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事例>
K는 여고1학년 학생이다 그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첫 학기까지만 하여도 신앙 태도에 있어서나 중등부 활동에 있어서 지극히 모범적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그는 미사에 빠지는 횟수가 많아졌고 학생 활동에도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도교사는 의아히 여겨 K와 면담을 갖게 되기에 이르렀다.
K가 현재 다니는 학교는 개신교 계통의 미션스쿨이었다. 그곳의 교사들도 대다수가 개신교 신자였다.
K는 성경이나 채플 시간이면 매우 당황해진다. 특히 성경 해석이 성당의 교리와 어긋나거나 천주교에 대한 비판이 간혹 제시되면 불쾌하기도 하고 위축감도 든다. 더욱이 교회 집사인 담임선생은 점심시간마다 교실에 와서 식사기도를 드린다. 이때 K는 차마 성호를 그을 용기를 못 가져 이제껏 점심전에 성호를 그어본 적이 없다. 교실내의 모두가 자기만 쳐다보는 것 같고 성호를 긋는 것은 담임선생을 불쾌하게 만들 것 같고 또 그에 대한 모욕이 될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K는 성호 하나 긋지 못하는 자신의 나약한 신앙 태도가 못마땅하고 죄책감을 느낀다. 종전에 느꼈던 천주교 신자로서의 긍지가 이 학교에 입학하고부터는 오히려 위축감으로 바뀌었다. K는 성당에 나가는 게 부담스럽다. 미사에 나가도 죄책감만 느끼고 신앙이 흔들리는 자신이 부끄러워 성당 친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지도>
위의 사례는 천주교 신자인 학생이 개신교 계통의 학교에서 흔히 겪는 전형적인 갈등의 한 예이다.
이 지도교사는 K의 행동을 꾸준히 관찰하여 그의「변화된 태도」를 이해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대다수의 많은 교사와 다른 점이 있다. 여러분은 당신의 가정 그리고 학생 중에 K와 같이 고민하는 학생이 있음에도 아직 그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지 모른다. 천주교인이기 때문에 고민해야 하는 할생들, 이들을 지도할 책임은 천주교 내의 모든 이에게 있고 특히 중등부의 젊은 교사에게 있다.
그러나 이 지도교사는 K가 미션스쿨에 다니고 있고 그래서 필경은 어떤 갈등을 겪으리라는 예상을 미처 못 했다는 점과 K가 솔선해서 자기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을 만한 친화 관계를 미리 형성해 놓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직 덜 유능하다. 즉 그는 자신과 학생들 사이의 벽을 허물지 못했다. 교리는 잘 가르쳤는지 몰라도…이벽이 없었더라면 K의 문제는 이정 도로까지 심각해지지는 않았으리라. 고민과 갈등은 토로 그 자체만으로도 해소될 가능성이 큰 때문이다.
K의 갈등을 해소시킬 가장 빠른 방법은 전학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학은 갈등으로부터의 회피일 뿐 신앙의 시련을 견뎌 내도록 가르쳐야 하는 종교교육 적인 방법은 적어도 아니다. 또 전학 그 자체는 지도교사의 능력밖에 있다. 신앙의 시련은 회피를 통해서가 아니고 정면으로 맞서서 견뎌 내는 지혜로써 극복되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K에 강조를 둘 필요가 있다.①성호를 긋는 것은 마음의 문제이지. 표현 행동이 의미를 갖는 게 아니다. ②천주교에 대한 비판은 일단 경청할 가치가 있고. 그것의 옳고 그름은 성당 내의 어른들 및 친구와는 의해 볼 문제이다. ③신앙에 이 시련을 통해서 신앙이 굳어진다. K의 고민은 장차 그가 겪을 신앙 상의 고민의 최초의 것에 불과하다. ④중등부 회합에서 K의 갈등 사태를 소개하고 각 참여자들이 각자의 의견을 자유스럽게 교환하여 그 과정 중에서 K가 자기 통찰에 이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우리는 이 사례를 통해서 가톨릭 신앙에 맹목으로 집착하다 쉽게 와해되는 폐쇄적인 신앙 가짐 보다는 주어진 환경에 유연히 대처하면서도 신앙의 본 뿌리는 흔들림이 없는 융통성 있는 신앙 태도를 견지하도록 청소년을 이끌어 감이 중요함을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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