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축일을 맞이하여 여러분 모두에게 부활하신 주님의 생명과 은총이 가득하기를 빕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사도들로부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회가 선포하는 복음의 중심이요 믿음의 핵심이며 그 바탕입니다。사실바오로의 말씀대로 만일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지 않으셨다면 복음도 헛되고 믿음도 헛될 수 밖에 없읍니다。(I꼬15ㆍ14)
기독교는 분명히 죽은자를 믿는 종교가 아니라 산자를 믿는 종교입니다。오랜 옛날 살았던 예수라는 한 위대한 종교인 그러나 지금은 살아있지않은 사람의 유덕을 기리는 종교가 아닙니다。십자가에 못박혀죽으시고 묻히셨으나 당신 친히 말씀하신대로 사흘만에 다시 살아나시고 지금도 우리안에 살아계시며 우리의 삶과 역사속에서 부활과 생명의 主로서 활동하신는 그리스도를 믿는 종교입니다。뿐더러 하느님께서는 그를 믿는 모든 이들에게도 당신의 성자 그리스도를 다시 살게하신 성령을 주심으로써 믿는 모든 이들이 세상종말에 그분과같이 죽음에서 부활하여 그분과 함께 하느님안에 영원히 산다는 것이 부활의 믿음입니다。
이는 참으로 만사를 무로 돌리는 죽음과 부패앞에 속수무책이요, 허무해보이는 인생과 세상에 대해서 더할 수 없이 확고한 희망이요, 인생과 세상의 부조리와 무의미 그 어두움을 몰아내고 환히 밝히는 빛입니다。바로 인생의 의미ㆍ역사의 의미자체입니다。
또한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이미 현재에 있어서도 믿는이에게 당신의 영 곧 성령을 주심으로써 당신의 새 생명을 얻게하십니다。당신안에, 당신으로 말미암아 당신과 함께 살게 하십니다。그렇듯이 우리를 당신과 깊이 영적으로 결합시키십니다。
부활은 실로 새로운 차원에서 우리안에 이룩되는 그리스도의 육화이기도합니다。이렇듯 믿는 모든이를 당신과 결합시킴으로써 당신과 한몸이 되게하십니다。교회가 바로 이 그리스도의 몸입니다。그리하여 하느님은 그리스도의 인 이 교회를 통해서 『때가 차면…하늘과 땅에있는 모든 것이 그리스도를 머리로하고 하나가 되게 하실것입니다』(에페소1ㆍ10)
인간과 인간 사이의 어떠한 사랑의 결합도 부활하신 그리스도안에 이룩되는 이 결합보다 더 친밀하고 더 밀접할 수는 없읍니다。이는 예수님 친히 수난전날 저녁에 『아버지께서 내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안에 있는 것과 같이 이 사람들도 우리안에 있게하여 주십시오…그것은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것처럼 이 사람들도 하나되게 하려는 것입니다』(요한17ㆍ21~22)라고 하느님께 간구하신 그 기도의 성취 바로 그것입니다。그러기에 사도 바오로는『세례를 받아서 그리스도 안으로 들어간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를 옷입듯이 입었읍니다。유대인이나 그리스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아무런 차별이 없읍니다。그리스도 예수안에서 여러분은 모드 한놈을 이루었기때문입니다』(갈라타3ㆍ27~28)라고 하셨읍니다。
여기 우리는 인종 계급 신분 성별 사상이나 이데올로기 등의 차이로 분열과 분쟁을 거듭하고 있는 인류세계 앞에 그 문제해결을 위한 크고 밝은 비젼을 볼 수 있읍니다。이는 모든 인간의 꿈인 인류공동체, 하나의 세계의 비젼입니다。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야말로 참으로 진정한 사랑의 일치와 평화의 원리이십니다。
그리스도는 부활하심으로써 죽음의 사슬만을 부수신 것이아닙니다。인간을 묶고 가두면 서로를 분열시키는 일체의 장벽을 허물어 뜨렸읍니다。계급과 빈부의 격차 등 안위적인 것만이 아니라 인종 피부 혈통 등 자연적 차별의 장벽과 시공의 장벽까지 허물었읍니다。인간을 모든 속박에서 풀어주는 참된 해방과 자유를 그리스도는 당신의 부활로서 우리에게 가져다주셨읍니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새로운 80년대를 맞이하여 자유와 평등과 평화의 정치발전을 기대하고 있읍니다。이는 물론 종교적 차원의 것이 아닙니다。그러나 그리스도만이 참된 자유와 평화 참된 해방의 主이실때에 또한 그리스도안에서만 우리 모두 진실히 사랑으로 <하나>가 될 수 있을때에 이 사회속에서 오늘을 사는 크리스찬들의 사명은 실로 막중하다 아니할 수 없읍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이 그분의 부활생명으로 새 사람으로 다시나고 그분과 결합되어 살며 또한 그 분을 본받아 모든 이를 위해 진정한 사랑으로 봉사할 때에 우리사회는 분명히 더 밝고 더 명랑한 사회, 보다 아름답고 보다 인간다운 사회로 성장하고 발전 할 것입니다。나아가 우리사회를 갈라놓는 불신의 장벽ㆍ부정과 불의의 장벽이 점차로 무너지고 드디어는 우리민족의 비극인 남북분단의 장벽까지 평화속에 무너질 것입니다。
그러기에 부활절을 맞이하여 우리의 소망은 무엇이어야 하겠읍니까?
우리 모두
그리스도를 날로 더욱 잘알고
그분을 날로 더욱 사랑하고
날로 더욱 그분을 따르는 것입니다。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그분을 따르는것입니다。여기에는 회생과 아픔이 수반될 수 밖에 없읍니다。그러나 이 길만이 우리를 다시 살리는 부활의 길입니다。또한 우리가 이 길을 갈때에만 우리의 마음속에는 부활하신 주님의 생명과 광명, 그분의 은총과 기쁨이 가득히 넘쳐 흐를 것입니다。
주 참으로 부활하셨도다。알렐루야!
1980년 부활절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추기경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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