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소풍 때만 되면 그랬었지만 지난5월중에 있었던 금년의 봄 소풍은 우리 집에 한 번 더 요란스럽게 했다. 왜냐하면 금년에 막내인 경희가 마지막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했기 때문에 도시락을 셋이나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도 어려서 초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께서 원족(達足〓소풍)을 간다고 말씀만 떨어지면 그날이 그토록 손꼽아 기다려지고 막상 하루 앞둔 날 밤은 마음이 설레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 소풍이라는게 도시락 준비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부모들의 마음을 꽤나 썩여서 주일학교에서도 일 년에 한두 번 있는 소풍을 가기가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일반 학교에 서가고 또 주일학교에서도 가니 어린이들이 백 번 다 좋지만 부모들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도시락이 부모들만이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고 주일학교는 선생들까지도 고충을 겪게 된다. 소풍을 간다 하면 우선 신부님과 수녀님의 도시락 걱정부터 해야 되고 결국 선생들끼리 몇 푼씩 내어서 조출하나마 정성을 다해 도시락을 준비해야하기 때문이다. (요즘 일반 학교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래서 당시 총각인 나는 할당된 돈만 내고 내 도시락은 그냥 식빵이나 과일 몇 개를 봉지에 싸서 대신하곤 했었다. 그러나 그것도 총각 때뿐이고 결혼해서 살림을 하게 되니 문제는 달라졌다. 전에는 여선생들이 준비하던 도시락을 우리 집사람이 도발되게였으니 주일학교 소풍을 갈 때마다 예수님의 기적의 도시락(마르고8ㆍ1~10)이 항상 머리에 떠오르곤 했다. 그리고 소풍가는 날은 선생들이 완전히 녹초가 되는 날이었다. 어린이들과 함께 진종일 놀아주어야 하고 좀 먹을 만한에게 있으면 가난한 애들에게 다주어 버리니 소풍이 끝나고 선생들끼리 만이라도 한자리에 앉아 국수한 그릇 나누어 먹지 못하고 헤어지는 선생들의 뒷모습이 마냥 쓸쓸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흐뭇했다. 요즘은 주일학교도 많이 발전(?)해서인지 몰라도 교회서도 선생들도 도시락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으며 주일 학생도 가끔 선생들 도시락을 싸가지고 와서 정성스레 바치는 걸보면 10여 년 전의 그 목마르던 시절이 자꾸만 떠올라 축축해진 눈시울을 감출 새라 먼 산만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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