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디의 말보다 강한것은 실제 몸으로 살아보이는 것이다. 지난 1월 6일 「몽뜨뢰」근교 자택에서 조용히 이 세상을 떠난 크로닌(A. J. CRONIN). 그는 바로 84세로 이세상을 마칠 때까지 그렇게 살아 보인 사람이다. 해가 바뀐 벽두에 세계적 가톨릭 작가인 크로닌 박사의 별세소식은 그를 알고 있는 모든 이에게 큰 슬픔을 주었고、삼가 그의 명복을 비는 정중한 자세로 고개를 숙이게 했다.
스코틀랜드 태생인 크로닌은 고독을 안고 역경을 동반한 소년시절의 고귀한 체험을 잊지 않은 작가(作家)이다.
THE GREEN YEARS(고독과 순결의 노래)는 그의 고독하고 불우했던 소년시절을 잘보여준 자전적 소설이라 하겠다. 그외에도 그의 소설을 읽으면 마치 그 자신의 지난 얘기를 펼쳐 놓은듯해서 픽션이라 할지라도 우린 착각하고 감동하고 사랑할 수 빆에 없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체험을 소홀히 하지 않고 고귀하게 연장시켜 살아있는 생명줄로 삼은 작가적 양심을 지닌 때문일것이다.
장학금으로 의학을 연구하고 의사로서 크게 성공한 크로닌이 장년이 되어 그모습 그대로 소설속에 투신한것이다.
그의 작품이 자전적 소설이라는 것은 살아가고 있는 산(生)얘기를 지고 그렇게 살아간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뜻이 깊다 하겠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독자층을 갖고 있다.
극을 제시하는데 주인공 치셤 신부를 통해서 참다운 이상상(理想像)을 보여준다.
개신교와의 융화된 사상때문에 중국으로 선교사가 되어갔고 그곳에서는 높은 도덕률의 문화를 꽃피운 공자(孔子)의 사상을 받아들여 자기안에 참신앙을 정착시킨다.
그리고 드디어 그는 가톨릭과 개신교사이에 경직된 대치상테를 극복해 갈 수가 있었다. 이대립에서 오는 감정을 드디어 융화된 인간관계로 높일 수가 있었으니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과 신앙의 기쁨을 되찾아 주어 용기를 갖게한다.
주인공 치셤 神父의 희고담으로 이어진 이 「천국의 열쇠」는 여러형태의 인간관계를 비롯해서 인간이 요구하는 참다운 신앙이 무엇인가를 치셤 신부의 참사랑속에서 제시된다.
그리하여 인류의 한 이상상(理想像)으로서 노자 (老子)의 도교(道敎) 사상이나 (儒敎) 사상까지도 그리스도교와 대립되는 것이 아님을 치셤 신부를 통해서 입증했던 것이다.
진리는 하나이며 온 인류가 한 형제인 것을 주인공은 실증한다.
우린 얼마나 그럴듯하게 성문(成文)시킨 훌륭한 명언들의 산더미 같은 압력에 지쳐서 사는걸까.
휴지처럼 쓸려 나갈 헛된 계약들을 진저리치며 침 묻힌 손가락으로 되풀이해서 세어보는 걸까.
이럴 때 우린 고독할수 밖에 없었으니.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고독한 젊은 의사의 얘기를 그린「인생의 도상에서」는 더욱 자서전적인 소설이다. 병아리 의사로서 고난의 도정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크로닌의 철학이 드러난다.
성공한 의사의 명예와 안정된 부를 뒤돌아보지 않고 소설가로서 진지하게 살아가는 태도는 오늘날의 모든 작가들이 본받을 만한 참사랑의 작가상이라 하겠다.
『인류의 모든 고민은 회개하는 행위이다. 한 방울의 회오의 눈물、깊은 마음 속으로부터 한마디의 절규로써 충분하다.…오 주여 죄인인 우리에게 자비를 주소서.』
「인생의 도상에서」의 끝장면이다.
이 소설을 읽고나서 기도하고 싶어지지 않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은 크로닌의 인도주의를 가슴으로 받을 수밖에 없게 한다.
그리고 크로닌이 소설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깨닫게해 준다. 글을 쓴다는 것을 천직으로 깨닫는 이들만이 그 자세를 깨끗하게 지킬줄 안다는것에 비출 때 크로닌은 스스로 선택 한 그 길을 그야말로 피나게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의학도에게 큰 파문과 감면으로 많은 젊은이들인 배낭속에 넣고 다녔다는「城砦」는 생사를 헤매는 전쟁터에서 성경처럼 그들에게 정신적 지주 구실을 했음은 무엇을 뜻하는가.
젊은 의사인 주인공 맨슨은 탄광지대의 무지와 몽매. 그리고 더욱 무서운 허영과 탐욕. 그리고 음탕에 맞선다. 몇번씩 절망하지만 끝내는 인도주의와 과학도로서의 진리탐구를 차라리 구도적인 정신으로 이겨낸다.
또한 부패하고 고루한 당시 영국의 의학계를 고발하고 파헤친 그 정신은 그곳에 새롭게 희망적인 인류애를 심으려는 크로닌의 끈질긴 노력이 무척이나 감동적이라 하겠다.
한때 맨슨을 눈멀게 한 「런던」의 개업시절. 이 장면 또한 그 다음에 이어지는 맨슨의 사랑하는 아내 크리스틴의 죽음이 기다리듯 영혼마저 손쉽게 악마에게 넘길뻔한 위기를 보여준다.
우리는 완성하기까지 이렇게 강과 산을 건너가야만 하니까….
A. J. 크로닌을 맨처음 알게 해 준사람은 「토마스」군이었다.
지금은 신부가 되기위해 공부하고 있는 우리석(錫)의 대부(代父) 유토마스가 석에게 준선물이 「천국의 열쇠」였다.
그후 위에 열거한 작품들을 열심히 읽으면서 열심히 감동했다.
크로닌은 고독하게 참사랑을 실천하며 살았다. 크로닌을 신부로 착각하며 그의 글을 읽으면서 끝없이 피어나는 사랑을 멀리 그에게 보내왔다.
이제 그는 십자가에 달린 그분곁에서 생전의 그 단정한 모습으로 두손을 마주 깍지끼고 앉아있을 것이다.
삼가 크로닌박사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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