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四旬節은, 새롭게 소생하려는 대지의 숨결이 피부 깊숙이 스며들면서 맞게 된다. 오늘의 삶은 어제의 죽음이 있었기 때문임을 아프게 체험한다.
이승으로 오기 이전의 내 본향 (本鄕), 저승으로 가는 그 과정이 죽음이라는 것을 거절하지 않는 묵상 속에 잠긴다. 그리고 광야의 40여일이 주는 의미를 온몸으로 겪는다.
온 식구들이 조용히 잠든 한밤에 깨어 자신과 마주앉는다.
평시에 드러내지 않았던 이런 저런 내모 습을 놓치지 않고 바라본다.
종이와 연필을 준비하고 책상에 앉아서 수없는 나를 적어나간다.
생전에 착한 일이라곤 이웃 아줌마에게 준 파뿌리 하나뿐인 인색한 한 부인이 죽음이 오고 그의 수호천사에게 이끌려 나가 결국 그 파뿌리 덕분으로 천상으로 오르게 되는 얘기를 교리시간에 참으로 재미있게 들었던 적이 있었다.
공중에서 문득 내려다보니 이 부인 발에는 많은 이들이 줄줄이 달려서 하늘로 오르더란 얘기다. 그 소갈머리 없는 부인은 자신의 덕으로 많은 사람들이 구원받게 된 것을 용납 할 수가 없어서 몸부림치다가 파 뿌리가 끊어지고 만다.
한밤에 도사리고 앉아 무척 고독했을 광야의 예수를 감히 고독해 하면서 묵상 할 때면 때때로 이 파뿌리 얘기를 되씹는다.
나는 내파뿌리를 사심 없이 주며사는가. 내 파뿌리로 다른 이들이 구원됨을 진심으로 축복하는가.
나는 사순절엔 나를 찾아 바라본다. 한해를 보내면서 정리해 볼 자료를 준비하는 사순절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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