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식용이왕성하고 신진대사가 활발하여 한끼정도의 배고픔도 참아넘기기가 무척 힘든 일이었던 20대 초반의 나이에 나는 어떨수없이 한끼를 굶어야할때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주일학교의 일때문이었다.
주일 아침일찍어나 공복에 냉수 한그릇을 마시고 성당에가서 어린이와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교리를 가르치고나면 온몸의 힘이 다빠져나간듯 나른하고 목이 아픈지 매일 이처럼 힘든 일을 하는 직업교사들의 고충을 생각하며 그들은 어떻게 견딜까 의아스럽게 생각하곤했다.
주일학교를 끝마치고 나면 대개 오전 10시경, 그나마 낮미사에 참례하고나면 온몸이 풀이죽어서 집에 돌아가면 아침을 겸한 점심을 먹을 힘도 없어 그대로 쓰러질때가 많았다. 이로인해 위궤양초기증세로 1년여 동안이나 고생을 했지만.
그러다가 주일학교를 주일에서 토요일로 바꾸고나서는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났다.
토요일 오후 2시부터 교사회가 시작돼 교사들은 직장에서 퇴근을 바로 성당으로 향했고 그렇게되니 점심은 아예 생각지도 못했다. 집에갔다가 오면 늦고 늦지않기위해 바로 오니 호주머니에 돈이 없이 중국집 짜장면 한그릇 제대로 사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진해중앙성당옆에는 때국이 줄줄흐르는 풀빵집이 있었고 배고프던 나는 그곳에 가끔들려 10원짜리 풀빵을 사먹곤 입을 쓱쓱 닦은 다음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풀빵집을 나오곤 했다. 나올때도 그렇지만 들어갈때도 누가 보지나않나 한참 눈치(?)를 살핀다음 번개같이 들어가곤했는데 이렇게 주변경계를 잘하고 들어가도 일찍 주일학교에 나온 어린이들에게 교사가 10원짜리 풀빵을 먹는 어색함을 노출시킬 때가 종종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어떻게해서든지 교사들에게 한끼의 식사라도 교회에서 제공하도록 해야겠다고 결심, 사목회에 건의하여 교사둘의 활동비 명목으로 매달 얼마간의 예산을 얻어냈다.
이 예산으로 교사들은 가끔 분식집이라도 함께 가곤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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