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은 더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몸담고 참여할 수 있는 자리라고는 주일학교 교사단, 청년회, 레지오, 빈첸시오회, 성가대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단체는 그 단체 고유의 특수한 활동과 조직을 갖고 있어 극소수의 청년만이 참석하여 대부분의 나머지 청년들은 자신이 있을 자리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서울대교구 본당의 평균 청년수가 770명 정도인데 실제로 활동하는 청년들은 평균 70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는 교적에 있는 청년수의 9.28%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구나 청년들은 신앙교육 마저도 제대로 받을 기회가 없어 거의 버려진 상태에서 그나마 활동 위주로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하며 자신의 열정이 소모되면 재충전할 수 있는 아무런 방편 없이 서서히 교회로부터 멀어지는 현실입니다.
결과적으로 20대 청년들의 대부분이 교회의 사목적 배려 없이 교회 밖으로 내던저져 있는 것입니다』(1996년도 주교회의 사목교서 「2천년대 복음화의 추진과 확산」中에서
교회가 청년 사목의 위기를 인지하고 나름대로 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노력한 것은 이미 여러 해 전이다. 그에 따라 몇몇 교구에서는 청소년 사목 안에 그 일부로 포함돼 있던 청년 사목을 별도의 조직으로 설치하고 청소년들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청년층에 대한 전문적인 사목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청년 사목에 대한 한국교회 전반의 인식은 여전히 미흡하고 그 대안 역시 명확하게 세워져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한국교회 청년 사목의 현실
청년 사목의 중요성은 우선 전체 신자수에 비해 청년들의 비율이 매우 높은 반면 교회 안에서 활동하는 청년의 비율은 매우 낮고 청년 신자 수에 비해 사목적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99년도 교세통계에 의하면 한국교회 전체 신자수가 394만6844명이고 그 중 20대가 70만8634명, 30대가 80만2789명이다. 30~35세를 30대 신자의 절반으로 본다면 40만1394명이다. 이를 20대와 합하면 111만28명으로 전체인구의 28.1%에 달한다. 20~25세를 청년으로 보는 것은 교황청에서 정한 세계청년대회 참석 대상자의 자격 제한을 따른 것이다. 청년층이 총신자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청년사목의 정책이 확립되어있지 않은데서 청년사목의 중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게다가 청년 신자수에 비해 교히 안에서 각종 단체 등을 통해 활동하는 청년 신자 비율은 매우 낮다. 인천교구에서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청년 신자 중 단체 활동을 하는 신자 청년은 약 8%에 그치고 있다. 주교회의가 96년에 발표한 사목교서에서도 청년층의 단체 활동 참여는 교적상 청년 신자의 9%를 겨우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능 중심 활동에 치중
교회 내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의 경웨도 역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먼저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극히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교구 본당 청년 구역모임에서 여론조사기관인 개럽에 의뢰해 실시한 「청년신자의 신앙생활실태 및 종교의식에 관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단체 활동의 대부분이 성가대, 주일학교 교사회, 청년 레지오에 집중돼 이 세 가지가 전체의 64.9%를 차지함으로써 청년 활동 자체가 기능 중심으로 치우치는 경향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각 본당에서 청년들의 위상에 대한 인식이다. 대부분의 본당에서는 청년들은 고유한 사목적 대상이라기보다는 본당 사목 활동을 보조하는 인력 동원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들은 다만 잘 관리해서 어른 신자로 편입해야 하는 과도기적 대상으로 간주되는데 그친다. 이러한 인식과 사목적 배려의 한계에 따라 청년 사목이 중요하다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청년사목을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목적 정책이 부재했고 결과적으로 나름대로 열정을 갖고 청년 사목을 추진해오던 사목자와 활동가들이 실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청년층에 대한 신앙교육과 양성 프로그램 역시 매우 부족하다. 제한된 단체 활동 자체도 주로 기능 중심으로 이뤄짐에 따라 적절한 신앙 교육이나 양성의 기회가 부족해 자신의 열정이 소진되면 재충전의 계기를 얻지 못하고 교회에서 멀어지게 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스도, 복음중심사목
교회 안의 청년 사목은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을 중심으로 하는 청년 신앙인의 양성이라는 면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에 따라 현재 가장 절실한 신앙 교육과 양성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프로그램은 특히 성서와 영성, 신앙적 체험을 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이며 그런 의미에서 현재 각 교구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서 모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러한 양성은 청년층을 하나의 과도기로서가 아니라 「현재」청년층의 존재 자체를 현 시점에서 그대로 인정하고 그들을 그 단계에서 성화하고 성숙한 신앙인으로서 자리잡게 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체 중심의 사목
신앙인으로서 양성된 청년 신자들은 공동체 안에서의 활동과 실천을 통해 다시금 심화되고 증가된다.
서울대교구에서 지난 97년부터 본격화하고 있는 본당 청년 구역모임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의미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교구와 본당의 청년 사목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청년 사목 모델로 제시된 것으로 그 성공 여부는 아직 검증돼야 하겠지만 단체 활동 여하를 떠나서 모든 청년 신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는 면에서 주의깊게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장기적 사목 정책 수립
청년 사목 정책의 수립과 추진은 사목적인 면에서 가장 중요하다. 청년기라는 고유한 특성을 고려하는 한편 대부분 열심히 활동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이뤄져온 청년 사목의 범위를 확장해 냉담하는 청년들까지를 모두 포함하는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목 정책의 수립과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이에 합당한 인력과 재정의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교구 차원에서 청년 사목 전담 부서가 설치되고 원활한 운영을 위한 전담 인력이 배정돼야 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전문 연구기관을 설치하고 청년 활동의 공간으로서 문화 센터 등을 운영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아울러 청년 사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청년 연합회(협의회) 등의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직은 활동청년이 집중되는 일부 단체에 속하지 않은 다른 많은 청년층을 모두 포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 공동체를 이끌 수 있는 청년 지도자와 활동가의 양성도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할 부분의 하나이다.
교회의 우선적 선택
청년 사목의 중요성에 대한 한국교회의 위기 의식이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왓지만 아직도 청년 사목의 갈 길은 멀다. 황폐화 된 교회 내 청년 층의 신앙과 활동에 불을 붙이기 위해서는 「청년들을 위한 교회의 우선적 선택」이라는 시대적 징표를 더욱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