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학교시절부터 독일남부에서 온 동료들에게 입버릇처럼『너희들이 다 나가더라도 나는 머물러 있을 것이다』라고 큰소리를 치곤했다. 그러나 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적응해가기가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고향에서 선생님이 충고해주기를『성오틸리엔에 가거든「프라이선」에서 왔다고 하지 말고「라인란트」에서 왔다고 하면 사람들이 너를 더 좋아할 것이다』고 일러주었는데 저녁 늦게 성오틸리엔에 도착한 나는 이튿날 아침 인사때 그만『니더카셀, 퀠른 근처「라인란트」에서 왔다』고하니『에이, 프라이스놈이군』하며 인상을 쓰지않는가. 이런 친절한(?) 인사가 있은 후 북과 남이 친구가 되기까지는 1년 이상이나 걸렸다.
처음 얼마동안에는 남독일 사람들의 입버릇 그대로 『칼로 몸뚱아리를 푹 찔러서 그 뒤편으로 나온 칼끝에다 3마르크치 빵과 자를 매달았으면 제일 속이 시원하겠다.』는 생각이 종종 들만큼 어려운 때도 있었으나 후에 남독일의 유명한 노래 중에나 오는 가사처럼『어느 불꽃도 어느 땔감도 내 비밀한 사랑만큼 잘 타오르는 것이 없을 만큼』「바이에른」과「프라이선」간에는 진실한 우정이 생기게끔 되었다. 내가 공부한 성오틸리엔이나 도나우강변의 달링엔 고등학교는 둘 다 참으로 좋은 학교였다
외방선교를위한 신학교에 입학하여 4학년이 되기까지 나의 결심은 여전했는데 비해 나의 새로운 웃어른들은 아마도 생각이 달랐던 모양이다.
어느 주일이었다. 나는 성오틸리엔에 온 후로 줄곧 즐겁고 행복하며 이곳이 얼마나 아름답고 마음에 드는지 집에다 부모ㆍ형제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에 넘치는 편지를 썼다. 그리고는 그 당시 풍습대로 봉하지 않은채 학장신부님의 편지통에 던져두었다. 그날 저녁 학장신부님은 나를 부르시고는『네가 집으로 보낸 편지에다 나도 그밑에 몇 줄 첨가했다』고 하시면서 내 앞에서 읽어 보이셨다.
『사랑하는 시벨쯔씨, 당신의 아들 빌헬름은 요즘 아주 오만불손하고 뻔뻔합니다. 특히 그의 동료들 가운데서 더욱 심합니다. 그가 달라 지지 않으면 집으로 보내야겠습니다.』그리고는 내게 덧불여 말씀하기를 『들어봐라. 네가 나와 한 가지 약속을 하자. 네가 지금부터라도 다르게 살면 이 편지는 그대로 여기 보관해 두겠다. 그러나 달라지지 않으면 이 편지를 부치자. 그리고 너도 곧 그 편지뒤를 따라 집으로 가는거다 알겠나?』
10년 후 나는 종신서원을 하게 되었을 때 제일먼저 학장신부님께 찾아가서 그편지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그때까지 그 편지를 아직 보관하고 계셨다. 그래서 나는 학장신부님께『그 편지를 제게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이 다음에 성인이라도 되어 시성식이라도 있게 되면 그 편지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지않습니까?』하여 그 편지를 받아 보관하고 있다가 북한공산치하에 체포될때 분실했다. 그래도 모든 것은 다 잘된 셈이다. 나는 에른스트라는 이름으로 수련을 시작했는데 그 뜻은 심각하다ㆍ진지하다는 뜻인데 오늘까지도 내 이름은 내게 맞지않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쾌활한 신부의 이미지가 더 어울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항상「견디어 내야한다」는 의지가 언제나 심각한 것이었다. 내가 처음 휴가를 받아 집에 갔을 때 나는 누나집에서 돼지우리의 거름 청소를 도우며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성탄노래를 신나게 불렀다.
그러자 듣고 있던 누나가『정말 너는 성오틸리엔에서 잘있는 모양이구나.』라고 말했다. 다만 내가 여기 와서 있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아름다운 분도회의 전례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이것은 특별한 은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서도 넓은 창이 달린 모자를 머리에 얹고 싱거운 유행가를 부르고 인상을 쓰며 짓궂게 까불면 누나는『빌리, 너같은애가 무엇이 될 수 있다면 우리돼지들도 무엇이고 될 수 있을 것 같구나』라고 말했고 나는『리사, 돼지들은 어느 날엔가 순대가 되고 나는 어느날엔 가 수사 신부가 될 겁니다』라고 대답하곤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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