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 신부와 퀸란 몬시뇰 그리고 그밖의 몇몇 사람들은 그같은 혹독한 수개년월간의 시련을 견디어내 살아 남았으며 마침내는 자유를 되찾게 되었다.
퀸란 몬시뇰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방 주교의 뒤를 이어 새로운 교황사절 주교가 됐다.
부스 신부 또한 남한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번에는 서울근교의 한 본당 신부로 부임했다. 아마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자기가 그토록 심한 고통과 아픔을 당한 곳으로 다시 돌아가길 원치 않았으리라. 그런면에서 보면 선교사들은 분명히 폄범한 인간이 아니다.
『그들은 선량한 사람들입니다. 나쁜것은 그들의 공산주의 지배자들입니다. 저는 체포돼 그토록 혹독한 겨울을 보낸 이듬해 봄의 어느날을 잊을 수 없읍니다. 코요스 신부와 저는 좁은 길을 따라 걷고 있었읍니다. 그당시 우리들은 몹씨 지쳐 있었읍니다. 그때 별안간 한 중년의 한국여인이 우리곁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읍니다. 그녀는 가난한 농부의 아내였읍니다』
『그 여인은 곧바로 우리에게 다가와 아무런 말 한마디도 없이 신문지에 싼 조그마한 뭉치를 하나씩 건네 주었읍니다. 그리고는 다시 가까운 들판을 가로질러 급히 자기집으로 돌아갔읍니다. 우리는 그 뜻밖의 꾸러미를 얼른 펴보았읍니다. 그속에는 날계란이 하나씩 들어 있었읍니다. 우리는 급히 그 계란 껍질에 구멍을내고 그토록 맛있는 계란을 홀짝 들이 마셨읍니다. 이 세상의 어떤 계란맛도 그때의 그맛보다 좋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그때 계란을 주신 그 여인을 축복해 주시길 빕니다. 우리는 그 여인을 다시는 만나지 못했읍니다.』(끝)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