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시보」는 그동안 한국교회의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뉴스·미디어」로 많은 역할을 수행했다. 이제 그 「시보」가 「신문」이란 용어로 改名을 하고서 신장개업을 한다니 우선 화환이라도 하나 보내서 축하를 하고 싶은 마음이다.
뒷골목의 가락국수집도 신장개업을 하고나면 국물 맛이 달라지는 법인데 하물며 백만 독자를 응하는 「가톨릭신문」이 어찌 「구각」을 온존할 수 있으랴.
이렇게 말하면 혹시「구각」이란 웬 불손한 말이냐는 꾸짖음이 있을 법도 한일이나 앞으로 좀 더 잘해보자는 축사의 말씀이니 오해는 없기 바란다.
우선 벗었으면 하는 「구각」의 하나는 官給性이다。우리교회에는 敎導權이란 원칙이 있어서 교회내의 모든 일 어느 하나도 완벽한 의미의「民間主導」란 성립하기 어려운 줄은 자란다.
그러나 여기서 강조하고자하는 「民間主導」란 결코 그런 교도권적인 의미가 아니다. 교회「當局」의 시책사항을 일방적으로 전달해주는 「메신저」로서의 기능에만 치우치지 말고 보다 왕성한 「오피니언·리더」로서의 기능에 한 번 더 다가서 보자는 이야기다.
획일성이나 규격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의견과 입장들이 論爭도하고 建議도하고 문제를 祭器도하는「지널리슴」본연의 모습을 갖춰 보자는 것이다. 한국의 교회지성계에는 논쟁과 이론대결이 너무 없는 것 같다. 모든 것이 밑바닥에서만 底派하고 있을뿐 陽性化되지를 않는다.一致、一致하지만 진정한 一致는 묵묵부답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한시ㆍ킹 神父 件을 예로들 어도 「유럽」의 全「가톨릭」界가 물끊듯 是다, 非다 論爭을 하는데 한국의「가톨릭」界에선 그것이 「無言이 上策」이란 식이다. 한국교회는 극동의 한눈꼽만한 遠方이라서 中原天下의 風雲엔 아예 끼어들지 않겠다는 「로칼리즘」의 自認인가.
「로칼리즘」이야말로 시급히 탈피해야할 또 하나의「구각」이다.「가톨릭 신문」이야말로 이제는 명실공히「내셔널·페이퍼」로서 世界「가톨릭」界로 활짝 열린 창문이어야 한다. 자질구레한 본당소식들일랑 교구 통합주보로 넘기고 「가톨릭신문」은 보다 차원 높은 한국교회 전체의 흐름이 어떻고 또 어떠해야만 하는가를 고도의 豫言者的 감각으로 다뤄나가야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선교 2백주년을 맞는 한국 「가톨릭」界에는 진지하게 문제제기를 할 만한 사항들이 하나 둘이 아닐 것이다 。또 하루가 십년처럼 달라지는 현대세계에서 세계「가톨릭」공동체내의 여러 가지「이벤트」들 역시 그냥 모르는 채 지나쳐버려서도 곤란하다. 복잡하고 수난투성이의 현대 지구상에서 세계교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를 우리 한국의 신자들도 시시각각으로 알고 있어야 할 것이며 그런 「이슈」에 관해 왕성한 문제의식을 고취받기도하고 제기할 수도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종교 단체의 기관지든 직영신문이든 신문은 신문이요 「저널리즘」은「저널리즘」이어야한다.「저널리즘」의 제1차적인 기능은 뭐니 뭐니 해도 時事性에 있다. 이번호에 내도 좋고 한 두어 주일 후에 내도 좋을 맥 빠진 「시리즈」보다는 현장과 현실의 생동하는 맥박을 그때그때 비평적으로 전달해주는 「도큐멘테이션」과 거시적 문제의식에 투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私小說嫡嫡이고 미담소개투의 단신모음이 아니라 성령이 역사하시는 온갖 여울들을 동적으로 수령하며、흐르는 大河新聞으로서 도약하길 바랄뿐이다.「가톨릭신문」을 이끌어나가는 모든 주역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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