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는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다. 집안에는 병으로 장기간 누워 계시는 홀어머니와 어린 남동생이 하나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겨 놓은 재산 때문에 집안은 넉넉한 편이지만 어머니의 병 때문에 J는 언제나 수심에 차 있다.
J는 부끄럼이 많고 수동적이긴 하지만 신앙 태도는 매우 진지하다. 주일미사는 빠짐없이 참석하여 미사 후의 텅 빈 성당에서 열심히 기도하는 J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띄곤 했다.
그런데 몇 주일 전부터 J는 성당에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J의 친한 친구들조차도 그 까닭을 몰랐다. 지도교사가 J의 친구들 알아보게 한즉 『이젠 더 이상 성당에 나가지 않겠다.』는 대답만 듣고 왔다.
지도교사는 더욱 의아히 여겨 J의 집을 찾았고 성당에 나오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선생님, 저는 그간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해달 라고 열심히 기도했어요. 그런데도 엄마의 병이 낫기는 커녕 점점 더 심해져 가고 있어요. 왜 제 기도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지요? 정말로 주님이 자비롭고, 전지전능하시다면, 우리 불쌍한 어머니의 고통과 전의 두 남매의 소원을 외면하는 까닭이 무엇이지요? 저는 지난 몇 달간 정성을 다해서 기구했습니다. 이 기도가 통하지 않은 것을 보면, 주님은 나와 우리 가족을 외면하셨거나 아니면 주님이 실제로 계신지 의심스러워요. 이런 우리의 고통을 외면하는 주님께 더 이상 기도드리고 싶지 않아요. 이젠 성당에 나가지 않겠어요.』
주님 참뜻 理解토록
어느 책에선가 괴테는 대지진 때문에 갓난아기들이 무참히 죽어 가는 모습을 보고 신을 원망하고 부정한 적이 있다. 인간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신을 원망, 부정한다면, 그 신은 인간을 초월한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 인간의 아래에서 인간에 아첨하는 인위적인 신에 불과해진다. 미신에서의 신(神)개념이 바로 이렇다. 여기에서는 사람이 그 (귀)신의 비위에 맞게 해주면, 그 (귀)신은 인간에게 복을 내려 준다. 이렇게 되면 그 (귀)신은 실상 인간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보이지 않는 꼭두각시에 불과해진다.
위의 사례에서 우리는 J가 가톨릭 신앙의 본질을 잘못 파악하고 있음을 본다.。즉, J는 기복 신앙(祈福 信仰)의 관점에 있다。「기도를 그만큼 드렸으면 대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하는게 J의 주장이 아닌가.
발달 단계상으로 보면 , 어릴수록 신앙의 대가를 주변의 구체적 사물에서 찾는다. 열심히 기도하면 산타할아버지가 그만큼 선물을 더많이 준다.
미사에 잘나가면 100점 맞게 해준다. 등등. 이런 신앙 태도는 점차 나이가 들면서 그 대가를 미래로 확정시키에 되고 궁극적으로는 현세가 아닌 내세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종교교육의 가장 중요한 측면의 하나는 바로 이런 신앙 태고의 질적 변화를 촉진, 고무, 확신시키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J에 대한 지도는 ①하느님의 사업은 인간으로 서 도저히 모두 측량키 어렵다. 사람의 뜻대로 가아니라 하느님의 뜻대로 우리가 이룩되어져 간다.。②병든 어머니를 위한 기도는 「회복에 대한 간청」으로서 보다는 「주님의 뜻에 맞게 어머니를 주재하라는 간청」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③가톨릭의 현세·내세관을 이해시킴으로써 왜 우리가 우리의 뜻대로 보다는 주의 뜻대로 움직여야 하는지를 이해시키고 확신시킨다.
우리는 가정과 성당에서 신앙의 습관을 형성시켜 준다는 미명하에 자라나는 세대들을 현세적 대가를 바라는 신앙 태도에 물들게 하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자라나는 세대들은 신앙 습관 형성 과정에서 현세적 대가만을 바라는 태도에 물들게 하고 있지 않은지 한번쯤 반성해줄 필요가 있다. 반성해 줄 필요 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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