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기문란이다”
C는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이다. 학교성적도 좋고 매사에 능동적이고 자신감이있으며 신앙태도도 좋다.
그런데 요즈음 C에 대해서는 이상한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즉 C는 같은 고등부에 있는 K라는 여학생을 좋아해서 짖궂게 쫓아 다닌다는것이다.
그러한 소문이 어느정도까지가 사실이고 아닌지는 몰라도 고등부 학생들 사이에는 꽤 널리, 그리고 오래전부터 알려져온 얘기인듯 했다. 종전에는 고등부 활동에 C가 능동적으로 앞서곤했으나 최근에 이르러 C는 주위 친구로부터 소외되어 집회활동시에는 매우 소극적이고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있곤하며 활기가 없다.
친구들은 C를 몰아세우고있다. 고등부의 분위기를 C가 망쳐놓고 있다는 것있다. 이른바 이성교제로서 풍기문란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학생들 사이에서도 C에 대한 경원이 대단하며 C와는 말조차 않으려든다.
K라는 여학생은 이러한 소문을 뒷바침이라도 하는듯, 요즈음에는 성당에 잘나오고 있지않다. 간혹K가 나타나면 C는 어느새 없어졌는지도 모르게 슬그머니 자리를 뜨곤한다. 말많고 말잘하던 K도 상당히 의기소침해져 있다.
어느회합 때이건, C와 K둘다 또는 둘중하나가 끼어있는 회합에서는 어색함과 묘한 긴장이 흐른다. C와 K가 끼어있음으로 해서 조성하는 그룹 분위기는 암울그것이었다.
지도교사는 이러한 고등부의 분위기를 하루 속히 해소할 필요를 강하게 느낀다. 그러나 과연 이를 어떤방식으로 해소 시켜야하는가? 그래서 지도교사는 우선C를 만나볼 생각을했다. 소문의 진부를 알아보고나서 방책을 세워보리라는 의도였다.
「순수성」신뢰해야
소문의 진부를 우선 확인하려하는 교사의 생각은 매우 당연한발상이라고 볼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소문은 확인할 성질의 것도 아닐뿐더러 그 진부의 여부가 해결책강구에 별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왜냐하면 위사례에서 문제의 관건은 C에게 있는 것이아니라, C를 보는 주변의「눈」들인 때문이다. 대다수 청소년들의 이성교제, 특히 교회상황에서의 청소년들의 이성교제는 성인들의 상상 이상으로 순수하다.
이 순수함은 주변의 눈들(성인과 주변의 친구들)에 의해 점차 찌들고 음성화되고 비밀스러워야 하는것으로 변질되어버린다.
청소년기에 있어서 이성에 대한 호기심의 발등은 지극히 자연스런 현실이다. 이런 호기심을 억압ㆍ제지 당하기보다는 오히려 건전한 방향으로 해소, 표현 승화시키는 일이 그들의 중요한 발달파업이다.
그러나 우리의 고정관념은 이 호기심을 불순하고 죄악스러운것으로 단정하여 밝고 건전하게 표현, 해소토록 유도하기 보다는 어둡고 죄의식을 수반하는 행동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해온 느낌이있다.
사실 성인의 입장에서 보면 청소년의 이성교제란 살얼음판을 걷는 아이를 보는 안타까움이상의 것이다. 이 안타까움을 억압과 제지로 표현하기보다는 긍정적 이해와 승화시킬수있는 지혜와 격려를 제공하려는 노력으로 표현해야한다.
자성예언은 이경우에도 적응된다. 즉 C의 순수함을 믿고 그가건전하고 지혜롭게 행동하리라고 믿는한 그는 그 기대에 따라 행동할 것이며 그를 계속 불순하다고 보는한 그의 행동은 더 비밀스러워지고 불건전해질 것이다.
지도교사는 ①C의 순수함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고 건전하고 지혜롭게 행동하도록 격려해 주어야하며 ②기타고등부 학생들로 하여금 C가 가톨릭 학생답게 잘 해결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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