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는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다 그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사귄 친구의 인도로 예비자 교리를 마치고 영세까지 받았다. 그 후 그는 학내의 가톨릭 서클에서나 본당에서 신앙 태도가 훌륭한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아버지가 조그만 사업 을하고 있어서 집안은 그런대로 윤택한 편이다. 부모님이 종교에 대해서 무관심한 편이어서 인지는 모르나 위의 오빠와 여동생도 종교를 가지고 있지않다. 다만 S만이 종교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지난 몇 개월 전부터 아버지의 사업이 기울어져 집안의 경제 사정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어느 날 S의 어머니는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 갔고, 거기서「집안에 조상의 복을 허물어뜨리는 좋지 못한 기운」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오셔서 S가 천주교에 나가는 것이 바로 그 「좋지 못한 기운」이라고 단정하시게 되었다. 어머니의 말씀인즉, 원래 S네 집안은 칠성님을 모시던 집안이었으며, 그 덕에 아버지 대에 와서 집안 형편이 나아졌는데, 그만 자기가 잘못해서 그 덕을 모르고 칠성님을 잊고 지내 왔으며 그 때문에 칠성님이 노하셔서 아버지 사업이 기울어져 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S로 하여금 성당에 나가지 말 것을 처음에는 애원, 간청하다가 요즈음에는 거의 명령, 협박조로 요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웃어넘기시던 아버지나 오빠조차도 요즘에는 짜증이 겹쳐서인지 S를 바라보는 눈초리가 예전 같지 못하고 동생조차 S를 원망하는 기색이 완연하다. 가정이 중요한가 성당이 중요한가를 심문하듯 따져 오는 가족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S는 짙게 느낀다. S는 처음에는「미신」이라고 어머니를 설득하려고 애썼으나 어머니의 깊고 두터운 편견과 눈물어린 호소로 점점 더 S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든다. 그래도 S는 성당에 나와 간곡한 기도는 드리고 있지만 사랑하는 부모 형제들을 생각하고 암담한 집안 사정들 생각하면 이렇게 고집스레 성당에 나오는 게 과연 잘하는 것일까 의문이 자꾸 솟는다.
「신앙앓이」헛되지 않게
S는 지금「신앙앓이」듦하고 있다 이 아픔은 실상 2백 년 전 우리 선조들이「천주학쟁이」로 몰려 숨어 지내던 것과 다를 바 없다. 샤머니즘의 강도가 강했던 당시에는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제도적으로 주어진 것이고 샤머니즘의 강도가 비교적 약화된 오늘날에는 그 아픔이 단지 개인對개인 또는 가정 내에서의 대립으로 잠복했을 뿐이다 그 당시의 제도적, 정치적 핍박 하에서는 박해자와 순교자라는 타협할 일없는 대결만이 가능했지만, 오늘날의 수많은 S들이 겪는 아픔에는 대결로서만 치부해 버릴 수 없는 인간적인 고뇌가 배어 있다. S와거 어머니 사이의 갈등은 본바탕에 있어서는 샤머니즘과 가톨릭 신앙 사이에 있지만 어떻게 이를 박해와 순교라는 대절 상황으로만 간주해 버릴 수 있는가? 원칙상으로만 본다면 가정의 화목과 신앙의 고수 중에서 후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S가 신앙을 고수하기 위해선 부모 형제를 외면해야만 하는 아픔을 감내해야만 한다. 그 아픔을 가정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어린 S에게 있어서는 순교자의 아픔 이상일 수도 있다.
우리는 미성년인 S에게 있어서는 가정의 화목도 신앙의 고수만큼 중요하다는 현실적인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게 카운슬러의 입장에 선 필자의 견해이다.
S에 대한 시도는 ①S가 가정의 화목과 신앙의 고수를 상호 배반적인 명제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즉 S가 둘 중 하나를 희생하겠다는 결단을 내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S와 어머니의 갈등은 대결로서가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를 가지고 서로 이해하는 상황으로 정착되어야 하는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S가 성년에 도달한 경우라면 오히려 대결과 결단은 필요할지도 모른다. ②교사는 어머니의 오해와 잘못을 S에게 충분히 인식시키고 S의 신앙 견지가 궁극적으로 옳은 일임을 확신시키되 어머니가 가족과의 정면 대결이나 자극 행동을 하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승화된 내면적 신앙 자세를 튼튼히 가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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