기도하다.
그리고 성실성이 결여된 자세가 만연하고 있는 현실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치에도 도덕과 성실이 기준이 돼야 한다. 집권자 아래, 총칼 앞에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면 우리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하느님을 시험했다고 볼 수 있다.
참된 크리스천, 성실한 사람은 자신의 과오를 솔직히 고백해야한다. 오늘의 현실은 과거 많은 지도자들이 솔직한 고백과 속죄를 통해 민중과 화해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떳떳하고 성실한자가 되기 위해 용서받기 위해 겸허한 고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해야겠다. 그래서 크리스천인 우리는 자신과 이웃국민을 우롱하는 사람 하느님을 시험하는 사람들을 마땅히 거절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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